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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체에 실린 최용우의 글을 한 곳에 모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글이 실린 매체를 찾을 수 없어서 올리지 못한 글도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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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아빠의 목욕
참으로 황홀한 시간은 너무 짧습니다

작은딸 밝은이는 아빠를 닮아서 씻는 것을 싫어합니다.
엄마가 "밝은아 목욕하자" 하면 번개처럼 순식간에 어디론가 숨어버립니다. 하지만 엄마는 밝은이를 기어코 찾아와 몸 구석구석을 박박 문질러 때를 벗겨냅니다. 밝은이는 아프다고 인상을 쓰며 소리를 치고, 엄마는 절대로 그런 밝은이의 엄살을 봐주는 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목욕할 때마다 엄마와 딸의 말다툼 소리가 욕실 밖까지 요란합니다.
그러나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아빠랑 같이 샤워할래?" 하면 어느새 옷을 벗어 던져버리고 욕실로 우당탕 뛰어들어 옵니다. 아빠는 엄마처럼 살이 빨개지도록 벗겨내지도 않으며, 대충대충 온 몸에 비누칠을 하고 비누거품을 내면서 장난을 치는 일이 바로 목욕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 하나님이 다 필요하니까 때를 주셨는데, 그렇게 모질게 벗겨버릴 것까지야 있겠습니까. 그저 까마귀가 '아저씨, 아저씨'만 못하도록 잘 숨기면 되지...(아, 우리동네에 까마귀 많이 삽니다.)
무엇보다도 밝은이가 아빠의 넓적한 등에 비누칠을 하고 등을 밀어주는 일은 참 신나는 일입니다. 아이의 작은 손이 등에서 꼼지락거리는 느낌은 간지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온 몸에 전율이 흐릅니다. 그 느낌 모르시죠? 등을 밀다가 팽개쳐버리고 등에 찰싹 달라붙어 "아빠 사랑해~~" 하고 아양을 떠는 딸아이의 부드러운 살결의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
딸과 아빠가 서로 스킨쉽을 하며 목욕을 하는 시간은 정말 기가막힌 시간입니다. 그러나 일평생 삶 중에서 이 행복한 기간은 아주 짧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좋은이는 오래 전에 아빠와 목욕하는 일이 끝났고, 유치원 다니는 밝은이도 몇 번이나 더 같이 목욕을 할 수 있을지... 에휴... 딸딸이 아빠의 비애... 목욕탕 같이 다닐 아들을 하나 꼬옥~ 낳아야 하는데...
최용우/월간<들꽃편지> 발행인
최용우 (2002-09-26 오후 4: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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