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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체에 실린 최용우의 글을 한 곳에 모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글이 실린 매체를 찾을 수 없어서 올리지 못한 글도 많습니다. |
[크리스챤투데이] 2002.3.18- 에구, 갖은양념만 있엇어도...
주간<크리스천투데이> 최용우............... 조회 수 1807 추천 수 0 2002.02.27 13:48:23아내가 하루 집을 비우는 사이에 점심 한끼를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평소엔 외출을 할 때 식사를 완벽하게 챙겨 놓아야 안심이 되는(?) 아내가 오늘은 생각지 못한 급한 일로 갑자기 외출을 한 것입니다. 라면이라면 자신 있는데... 아까부터 아이들이 커다란 요리책을 들고 다니며 아빠도 요리 한번 해 보라고 꼬십니다.
"알았어! 까짓거 아빠도 할 수 있어. 오늘은아빠가 한번 해 볼께"
앞치마를 매고, 폼을 잡았지만 뭐부터 해야 할 지 난감합니다. 요리책에서 제일 쉬워보이는 볶음밥에 도전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재료를 준비하고...볶음밥의 포인트는 색깔을 내는 것이라... 갖가지 색깔을 내는 재료를 여기저기 뒤져 준비합니다.
당근으로 오랜지색을 내고, 양파로 하얀색을 내고, 밭에 있는시금치 몇개 뽑아와 푸른색을 내고, 게맛살 껍데기로로 빨강색을 내고...에구, 표고버섯으로 까만색을 내야 하는데 , 표고버섯도 없고 피망도 없고, 소고기도 없고... 없는것은 그냥 말고.
다진 재료를 후라이팬에 볶은 다음 간장 2숫갈, 마늘 찧은것 넣고... 그 다음에 '갖은양념'을 넣어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갖은양념'이 없네.
"좋은아, 너 갖은양념이 뭔지 알아?"
"모르는데요" 갖은 양념이 뭘까? 여러가지 양념이란 뜻인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다른 요리에도 대부분 '갖은양념'을 한다고 되어 있네요. 요리에 되게 중요한게 '갖은양념'인것 같은데...마누라는 왜 갖은양념도 안 사다놨을까. 어쨋든 없는것은 빼고.
마지막으로 밥을 넣으려고 밥통 뚜겅을 여니, 앗! 까만색이다~ 밥에 흑미를 넣어 까만밥이었습니다. 밥을 재료와 함께 섞어 볶았습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아무래도 칼라가 안나옵니다. 밥 색깔이 너무 진해서 온통 까만 볶음밥이 되어버렸습니다.
부랴부랴 계란 후라이를 해서 아래에 한장 깔고 위에 한 장 덮어까망색이 안보이도록 위장을 하였습니다. 계란에는 케찹으로 예쁘게 하트모양도 그리고. 드디어 요리완성!
"근데, 아빠...요거 먹어도 될까?" 기대반, 근심반으로 아이들이 수저를 못대고 쳐다 봅니다. 요리책에 나온 것처럼 선명하고 울긋불긋하고 먹음직스러운 요리를 기대했다가, 시~ 큼하고 냄새도 이상하고, 계란으로 덮어 위장을 한 요리를 앞에 두고 아이들의 식욕이 뚝 떨어져버린것 같습니다.
"야, 그래도 '갖은양념'이 없어서 그랬지. 고거만 있었으면 오늘 요리는 성공했다구. 그래도 아빠 체면을 생각해서 엄청 맛있는 표정을 지어봐. 그런데 내가 봐도 이상하다...에구..갖은 양념만 있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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