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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 독자서평

계룡산 아래 동학사 인근에서 마음 수련을 해 온 이현주 목사가 삼척으로 거처를 옮기고 나서 종교와 세상에 대한 명상 에세이를 묶어 펴냈다. 우리에게 기독교 목사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궁극적인 신의 세계를 탐구하는 작은 인간으로서 다가온 이현주 목사는 이번에 신(예수)의 발치에 한발 더 다가선 느낌이다. 기독교라는 종교를 통해 세상의 지혜를 깨우치고 알고 나누려는 저자의 노력도 감지할 수 있다. 이 책은 2000년 봄부터 <세계의 신학>이라는 감리교 목회자 대상의 계간지에 실린 글을 엮은 것이다. 교회를 떠나 좀더 열린 마음으로 종교와 신학에 대해 탐구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그가 몸담고 있는 기독교에 얽매이지 않고 종교를 바라보고 있다. 산마루 정상에 올라서면 발 디딜 곳이 없지만 시야가 확 트이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하는 저자의 넓어진 종교관과 세계관은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평화와 인간에 대한 부분(1부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기독교의 성찰에 대한 부분(2부 문제를 해결하지 말아라), 범 종교와의 소통에 관한 부분(3부 그러므로, 저는 당신입니다)의 3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시와 글이 어우러져 성과 속을 넘나드며 식견을 펼치는 그의 이야기는 친근한 선생님의 모습과 구도자의 모습을 함께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법당에서 설법한 얼치기 도사인가?

이현주 목사는 인기있는 강사요, 작가다. 그는 기독교의 개신교뿐만 아니라 천주교의 성당에서도 강론하였고, 부처님 오신 날에는 법당의 법석에 앉아 사부대중을 상대로 설법을 펴기도 했다. 또한, 노자의 무위사상에도 큰 관심을 두고 탐구하고 있다. 이 책에는 달라이 라마의 평화를 위한 기도, 틱 낫한의 시, 노자의 경구 등이 많이 등장한다. 뭇사람들은 이런 저자의 모습을 보고 얼치기 도사라고도 하고 너무 높은 데 오르려는 척 한다고도 비난한다. 그러나 그의 글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의 진정한 마음은 ?예수? 한 사람, 하나의 신만을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불교나 노자를 통해 자신의 신앙 세계가 더 튼튼해지고 넓어짐을 느낀다. 이 책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모습은 다른 종교를 탐구하면서 어떻게 하면 자신을 비울 수 있는가, 낮게 가져갈 수 있는가, 신앙의 참 모습을 깨우쳐 "그 분께" 다가 설 수 있는가, 를 실천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부처님 오신 날 법당에서 설법하고 나서 불교 신자들이 찬송가를 부르자고 하자, ?내게 강 같은 평화?를 부르며 성령의 기운이 이 세계에 넘쳐나는 것을 느꼈다는 저자의 말에서 그의 신앙관은 범종교를 초월한 지점, 궁극의 한 지점으로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 안에 있는 문제―기독교

저자의 출발점, 즉 그의 삶은 기독교이다. 이미 <그래서 행복한, 신의 작은 피리> 등의 많은 전작에서 자신의 종교관을 밝혔고, 이 책에서 수없이 강조하듯이 그는 비록 교회의 건물을 떠나 목회를 하고 있지 않지만 그의 모든 것은 예수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그의 시작과 끝은 예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래서 그는 기독교인에게 무한한 애정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목회자들에게 많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가끔 날선 비판이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그는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기독교인(목회자)의 불성실함과 종교인의 도리에 대해 예리하게 얘기하고 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그의 눈에 비친 오늘의 기독교는 더 많은 수련을 해야 한다. 믿음과 신학, 부활, 영성, 교인들의 문제에 대해 그가 생각하고 처방하는 방안은 아주 간단하다. 예수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밥 알 하나라도 온 정성으로 먹는 것이 그가 주장하는 믿음과 영성의 요체다. 바울로를 가장 본받고 싶어하는 이현주 목사는 바울로가 행한 믿음의 자세를 따라 오늘날의 교회가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모든 것이 합하여 선을 이룬다. 세상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종교세계를 찾아가는 저자는 자신이 느낀 것을 많은 사람에게 나누고자 한다. 그 방법으로 글을 쓰고 강연하고 함께 기도한다. 이 한권의 에세이 속에서 저자의 생활과 생각은 종교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의 평소 삶이 그렇듯이 한 개인의 성찰은 사회의 성찰로 확장되고 자연의 질서에까지 관심이 넓어진다. '상대방의 몽둥이에 맞아 머리가 깨어질지언정 그 몽둥이를 꺾기 위해 내 손에 몽둥이를 들지는 않을 것이다'며 평화를 바라는 작은 마음과 자연의 원시적 보전을 얘기할 때는 또 다른 진지함을 보이고 있다. 오래 정진한 종교인의 삶과 글에서 나타나는 생활의 감동 또한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저자의 글은 읽을수록 작은 울림을 일으키게 한다. 얘기하듯 기도하듯 쓴 이 책의 각 글에서 더 높은 곳에 있는 종교의 근원이 무엇인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고민해야 할 바는 무엇인지, 그리고 함께 깨달을 바는 무엇인지 잔잔하게 말하고 있어 작은 울림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종교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평화와 세상살이의 성찰에 대해서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음은 앞선 자의 도리이리라. 가진 책을 다 정리하고, 한 톨 쌀과 한 방울의 국물까지 먹어서, 더 많이 비우고 낮아지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을 이 책을 통해 느껴볼 수 있는 행복을 맛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