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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봉 생각하는 동화>
훼방꾼들
악마들의 마을이 있다.
이 마을악마들의 임무는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을 이루지 못하게 훼방놓는 일이다.
이 마을의 무수한 악마 중에서도 뻔질나게
인간 세상으로 드나드는 단골 악마는 다음과 같다.
"나태의 악마"이다.
그는 처음에 작은 것으로부터 사람을 유혹한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게 하는, 그리하여 백년 천년
살게 될 것처럼 늘 몸이 편하자는 대로 따르게 만든다.
다음은 "관습의 악마"이다.
대담하지 못하게, 깨우침이 없이 어제 하듯 오늘을 살게 한다.
그리고 일상에 젖어서 춤, 술, 고스톱에 중독되게 만든다.
다음은 "선심의 악마"이다.
자기가 한 일보다 나타냄이 약간만 높은 것, 간혹
"재수 좋다."고 하게끔 공부한 것보다 시험점수가 약간 높고
복권도 500원 투자에 5000원짜리가 간혹 맞게 한다.
그리하여 결국에는 행운만 쫓는 사람이게 한다.
다음은 "교만의 악마"이다.
쥐꼬리만한 앎을 가지고 황소머리만하게 드러내기 좋아하며,
좋다고 하는 쪽만 좋아하고 바른 말하는 쪽은 절대로 싫어하게 한다.
다음은 "망각의 악마"이다.
지난날의 피맺힌 한도 시간 속에 묻어버리며
오늘의 강한 결심 역시도 적당한 구실로 풀어지게 하여
결국에는 마음속에 뼈가 없는 사람으로 만든다.
다음은 "애욕의 악마"이다.
욕정이 불붙게 만들어서 모든 예지를 눈멀게 하고
온 몸과 마음을 그쪽에 빼앗기게 만들어 버린다.
오늘도 이 악마들은 눈코 뜰 사이도 없이
인간세상으로 달려 들어오고 있다.
당신은 지금 어느 악마와 함께 있는가?
- 정채봉<멀리가는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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