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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글방61】들꽃편지-인숙꽃방
지금 중딩인 큰딸 좋은이가 네 살 때 뭐든 손에 잡히는 대로 옹그라미(동그라미를 꼭 옹그라미라 했다.)를 그려대던 그 때, 자판기를 찍으면 그게 모니터에 글짜가 나타난다는 것이 무척 신기했었나봅니다.
"컴퓨터로 그림도 그릴 수 있어!" 하며 그림판을 열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여 주었더니 자기도 한번 해 보겠답니다.
그러더니 마침 책상에 무슨 글을 쓰면서 써 놓았던 '들꽃편지'라는 글씨를 제법 근사하게 따라서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글씨도 모르는 녀석이 끝에 꽃 한 송이까지 떡 그려 넣었습니다. 물론 그게 옹그라미여서 제가 나중에 꽃잎을 그려넣긴 했지만...
보니까 제법 근사해서 지우지 않고 프린트해서 지금까지 제가 펴내는 월간 잡지의 로고로 쓰고 있습니다. 아마도 '들꽃편지'는 우리나라 월간지 타이틀 중에서 가장 어린 사람이 쓴 로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들꽃편지'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도 사실은 진짜 '들꽃'에 대해 잘 몰랐거든요. 기냥 들꽃은 '이쁘다' 하면서 시를 쓰고 글을 썼지만 그로부터 10년 후에 '들꽃'을 먹고 마시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오랫동안 '들꽃'이라는 단어와 함께 살다보니 '진짜' 들꽃을 따면서 살게 되어버렸네요.
'인숙꽃방'이라는 이름과 '들꽃편지'를 나란히 놓고 보니 그야말로 찰떡 콩떡 쿵떡 쑥떡 빈대떡 궁합이 아닐 수 없네요.^^ 두 이름이 너무 잘 어울리네요. 전혀 생각지 못한 기가 막힌 우연의 일치입니다. 2008.10.11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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