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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흘렸던 기억

김학규............... 조회 수 2479 추천 수 0 2011.04.19 15:22:21
.........

나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가장 큰 아픔 속에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외할머니는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겨울이 되면 털이 달린 고무신을 신문지로 곱게 싸서 따뜻한 이불속에 묻어두었다가 내어주시곤 했다. 그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면 눈이 쌓인 길을 걸어가도 발바닥이 따뜻하게 느껴지곤 했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맛있는 떡이나 과일들을 준비했다가 몰래 주시기도 하셨는데, 늘 외할머니가 계셔서 든든하고 평안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형들이나 여동생은 다른 방에서 잤지만 나는 늘 외할머니 방에서 함께 잠을 자곤 했다.

 

한 번은 여섯 살 쯤 되었을 때, 아버지의 손을 잡고 먼 곳으로 갔다가 길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아버지도 어디로 갔는지 안 보이고 길도 어디가 어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나는 화홍문과 개천을 생각해냈다. 항상 개천과 연결된 화홍문 근처에서 동네 아이들과 함께 놀았기 때문이다. 그 개천을 따라서 계속 올라가면 집이 나올 것 같아 그렇게 했는데, 늦은 밤이 되어서야 나는 간신히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때 외할머니는 맨발로 뛰어나오면서 나를 끌어안고 펑펑 우셨다. 하마터면 나를 부모 없는 고아로 만들 뻔 했다면서 외할머니는 한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때 나는 어린 나이였지만 외할머니의 진실한 사랑을 뭉클한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외할머니가 천국에 계시겠지만, 길을 가다가도 비슷한 할머니를 보면 깜짝 놀라기도 한다. 가끔 내 이름을 부르시면서 현관문을 열고 활짝 웃는 얼굴로 들어오실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생전의 외할머니를 마음속에 떠올리면서 눈시울을 적시는 감사기도를 하곤 한다.


댓글 '1'

김성숙

2011.04.19 20:09:57

저도 울 외할머니를 무지 좋아했어요. 삼춘 집에 가면 항상 맛있는 거 먹여 주시고 엄마 아플때 외할머니가 우리들에게 모든 걸 다 해주셨거든요~! 할머니보다 더 외할머니를 좋아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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