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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체에 실린 최용우의 글을 한 곳에 모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글이 실린 매체를 찾을 수 없어서 올리지 못한 글도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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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2001.8월 (행복수첩) 원고
항아리에 얽힌 비밀
처남이 고층아파트로 이사를 하는데 이삿짐을 날라주러 갔었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 아파트 복도에는 집집마다 문 앞에 작은 자투리 공간이 있어서 그곳에 항아리나 쓰레기통을 내 놓고 썼습니다.
하필이면 처남의 집이 엘리베이타에서 가장 먼 끝집인 810호여서 짐을 옮기는데 꽤 힘이 들었습니다. 짐을 다 옮기고 나서, 땀을 닦으며 짜장면 한 그릇 맛있게 먹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요란하게 싸우는 소리가 났습니다. 나가보니 805호에 사는 무섭게 생긴 한 아주머니가 "누가 우리 항아리 뚜껑을 깨뜨렸는지 잡히기만 하면 요절을 내버릴꺼야!" 하며 온갖 욕설을 다 퍼붓고 있었습니다.
"아이쿠! ~ 그러고 보니 내가 범인이구나!"
침대 메트리스를 옮기다가 그만 잘못하여 항아리 뚜껑을 건드려 깨뜨린 것 같습니다. 짐을 옮기는데 온 신경을 쓰다보니 항아리 뚜껑을 건드린 사실을 까맣게 몰랐습니다. 그 여자의 기세가 어찌나 등등한지 "내가 그랬다"고 나섰다가는 온 동네에 우세 꺼리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누구 본 사람도 없는데 뭐' 하며 얼른 집안으로 들어와 숨어버렸습니다.
밖이 조용하길레 살금살금 도망치려고 나와서 엘리베이터로 향해 가는데 바로 그 옆집 803호의 항아리 뚜껑도 깨져 있었습니다. '이그, 많이도 깼네 또 한번 난리가 나겠군! 쩝!' 하며 깨진 항아리를 바라보고 서 있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엄마야 ~ ! 저는 얼른 도망을 쳐 엘리베이타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인척 하며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아이고, 항아리 뚜껑이 깨졌네. 복도에다 항아리를 내놓아서 사람들 다니는데 불편했겠구나. 사람은 안 다쳤는지 모르겠군! 안으로 들여놔야겠다."
그 소리를 먼발치서 듣고있던 저는 그만 가슴이 찌잉~. 그 길로 항아리 가게를 찾아가서 예쁜 항아리 두 개를 사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그 803호의 벨을 눌렀습니다. 정중히 사과를 하고 새 항아리 한 개를 드렸습니다.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나머지 한 개 항아리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을 때 805호 대문밖에 놓고 걸음아 날살려라~ 하고 도망쳐왔습니다. 에구! (*)
최 용 우 '햇볕같은이야기(http://cyw.pe.kr)'라는 기분 좋은 무료 인터넷신문을 매일 발행하고 있으며, 그림처럼 아름다운 충북 보은의 깊은 산골짜기에 폐교된 학교를 빌려 꾸민 [갈릴리마을]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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