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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포리일기 270】짝짝이 구두
아이들이 벌써 커서 세 사람 신발이 누구 것인지 구별이 잘 안됩니다.
가즈런히 세워 놓은 우리 집 여성동지들의 신발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나네요
저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국립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학교에서 교복, 구두, 책, 용돈까지 다 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그냥 땡땡이 안치고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되었습니다. 오.. 진짜에요 진짜! 전에는 그런 고등학교가 있었다니까요.
투덜투덜 그런데 맘에 안 드는 것이 뭐냐 하면 330명 전 학년의 옷과 구두가 색과 모양이 똑 같았다는 것입니다. 옷이야 이름표가 붙어 있으니까 괜찮지만 문제는 구두입니다.
한번은 수학여행을 갔는데, 한 방에 50명씩 자는 방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어뜬 놈이 장난을 친다고 50명의 구두를 몽땅 뒤섞어 놓았습니다. 똑같은 구두 100짝이 산더미처럼 문밖에 쌓여 있는데, 헐~
무슨 수로 내 구두를 찾습니까. 그냥 아무거나 두 개씩 주워서 신어야 했습니다. 구두가 발보다 크면 그나마 괜찮은데, 발보다 작은 구두는 발을 무척 아프게 했습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맨 마지막에 구두가 한 짝 밖에 안 남았다는 것! 구두 한 짝이 어디로 갔을까? 그 날 방에서 맨 마지막에 나온 친구는 수학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구두를 한 짝만 신고 한 발은 맨발로 다녀야 했습니다.
저는 한쪽은 크고 한쪽은 작은 짝짝이 구두를 신고 졸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짝짝이 구두를 신고 일본도 가고 대만도 가고 멕시코도 가고... 2007.7.19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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