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병무의 <주식회사 장성군>을 읽다 1.

연초에 노무현 대통령이 전 공무원들에게 필독하라는 메일을 보냈다는 바로 그 책입니다. 지방 자치 10년 동안 지방자치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 된 장성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전국의 공무원들이 장성군을 밴치마킹 하기 위해 장성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합니다.
장성군은 제가 태어난 고향입니다. 어머님이 고향에 계셔서 며칠 전에도 장성에 다녀왔습니다. 장성군은 어느 순간 굉장히 독특한 군이 되었습니다. 두 가지만 이야기를 하면, 어느 날 장성군청에 일이 있어서 갔습니다. 서울의 롯데백화점이나 삼풍백화점(삼풍?)같은 백화점 입구에서 ‘안녕하세요’하고 예쁘게 인사를 하는 그 아가씨들이 공손하게 “어서오세요” 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대부분 군청이나 경찰서 앞에는 나이든 경비원이 경비실 안에 앉아있거나 총을 든 경찰들이 폼잡고 서 있는데, 장성군에는 경비실과 경찰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백화점 앞에나 있는 아가씨들이 멋진 제복을 입고 서서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군청입구에 경찰을 세우는 것보다 이벤트 회사의 인사도우미를 세우는 것이 훨씬 비용이 작게 든다고 하네요. 아마도 군청에 들어가면서 백화점에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군청은 장성군밖에 없지 싶습니다.

장성군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관공서와 학교의 담장을 허물어버린 곳입니다.
장성군은 또 전국에서 처음으로 표준식당메뉴표를 만들어 가게 밖에 부착한 곳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다른 지역에서도 식당 밖에 메뉴표를 많이 붙이더군요.
장성군은 전국 지자체 중에서 두 번째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든 곳입니다.(서울시청 홈페이지보다도 더 빨리 홈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급한 일이 생기면 119 전화를 이용하듯, 장성군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장례도우미제도를 만들어서 누군가 돌아가셨을 때 전화 한 통만 하면 담당자들이 달려와 장례절차를 대행해 줍니다.
장성군은 전국에서 가장 ‘여권’소유자의 비율이 높은 곳이며, 해외에 나갔다가 온 사람들의 비율이 서울보다도 더 높다고 합니다.
장성군에 대해 열거하려면 끝이 없습니다. 하하하 제가 장성에 대해서 어떻게 이렇게 잘 아냐구요? 장성군에서 발행하는 ‘장성21세기’라는 월간지를 오랫동안 받아보고 있고 제 글이 몇 번 실리기도 했기 때문에 잘 압니다.    
  
<주식회사 장성군>을 쓴 양병무는 서울의 광염교회 이야기인 ‘감자탕 교회 이야기’를 쓴 분이시기도 하고 장성이 고향이기도 합니다. 고향을 떠나 살다가 소문난 고향 이야기를 쓰면서 얼마나 자랑스럽기도 하고 뿌듯한 마음이었을까요.
이 책은 유성의 ‘광장서점’에서 구입했습니다. 안산에서는 ‘한가람문고’ 보은에서는 ‘문경서점’이 단골이었는데, 이곳으로 이사 와서 찾은 서점이 바로 ‘광장서점’입니다. 서점 주인과 이 책을 사면서 안면을 텄습니다. 서점 주인과 알고 지내면 여러 가지로 좋은 점이 많습니다. 서점 안에서 아무리 오래 있어도 눈치를 볼 필요가 없지요.^^
철밥통이라고 부르는 공무원 사회인 한 지자체가 어떻게 의식개혁을 이루어서 놀랍게 변화되었는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는 책을 손에 잡으면 단숨에 읽어 내려가게 합니다. “내 앞에서 ‘그런 관례가 없어서...’이렇게 이야기하는 과장, 계장이 있다면 그 손에서 결제 도장을 빼앗아버리겠습니다.”하고 말하는 군수의 말은 너무나도 통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