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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체에 실린 최용우의 글을 한 곳에 모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글이 실린 매체를 찾을 수 없어서 올리지 못한 글도 많습니다.

[충청기독신문] 2002.5.8 유산으로 남겨줄 성경책..

기독신문잡지 최용우............... 조회 수 2741 추천 수 0 2002.06.19 2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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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기독신문] 칼럼      성경책을 당분간 안찍으면 안될까?

  저는 요즘 네살박이 제 둘째딸 밝은이와 한가지 숨바꼭질을 하는 것이 있습니다. 눈만 뜨면 하는 말이 "나 그림 그릴꺼예요"  맨날 해골바가지나 똥골배기나 거미줄만 그리면서도 줄기차게 그림을 그리게 연필을 달라고 합니다. 밝은이가 길쭉한 막대기 끝에서 까맣거나 빨간 줄이 나온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입니다. 해골바가지를 그리든 거미줄을 그리든 그림만 그리면 오죽이나 좋습니까. 그런데, 일단 밝은이의 손에 연필이나 볼펜이나 메직이나 사인펜이나  뭐든지 필기도구가 들어가면 끝장입니다. 볼펜은 볼이 빠져버리고 메직은 뭉개져버리고 사인펜은 김이 빠져 버리고 색연필은 부러져버립니다. 엄마 책상의 그 많던 펜을 다 끝장내고, 아빠 서재의 팬도 다 해먹어버렸습니다. 지금 우리집 어른들은 밝은이만 나타났다 하면 볼펜을 감추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저는 지금 밝은이가 절대로 모르는 장소에 필기도구를 감춰놓고 쓰고 있습니다. 방안이며  마당 여기저기에서 쉽게 눈에 띄는 망가진 필기도구들… 그동안은 건망증이 너무 심한 수정이 이모가 다 해먹었는데 밝은이는 한술 더 뜨고 있는중입니다.
  망가져서 쓸모 없어진 필기도구를 한 주먹 책상 위에 올려놓고 바라봅니다. 정말 아깝습니다. 어떤 필기도구는 상당히 비싸고 고급 제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깝기는 하지만 필기도구가 옛날처럼 귀한 것도 아니고 지금은 손쉽게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 그뿐입니다.
  아, 그래요. 이 필기도구 같은 것이 또  한가지 있습니다. 바로 성경책입니다. 제 주변에도 여기저기 성경책이 여러 권 돌아다닙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성경책이 너무 흔합니다. 흔하기 때문에 귀한 줄 모르고, 귀한 줄 모르기 때문에 성경을 잘 안보며, 잘 안 보기 때문에 성경대로 살지 못하며, 성경대로 살지 못하니 성경의 능력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너무 비약했나요?
  전에 섬기던 교회에서는 예배를 마치고 나면 주보와 함께 성경책 여러권이 그냥 의자에 남겨져 있곤 했습니다. 들고 다니기도 귀찮고, 집에도 성경책이 있으니 그냥 놓고 다니는 것이며 그 성경책은 예배용인 셈입니다. 그래서 한번은 예배를 마친 후에 성경책을 모두 거두어 안내석 뒤쪽 서랍 속에 쌓아두었습니다.
  그러나 없어진 성경책을 찾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고, 그 다음주엔 모두 다 새 성경책을 어디에선가 구해와서 천연덕스럽게 보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안내석 뒤쪽 서랍속의 성경책은 1년내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성경책 귀한 줄 알게 하기 위해서라도 성경책을 당분간 인쇄하지도 말고 서점에서 성경책을 팔지도 말자고 주장을 한다면, 궤변일까요?
  금식을 해 본 분들은 알 것입니다. 금식 3∼4일쯤 되면 황홀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외부에서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으니까 3일이나 4일쯤부터는 자기 몸의 내부에 저장해두었던 영양분을 빨아들여 공급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성경을 읽을 때 이런 황홀감이 없습니다. 성경책 구하기가 힘들어지면 아마도 아쉬움도 느끼게 되고 이런 황홀감도 체험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시 궤변이지요?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이 어렵게 구한 성경 한 권을 서로 나누어 보기 위해 손으로 일일이 옮겨 적은 필사 성경 사진을 본적이 있습니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핑 돌더군요. 이렇게 성경 한 권이 없어서 서로 배껴야 하고, 성경이 발각되면 처벌을 받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성경책을 소외시킨 것을 눈물로 회개해야 합니다.      
  망가져서 쓸모 없어진 필기도구처럼, 나의 성경책도 그렇게 용도폐기 된 것은 아닌지. 아직도 내 이름 석자 새겨진 나의 성경책이 없다면 빨랑 '내 이름이 새겨진 성경책'을 만드시만드시고, 내 성경책은 있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한 참 찾아야 한다던가, 먼지가 1쎈치 쯤 쌓여 있고 쥐발자국이 화석같이 찍혀 있다면 아! 하나님이 성경을 거두어 가시기 전에 빨리 회개하시라.  
  제가 잘 아는 어떤 분의 성경책은 옛날 세종대왕이 훈민정흠 연구하며 먹다가 흘린 라면국물자국 같은 누리딕딕한 얼룩이 가득 한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눈물자국이랍니다. 참으로 은혜스럽고 가치있는 성경책입니다. 우리 생애에 후손에게 신앙의 유산으로, 가보로 남겨 줄만 한 그런 성경책을 한 권 만든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최용우 전도사 <들꽃편지>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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