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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글방35】녹슨 관리기
마당 컨터이너 옆에 사시사철 쉬고 있는 소형 관리기. 땅을 파거나 골을 치거나 흙을 뒤섞는 일을 하는 농기계입니다.
전에는 소가 그 일을 했었지만 요즘 시골에서는 이 기계 한 대로 웬만한 밭일을 다 합니다. 그런데, 땅을 갈거나 골을 치는 일이 일년에 몇 번 안 되다 보니 대부분은 그냥 컨터이너 옆에 세워져 있습니다.
비 오면 비 맞고 바람불면 바람맞고 눈오면 눈 맞고 언제나 그 자리에서 녹이 슨 채 고철처럼 묵묵부답 변함이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정말 무심코 보면 녹 슨 고철 덩이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쟁기 날이 새하얗게 빛이 납니다. 여름 내내 비 맞고 벌겋게 녹이 슬었던 쟁기 날이 가을 채소를 심을 밭을 갈고 와서는 하얗게 빛이 납니다. 오랜만에 몸을 푼 관리기가 신이 난 듯 합니다.
우리의 삶도 늘 빛이 날 수는 없습니다. 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세월만 가는 것 같을지라도 이렇듯 딱 필요할 때에 딱 필요하게 쓰임을 받는다면, 그것이 비록 평생에 몇 번에 불과할지라도 이미 그것으로 이 세상에 온 목적을 충분하고도 넘치도록 잘 감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2008.8.25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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