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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체에 실린 최용우의 글을 한 곳에 모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글이 실린 매체를 찾을 수 없어서 올리지 못한 글도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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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시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정오 12:30분 에...
<처음맨트> 차한잔 마시면서 전해드리는 [햇볕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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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눈썹이 없는 여인
어디를 보나 나무랄 데가 없는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한가지 숨겨진 큰 컴플렉스가 있다면 그것은 눈썹이 정말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짙은 화장으로 눈썹을 그리고 다녔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그러던 이 여자에게도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습니다. 정말로 사랑했습니다. 남자도 여자에게 다정하고 따스하게 대해 주었고 두사람은 곧 결혼을 했습니다.
그러나 여자는 그 눈썹 때문에 항상 불안했습니다. 일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여자는 자기만의 비밀을 지키면서 행여나 들키면 어쩌나... 그래서 남편이 자기를 싫어하게 되면 어쩌나. 따뜻하기만 한 남편의 눈길이 경멸의 눈초리로 바뀌는것은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삼년이란 세월이 무사히 지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이들 부부에게 예상치 않던 불행이 닥쳐왔습니다. 남편의 사업이 일순간 망하게 된거지요. 두사람은 길거리고 내몰려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했습니다.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이 연탄배달이었습니다. 남편은 앞에서 끌고 여자는 뒤에서 밀며 열심히 연탄을 배달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던 오후였습니다. 언덕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리어카의 연탄재가 날아와 여자의 얼굴은 온통 검뎅 투성이가 되었습니다.
눈물이 나고 답답했지만 여자는 얼굴을 닦을 수 없었습니다. 혹시나 자기의 비밀이 들켜버릴까봐요. 그때 남편이 리어카를 세우고 아내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수건을 꺼내어 얼굴을 닦아주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눈썹부분만은 건드리지 않고 얼굴의 다른 부분을 모두 닦아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눈물까지 다 닦아준 후 다정하게 웃으며 남편은 다시 수레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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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 잊혀지지 않는 기억
전철역 지하도 계단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쩔쩔매고 있는 휠체어를 탄 아가씨가 있었습니다. 청년 몇이서 그 휠체어를 번쩍 들어 큰 길 까지 옮겨 주고 말없이 웃으며 눈인사를 주고받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청소부 아저씨의 리어카 쓰레기 더미 위에 책가방을 얹어놓고 가파른 언덕길 위로 리어카를 밀어주고 학원으로 향하던 재수생의 이마에 흐르던 땀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언젠가 젊은 아기 엄마가 버스 한 구석 자리에서 보채는 아기에게 살포시 가슴을 열고 젖꼭지를 물리며 부끄러워 시선을 들지 못하던 그 보기 드문 순수한 모성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유난이 말이 없던 어느 여집사님이 누군가 볼 새라 살짝 교회에 들어가 길게 기도하고 나오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집사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참 좋아집니다.
깊은 산 속의 나무는 누가 보지 않아도 때가 되면 꽃이 피고 열매를 떨어뜨려 다시 새싹을 돋게 합니다. 누군가가 베푼 행위에 대해 대가를 계산하지 않는 것이 순수한 마음이고, 순수한 행위야말로 누군가의 머리 속에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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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백만장자의 파티
어느 백만장자의 집에서 파티가 열렸습니다.
술을 나르던 하인이 실수로 포도주잔을 깨뜨리는 바람에 그만 깨끗하게 수리가 끝난 벽을 얼룩지게 만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주인은 심한 꾸중과 더불어 화를 내고는 손님들을 데리고 사냥을 나가버렸습니다.
그때 한 사람이 스스로 남겠다고 자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안절부절 못하는 하인을 위로한 후, 갑자기 붓을 꺼내 들더니 얼룩진 곳을 중심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주인은 깜짝 놀랐습니다. 얼룩진 벽은 간데 없고 그 자리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벽화가 완성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그림은 '쫓기는 사슴'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누구나 조금씩은 얼룩진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허물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그 허물을 잠시 가리고 살 뿐. 누가 그 허물을 가리워 주겠습니까?
다른이들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주며, 감싸주며, 눈감아 주며, 오히려 아름답게 승화시켜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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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나의 과수원
저는 자그마한 과수원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과수원은 저의 전 재산이며, 하루의 대부분을 이 과수원에서 보냅니다. 지난 20년간 가꾸어 온 저의 과수원에는 온갖 향기로운 꽃들과, 달콤한 열매와 시원한 나무 그늘이 있고, 저는 그 그늘에서 날마다 유유자적 생을 즐기며 온갖 열매를 따며 살고 있습니다.
저의 과수원에는 신앙의 나무와, 문학, 철학, 시, 그림, 고전의 나무가 있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있고, 때로는 폭풍우 치는 칠흙 같은 어두움과, 광명의 새아침과, 감격과 감사와 기도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작지만 알차고 평온한 저의 과수원을 아주 부러워합니다. 어떤 사람은 하루종일 저의 과수원에서 서성이며 이나무 저나무, 만져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나마 과수원을 꾸미는데도 적잖은 눈물과 땀과 물질이 투자되었습니다. 행복하게도 우리 아이들은 아빠의 과수원에서 놀며 어린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가끔씩은 나무를 꺾거나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이를 하지만, 저는 개의치 않습니다. 저는 이 아이들도 아빠처럼 자신들만의 과수원을 꼭 갖기를 마음속 깊이 바라고 있습니다.
저의 과수원은 약 3000천권 정도의 책이 있는 제 개인책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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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메뚜기 튀겨 먹기
작년 가을 우리집 식탁에는 들판에서 잡은 메뚜기 튀김이 심심치 않게 아이들의 간식거리가 되었었습니다. 그런데 메뚜기를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튀기는 일이 참 쉽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놈들을 후라이팬에 올려놓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후라이팬을 좋아하는 메뚜기는 한 마리도 없습니다. 깜짝 놀라 사방팔방으로 뛰어버립니다. 뛰기 전문가인 메뚜기가 놀라서 튀어버리면 다시 잡기가 여간 곤란하지 않지요. 그래서 쓰는 방법이 뜨거운 물에 확 담궜다가 꺼내어 바로 후라이펜에 올려놓고 튀깁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죄에 익숙해지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합니다. 정말 두렵고 떨리는 일입니다. 예배에 대해 진지하지 못한 것, 성경의 권위를 말로만 인정하는 것, 기도를 하지 않는 것, 세상 유행에는 매우 민감한 것… 이런 일들은 근본적으로는 예수님의 곁에서 점점 멀어지게 하는 조짐의 시작들입니다. 불평을 한다거나 헛소문을 퍼트린다거나 험담을 하는 일은 예수님 옆에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예수님의 곁에서 멀어지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은 정말 두렵고 떨리는 일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의식이 성령의 뜨거운 물에 확 들어갔다 나오기 전에는 저 살아있는 메뚜기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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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맨트> 월간 [들꽃편지]발행인 최용우전도사님이 띄워드리는 [햇볕같은이야기]는 cyw.pe.kr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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