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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체에 실린 최용우의 글을 한 곳에 모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글이 실린 매체를 찾을 수 없어서 올리지 못한 글도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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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큰딸 좋은이가 판암동에 있는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가까운 곳에 학교가 하나 있어서 1년동안 다녔는데 친구가 없어 그렇잖아도 내성적인 성격이 더 움츠려드는것 같아 조금 고생이 되더라도 대전시내에 친구들이 많이 있는 학교로 보냈습니다.
문제는 40분정도 되는 통학거리를 이제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아이가 시내버스 타고 혼자 다녀야 된다는 것입니다. 3월 한달 동안은 엄마 아빠가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판암동까지 버스를 타고 나가 좋은이를 데리고 들어 오면서 열심히 버스 타는 연습을 시켰습니다.
엄마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차를 잘 못타면 시외로 나가버리기 때문에 찾을수도 없고, 내릴 때 못내리면 시내로 들어가 버리는데 정말 생각만해도 큰일입니다. 아직은 한글도 더듬거리고, 숫자도 제대로 모르는 좋은이가 걱정이 되어서 자다가도 일어나 한숨을 쉽니다.
"아빠가 있어도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차를 타 보아라. 아빠는 저기 전봇대 뒤에서 잘 하나 못하나 보고만 있을꺼여"
차가 쌩쌩 다니는 길에서 지나가는 버스마다 번호를 확인하느라 고개를 빼고 들여다 보는 좋은이가 안스럽습니다. 그러다가 멀리 630번 버스가 보이자 "아빠, 아빠!" 하면서 차를 발견했다고 소리를 지르며 아빠를 부릅니다.
그런데 버스가 멈추지 않고 그냥, 생~ 하고 지나가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움메, 움메 저걸 어찌까... 마침 저 앞에 있는 신호등에 걸려 멈춰 있어서 정신없이 뛰어가 버스문을 두드려 열고 탔습니다.
"아니, 버스 정류장에서 서지도 않고 그냥 지나가 버리면 어떡해요?"
"타는 사람이 아무도 업섰는디?"
"무슨소리예요? 얘가 내내 버스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린애가 버스를 탈 줄은 몰랐지요"
.....음메... 정말 큰일이다. 한시간에 한대씩 있는 버스인데, 좋은이 혼자만 서 있으면 버스들이 안 세워 주고 그냥 지나가버릴꺼 아닌가.. 흐미...정말 으찌야쓰까... 으찌야쓰까..
"오늘은 좋은이 혼자서 갈때도 버스 타고, 집에 올 때도 타고 오는 거야?"
"정말요? 잉~"
"아냐, 지금까지 많이 다녔으니까 혼자서 이제 충분히 할 수 있어 그렇지?"
"예!"
좋은이 보고 어부동 오는 버스 번호가 뭐냐고 확인을 하니 잘 외우고 있었습니다.
"좋은아, 버스가 오면 정류장에 서있다가 아저씨가 보이도록 손을 높이 번쩍 올려야 돼 알았지? 그냥 서 있으면 타는 사람이 없는줄 알고 획--지나가버린단 말야. 지난 번에도 그냥 지나가서 한시간이나 기다렸잖아."
좋은이 혼자서 판암동까지 가는 버스를 태워서 보냈습니다. 좋은이가 학교에 있는 시간 내내 걱정이 떠나질 않습니다. 제대로 내릴데서 내렸는지, 졸다가 지나쳐 버리지는 않았는지 신호등은 잘 보고 건넜는지. 그래서 아빠가 나가 좋은이가 버스를 기다리는 곳 뒤에 어디쯤 숨어서 잘 타는지 지켜 보기로 했습니다.
"아는 척 하지 말고 그냥 숨어서 지켜 보기만 해야 돼요. 그래야 저 혼자서 확실하게 알게 되지!"
"알았어."
정류장옆 골목에 숨어서 좋은이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기다리던 다른 사람들 틈에 섞여서 버스를 잘 탔습니다. 아내에게 40분쯤 후에 정류장에 나와 기다리라고 연락을 했습니다.
나중에 아내에게 들으니 정류장에서 기다리는데 차 안에서 엄마를 보더니 얼굴이 환해 지면서 내려 아침에 타고 갈때부터 내린것, 올 때의 이야기들을 쫑알 쫑알 신이나서 무용담처럼 들려주더라 했습니다.
"음 그랬어? 아이구 그랬구나!...."
저 스스로도 뿌듯한 모양입니다. 오늘은 혼자서 해냈으니까 말입니다. 사실은 뒤에서 기사 아저씨한테 부탁하고, 아빠가 나가서 몰래 숨어서 살피고 했는데 말입니다. 장하다 좋은아! 오늘 정말 장하다. 누가 뭐래도 장하다!
지난 목요일에는 한시간에 한대씩 있는 차를 두 대나 놓쳐서 두시간이나 뙤약볕에 서서 기다리다가 4시차를 타고 들어오기도 하였지만, 이제 좋은이는 혼자서도 버스를 잘 타고 다닙니다.
오늘은 식용류와 계란을 사기 위해서 판암동에 나갔습니다. 일부러 좋은이 하교하는 시간에 맞추어 나갔습니다. 일을 다 보고 약국 뒤에 숨어 좋은이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큰 시계 바늘이 12자에 오면 차가 온다고 가르쳤더니 정류장에 오자마자 약국 유리문에 달라 붙어 약국 안에 있는 시계를 확인합니다. 그러다가 언듯 숨어 있는 아빠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녀석이 그대로 정류장 앞으로 나가 차를 기다리고 서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못봤나? 아니, 나를 발견하고 눈이 똥그래지는 것을 내가 봤는데...)
금방 차가 왔습니다. 좋은이는 위풍당당 자신만만하게 손을 번쩍들고 미국의 스키선수 오노처럼 헐리우드엑션을 하여 버스를 세웠습니다. 저렇게 하면 운전수가 못보고 그냥 지나치지는 않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좋은이도 차에 타고, 저도 뛰어가 차를 탔습니다.
"아빠가 숨어 있는것을 제가 다 봤어요"
... 아하, 그러니까 요녀석이 자기 혼자 버스를 잡아 탈 수 있다는 것을 아빠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아빠를 보고도 못본 척 했구나.
그래... 좋은이 참 잘한다.
최용우 전도사 (월간 <들꽃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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