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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체에 실린 최용우의 글을 한 곳에 모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글이 실린 매체를 찾을 수 없어서 올리지 못한 글도 많습니다. |

샘터 2001.7 행복수첩 원고
양복입은 신사와 된장
고향에서의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가기 위해 준비를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는 고춧가루며 양념 같은 것을 싼 올망졸망한 봉지들을 마루 한 가득 펼쳐놓았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감춰두었던 것들을 꺼내오시느라 이리저리 왔다갔다 분주합니다. 일년에 기껏 서너번 얼굴만 내미는 불효막심한 자식도 자식이라고, 저렇게 아껴 두었던 것을 박스 옆구리가 터지는 것도 모르고 꾹꾹 눌러 담으십니다.
그러나 손에 무엇을 들고 다니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싫은 이 나쁜 아들은 "가져가라" "못 가져가겠습니다." 하며 늙은 어머니와 옥신각신 말다툼을 합니다. (고향에 내려 갈 때는 주신 정성을 생각해서 꼭 모두 가져오리라 다짐했건만, 마루에 쌓여 있는 그 많은 상자들을 보는 순간... 오! 하나님 용서하소서)
결국 그 많은 봉지들 중에 베낭에 들어가는 것으로 딱 한가지만 가져가겠다고 선포를 합니다. (아, 어머니의 섭섭해하시는 표정. 결국 눈물까지 글썽이는어머니... 어머니 죄송합니다. 빨리 커다란 트럭을 사서 주시는 것 다 가져가겠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그 한가지를 하필이면 '된장봉지'를 선택했습니다.
"넌 어렸을 때부터 내가 만든 된장국이 제일 맛있다며 잘도 먹었지.'하면서 장독대로 가더니 누런 된장을 한 양동이 가득 퍼 오셨습니다.
행여 국물이 새어 나올까봐 싸고 또 싸서 베낭에 넣어 짊어지니 등에 닿는 된장의 촉감. 거 참! 기분 되게 야릇하네요. 그럴 듯 한 양복입은 신사가 지금 등에 된장을 가득 짊어지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안다면 얼마나 배꼽을 잡고 웃을 일 입니까. 그래서 전 일부러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조심 '된장운반작전'을 실시합니다. 기차 안에서도 자꾸 눈이 선반의 베낭으로 갑니다. 행여 된장국물이 새어 나와 그 시금털털하고 구리구리한 냄새가 진동을 하면, 기차 안에 일대 소동이 벌어질게 뻔합니다.
드디어 무사히 집에까지 왔습니다. 시골에 다녀온 아빠의 가방 속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궁금해서 후다닥! 열어보던 아내와 두 딸들은 눈앞에 펼쳐진 노란 된장봉지를 보고는 뒤로 넘어져버렸습니다. (*)
최 용 우
[햇볕같은이야기](http://cyw.pe.kr)라는 무료 인터넷신문을 매일 발행하고 잇으며, 그림처럼 아름다운 충북 보은의 깊은 산골짜기에 폐교된 학교를 빌려 지친 나그네들에게 쉼을 제공하는 [갈릴리마을]을 섬기고 있습니다.
약력/기독신학대학원대학교, 월간<들꽃편지>발행인(통권226호), 들꽃피는교회 준비중, 저서-칼럼집과 시집 모두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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