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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체에 실린 최용우의 글을 한 곳에 모아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글이 실린 매체를 찾을 수 없어서 올리지 못한 글도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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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엔 학(鶴)도 살어
최용우의 들꽃편지, 학과같이 사는 아이 좋은이는 신나겠네
▲ 논둑에서 어슬렁거리는 백로
"아빠, 오늘 학교에서 '학'(鶴) 새를 배웠는데, 우리 집에도 학이 산다고 했더니 친구들이 아무도 안 믿어요. 그래서 지금 친구들 보여 줄려고 학을 그리고 있어요."
학교에서 돌아온 좋은이가 방바닥에 엎드려 연습장을 펴 놓고 학 그림을 가득 그렸습니다. 연습장의 한 가운데 목이 길고 통통한 학 한 마리를 그려놓고 (에구... 어째 타조같다...^^) 주변에 각 부분을 자세하게 세밀화로 그렸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 집 근처에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백로가 한 마리 있습니다. 백로, 두루미, 왜가리, 황새를 가리켜 학(鶴)이라고 하는데, 그 모양이 비슷비슷해서 새의 이름을 정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목과 다리가 긴 모습의 백로를 보고 좋은이가 학(鶴)이라고 말하는 것이 그리 틀린 말은 아닙니다.
아마도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학' 사진이 나왔고, 집 주변에서 자주 보던 새라 "우리 집에도 학이 산다"고 의기양양해서 외쳤을 것입니다. 대청호가 생기기 전에 산너머 동네를 '학골'이라 불렀으며 상당히 많은 백로가 살았다고 합니다.
다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백로가 지난 여름부터 날아와 살고 있습니다. 얼마나 반가운지요. 우리집 주변에 2년동안 묵혀서 풀이 무성해진 논에 메뚜기들이 제법 삽니다. 아마도 그걸 잡아 먹으려고 날아온 모양입니다. 어느 때는 마당에 성큼성큼 걸어 다니기도 하고 어느 때는 두 세 마리가 집 앞 소나무 위에서 날개를 치는 모습이 영락없는 한 폭의 동양화입니다.
그건 그렇고... 좋은이 친구들아, 정말이야! 좋은이네 집 근처에 학이 살어. 믿어줘. 모처럼만에 뻐길 일 생긴 학과 같이 사는 아이 좋은이는 신나겠네. 하하하...
최용우 (2002-11-07 오전 11:46:25)
조회수 : 401회
http://www.chtoday.co.kr/template/news_view_life.htm?code=lif&id=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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