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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14 10:10
홍승표의 <마음하나 굴러간다>를
읽다
최용우의 '독서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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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함이 그리운 이에게 |
책을 보고 흥분해 본것이 얼마만인지. 정확하게 30분 걸렸습니다. 저자인
홍목사님이 사인해 놓고 간 책을 들고 읽기 시작한 지 30분만에 다 읽었습니다.
그것도 한편 한편을 정독하며, 200페이지나 되는 책인데 눈한번 안 떼고
읽은 것입니다.
"한 5년 쓴 것 같아요. 잘 아는 어떤 분은 10년에 한권씩 쓰고
싶다 하던데... 글은 억지로 쓰려고 하면 안써지고, 그래도 쓰려고 하면
꾸미는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비오는 날 새로 바뀐 차를
몰고 찾아오셔서 나의 책방에서 나눈 대화 입니다.
잘 알고 지내던 한 자매님이 목사님의 책을 만들어 주겠다던 약속을
지켜 책이 세상에 나왔답니다. 재생지를 사용한 책이 손에 쥐어지는
느낌이 참 따숩다는 생각이 드네요.
책도 숨을 쉽니다. 이 책의 숨결은 숲속에서 잔잔하게 부는 산소와 같이
따스하면서도 개운합니다. 뒤끝이 깔끔한 책입니다. 이 책은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어야 제맛이 납니다. 빨리 읽으면 봐야
할것을 못보고 지나갈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산책길을 노닥거리며
걷듯 그렇게 봐야 제맛이 나는 책입니다.
세상살이가 좀 빡빡하신 분들, 마음에 따스함이 그리운 분들에게 살짝
선물하기 좋은 책입니다. 저는 오늘 이 한권의 책으로 인하여 행복에
겨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요 몇 년 동안 제가 사는 곳에는 도토리 나무에서 도토리가 거의 안
열린답니다. 우리교회 교우님들이 들려주신 얘기입니다. 왜 그러냐고
제가 물어보니 교우님 대답 "도토리 나무는 들녘을 바라보고 도토리를
낸대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 제가 물어보니 들녘에 풍성히 낟알이 맺히면 도토리는
안 나오고, 들녘이 썰렁할 만큼 낟알이 시원찮으면 도토리가 많이 나온다는
얘기라네요.
참 신기한 이야기를들었습니다.
어제 산책길에서 홍시를 두 개 주웠습니다. 길가에 앉아서 한 개를 먹고
더 먹을까 하다가 "너만 입이냐!" 하는 소리 들리는 것 같아
풀섶에 놓아두고 돌아왔습니다. 오는길에 김남주님의 시 '옛마을을 지나며'가
생각나더군요.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조선의 마음 곁으로 조금 다가간 것 같아 스스로 대견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나뿐 아니라 너를 헤아리는 마음. 사람뿐 아니라 생명을 헤아리는 마음.
이 가을 그렇게 맘이 넓어지면 좋겠습니다.
감기 몸살로 며칠째 고생입니다. 무리를 했던거죠. 우리교회 교우들이나
이웃들은 약을 먹으라, 주사가 속(速)하니 주사를 맞으라고 안쓰러워
하지만 저는 그냥 감기를 충실하게 앓고 있습니다.
감기는 몸을 잘 못 추스르고 몸보다는 생각과 마음이 앞서간 못된 삶에서
온 걸 아는 제가 어찌 약이나 주사를 통해 후딱 감기를 벗어나겠어요.
그보다는 삶을 돌아보며 묵묵히 감기를 앓아야지요. 마침내 감기가 깨우쳐줄
것을 다 깨우쳐주고 물러 갈 때까지 말입니다.
깊이 생각해 보면 고마운 맘으로 감기를 앓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못된
삶에서 깨어나라고 아픔을 통해 깨우쳐주니 말이죠. 이 감기를 앓고
나면 몸과 맘이 훨씬 개운해질 것 같습니다. 맑은 가을 날씨만큼이나요.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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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크리스천투데이2003.10.19> 최용우의 독서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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