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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가인 이철수님이 매일 아침 그의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는 이들에게 끄적거려 보낸 엽서 모음집입니다.
한폐이지에 위쪽에는 엽서그림과 아래쪽에는 엽서의 내용이 적혀있는데, 처음에는 아래 활자로 된 글을 읽다가 어느새 엽서에 손글씨로 꼬물꼬물 쓰여진 손글을 읽게 되는 이상한 책입니다.
결혼하기 전 저는 엽서를 참 많이 썼습니다. 작은 엽서에 깨알같은 글씨와 그림을 그려 사랑하는 이들에게, 그리운 이들에게 보냈었습니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니 다시 엽서를 끄적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철수님이 매일아침마다 이메일로 보내주는 이 엽서를 1년 넘게 받아보고 있는 오랜독자입니다.
엽서는 한장 한장 편하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은 다시한번 엽서를 읽게 합니다. 한권 사서 보세요. 약 200통의 손으로 쓴 엽서를 받은 것 같은 행복과 기쁨이 넘칩니다. 2005.1.22 최용우

건빵에 바늘 구멍 두개는 바람 빠지라고 뚫어 놓은 거라지요?
부풀어 망가지지 말고 차분하게 익으라고
꼭꼭 바늘로 찔러준 흔적이 눈 같습니다.
건빵 몇 알 집어 먹다가 농담 같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람 얼굴에 눈 두개, 귀 두개, 콧구멍 두개, 입하나 왜 뚫어 두었겠어?
바람 들어 부풀지 말고
얌전히 잘 사시라는 뜻이시겠지 - 이철수 올림

겨울 저녁상에 무슨 반찬 자주 올라오나요?
시린 배추김치 한포기 꺼내다 쭉쭉 찢어서 밥위에 결쳐먹는 것도 재미있지요?
동치미 잘 익었으면 밥이건 국수건 말아 먹어도 속이 시원합니다.
우거지 김치 모아 두었다가 돼지고기 몇 점 넣고 푸욱 끓이면 씹을것도 없이 미끄럽게 넘어가는 그 맛도 여간 아닙니다.
가을에 거두어 놓은 콩 한바가지 퍼다가 불려 삶아서 청국장 띄워 놓으면 청국장 끓여 먹는 재미도 손꼽을만 합니다.
논에 나가 짚 한 줌 쥐어다가 삶은 콩 틈에 넣고 깔아서 보자기 덮고 담요 폭 덮어 놓으면 하얀 진이 끈적거리는 청국장이 됩니다. 냄새가 고약하다는 이들도 있지만, 먹어버릇 하면 더없이 매력있는 향기가 되기도 합니다. '먹어버릇 하고 젖어서 익숙해지면' 그렇지요. 낮설면 소용없는 일입니다.
입맛도 시류가 있고 세태가 있어서 잊혀지는가 했더니 요즘은 건강식으로 다시 각광받는다지요. -이철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