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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 시19: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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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자 : | 이정수 목사 |
참고 : | 말씀의샘물교회 http://www.wordspring.net/ |
마음이 실린 침묵의 말
본문/ 시19:1-4, 욥38:1-40:4, 마26:57-68
1. 들어가는 이야기
지난 3월 27일(금) 아침, 창문을 열고 보니 어제 내린 눈이 모두 녹았습니다. 그런데 눈을 들어 앞산을 보니 산은 아직 하얗습니다. “오, 산엔 아직 눈이 그대로네. 올해 눈 산행은 오늘이 마지막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나자 갑자기 조급한 마음이 들어 당장 배낭 둘러메고 양평 玉山(옥산 580m)으로 달려갔습니다. 산 아래는 눈이 다 녹았지만 산엔 발목까지 푹-푹- 빠질 만큼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하얀 눈-소나무 숲에 부는 맑은 바람-가끔 지지배배 짹짹 하는 산새 소리, 아늑한-그윽한-한가한 눈 덮인 능선을 묵상하며 찬송하며 나 홀로 걸었습니다. 눈길 걷는 것이 너무 좋아 천천히 걸었습니다. 玉山 정상, 천지사방이 하얀 눈 덮인 疊疊山山(첩첩산산)인데, 그 어디에도 인기척은 없고, 문자 그대로 空山不見人(공산불견인-사람 없는 텅 빈 산) 이었습니다.
산꼭대기 쉼터에 앉아 물마시고 난 후 내가 걸어 온 산 능선 길과 裸木(나목) 숲을 무심히 바라보았습니다. 바로 그 때, 나는 문득 보았습니다. 들었습니다. 느꼈습니다. 사람 없는 텅 빈 산의 침묵(silence)! 숨 막히게 강인한 아름다움-무엇 하나 뺄 것 없는 충만함-엄격한 푸근함! 그리고 靜寂(정적)-淸氣(청기)-如如(여여)한 텅 빈 空山(공산)의 침묵!
2. 위대한 침묵(silence)의 힘
침묵은 마음이 실린 이 세상 모든 말의 뿌리-바탕-기본-기초-토대-근본-터전(a basic foundation-infra-structure)입니다. 침묵에 뿌리 내리지 않은 말은 放恣(방자)-放縱(방종)하여 불쾌-무의미-지루함-의미 상실-넋두리-공허한 잡음-상투적인 말-무력한 말이 됩니다. 방자-방종하여 힘을 상실한 말은 침묵 속에서 정화되어야 진정한 말의 힘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때때로 말로 표현 된 것이 모순으로 비쳐질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침묵 속에서는 말로 표현된 말의 모순이 용해되어 말이 표현 하고자 하였던 원초적 진실-진리-의도-진정-순결함이 모순을 초월하여 자명하게 드러납니다.
욥은 죄 없이 받는 자신의 고난에 대하여 하나님께 항변하였습니다. 욥의 항변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38:1-40:2)을 듣고 욥은 “손으로 내입을 가릴 뿐이로소이다(욥40:4)” 하였습니다. 즉, 침묵 하겠다는 말입니다. 공회 앞에 서신 예수님은 “네가 하나님의 성전을 헐고 사흘 만에 다시 세우리라 한 것이 사실이냐?” 묻는 대제사장에게 침묵 하셨습니다(마26:57-68). 예수님이 겟세마네 동산에서-십자가 위에서 고난 받으실 때, 하나님은 아무런 기적도 징조도 보이시지 아니하시고 침묵 하셨습니다(참고: 몰트만의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 엔도 슈사쿠의 침묵). 바로 이것이 침묵의 위대한 힘입니다.
3. 마음이 실린 위대한 침묵의 힘은 일상에서 어떻게 드러나는가?
첫째. 마음이 실린 따뜻한 침묵이 사람을 위로합니다. 이 세상 살아가는 동안 우리 모두 불같은 시험, 절망적 고통, 광풍노도 같은 환난, 무거운 짐과 수고로 기진할 때가 있습니다. 그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고,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억지로 말하려고 하는 것보다 진정한 마음을 실은 따뜻한 침묵으로 묵묵히 고통 당하는 사람 곁을 지켜주는 것이 더욱 위로가 됩니다.
둘째. 마음이 실린 밝은 침묵이 사람을 편하게 합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거북한-어색한-불편한 분위기를 만났을 때 무슨 말이라도 하여 그런 분위기를 추스르려고 합니다. 그러한 경우 마음이 실린 밝은 침묵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서양 속담에 "할 말이 없을 때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When you have nothing to say, say nothing)" 라고 하였고, 또한 채근담에 “사람과 사람의 자연스러운 관계는 유유자적함에 있다. 음식은 권하지 않고 저 먹고 싶은 대로 먹는 것을 기쁨으로 삼고, 바둑은 다투지 않는 것을 이김으로 삼으며, 음악은 작곡자나 제목을 알려하지 않고 즐기는 것을 으뜸으로 삼고, 모임은 다음을 기약하지 않고 그 날 모임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참되고, 손님은 마중하고 배웅하는 繁文縟禮(번문욕례-번거롭고 폐스러운 예절)를 없이 함을 편하다 한다” 고 하였습니다.
셋째. 마음이 실린 지혜로운 침묵이 불필요한 논쟁-공허한 말장난-괜한 오해를 그치게 합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생각 없이 함부로 말하는 우리의 말버릇 때문에 일어나는 공연한 오해-논쟁-심지어 인간관계 단절을 경험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상에서 스스로 자기 자신의 말하는 습관을 예의 점검하고 주의 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서양을 물론하고 예로부터 지혜로운 침묵에 대한 격언이 많은 것을 흘려들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지혜입니다.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키 어려우나 그 입술을 제어 하는 자는 지혜가 있느니라(잠10:19) *미련한 자라도 잠잠하면 지혜로운 자로 여기우고 그 입술을 닫히면 슬기로운 자로 여기우느니라(잠17:28) *죽고 사는 것이 혀의 권세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를 좋아하는 자는 그 열매를 먹으리라(잠18:21) *말하기 좋다하고 남의 말을 말을 것이,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재앙은 입으로부터 생긴다(Out of the mouth comes evil) *침묵은 무의미한 말보다 낫다(Silence is better than unmeaning words) *웅변은 은, 침묵은 금(Speech is silver, but silence is gold).
침묵은 말이 없어도 존재할 수 있으나 말은 침묵 없이 존재 할 수 없습니다. 침묵에 뿌리내리지 않은 말은 공허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침묵이 말보다 위대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침묵은 말이 아니면 암흑 속에 갇혀 無化(무화)되기 때문입니다. 침묵은 말로 인하여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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