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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포리일기 350】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거의 십 몇년전 찬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11월 이맘때쯤으로 기억합니다. 30여년을 면벽정진 하였다는 한 스님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는 말을 남기고 앉은 채로 돌아가셨지요.
그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이 땅에 남겨놓은 것이라고는 똥걸레로 만들었다는 누더기 옷 한 벌 뿐인 사람의 장례식장에 끝없이 이어지던 추모 인파의 기이한 행렬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눈에 선하네요.
텅텅 비어있는 가을 들판을 산책하면서, 문득 그때 그 일이 생각나는 것은 그분의 삶이 저 들판을 닮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허허로운 삶, 바람처럼 왔다가 물처럼 흘러 가버린 삶.
그리스도인의 삶이 딱 그런 삶이어야 하는데, 예수님께서도 이 땅에서 그렇게 사셨는데... 산은 산처럼, 물은 물처럼, 나는 나처럼, 그냥 그렇게 살고 싶은데... 오오 나는 지금 가진 것이 너무 많아 걷기조차도 불편합니다. 2007.11.13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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