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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밤길 소묘

김필곤 목사............... 조회 수 2501 추천 수 0 2011.09.19 11: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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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밤길 소묘

 

오랜만에 시골 밤길을 걸었습니다. 해마다 열리는 대학생들 수련회가 강원도 시골에서 있어 시간을 내어갔습니다. 밤이 되어 홀로 밖으로 나갔습니다. 동네 앞쪽으로는 큰 강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동네 좌우로는 논과 밭이 있었고 밭에는 옥수수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동네 주변으로는 산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었습니다. 밤이 되니 물 흐르는 소리가 연인들의 소곤거리는 소리처럼 낮은 음으로 들렸습니다.

동네 길에 들어서자 한 마리의 개가 짖었습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 밤에 개들의 합창이 울려 퍼졌습니다. 한 사람이 깃발을 들면 벌떼처럼 모여드는 인터넷 게시판 같지는 않지만 개들도 한 마리가 짖으면 영문도 모르고 동지애를 가지고 같이 짖는 듯 여기 저기에서 그치지 않고 짖어댔습니다.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인 것처럼 그동안 흐르던 시골 길 밤의 정적은 한 순간에 깨뜨려져 버렸습니다. 사랑한다는 말 백 마디를 했을 지라도 헤어지자는 말 한 마디면 그 모든 것이 끝장이 나듯 한 마리의 개의 부르짖음은 시골 밤길의 고요를 무너뜨리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개 짖는 소리 속에서 밤하늘을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시골 밤하늘이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 번쯤은 하늘을 보아야겠다고 다짐하지만 하늘 보기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하루에 한 번이라고 밤하늘을 제대로 보면 마음은 풍요를 잃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비가 온 후이고 아직도 장마가 끝나지 않아서인지 맑고 밝은 별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 옛날 시골에서 여름이면 모깃불을 펴놓고 평상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던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연기가 흐르는 쪽으로 평상을 놓고 누워 있으면 조금 연기로 코와 눈이 부담스럽기는 하였지만 살은 모기로부터 자유함을 받았습니다. 여름 저녁 산들거리는 바람은 집 울타리에 심겨진 플라타너스 잎에 연인들의 속삭임처럼 감미로운 화음을 심어 주었습니다. 플라타너스 잎의 사각 사각거리는 소리는 시골 저녁의 고요를 가르는 세미한 음성이 되어 사랑의 연가처럼 들려왔습니다. 평상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세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시인이 된 듯한 욕심없는 낭만이 있었습니다. 언어 표현능력은 없었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이 밤이 깊어질수록 더 밝게 다가오는 별빛처럼 가슴 깊이에서 꿈틀거렸습니다. 별들의 이름도 모르고 사람들이 지어낸 별들의 사연도 아는 바 없었지만 고요가 흐르는 시골 밤하늘의 별은 낯설지 않는 정겨움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거래로 생각하는 도시 사람의 마음처럼 계산된 이기심은 없었습니다. 쉽게 지루해 하고 쉽게 바꾸는 도시인의 경망함도 자신의 의견을 절대시하는 교만한 사람들의 아집도 없었습니다. 날씨만 흐리지 않는다면 언제나 눈만 들으면 볼 수 있도록 별은 계산하거나 차별하지 않고 초롱초롱 빛을 드러내어 주었습니다. 조금만 마음 상해도 못견디어 하고 늘 이익과 편리, 쾌락을 좇는 도시 사람들의 얼굴은 시골 밤하늘의 별 속에서 볼 수 없었습니다. 소음 속에 묻혀버린 양심일지라도 고요 속에서는 밝게 드러나듯 정막속에 흐르는 별빛은 마음에 평화를 주고 양심의 소리를 밝게 밝혀 주었습니다. 지나가던 나그네일지라고 붙들고 밥을 대접하는 시골 사람들의 정겨운 마음들이 별 하나 하나에는 걸려 있었습니다. 현란하게 꾸미지 않고 정직을 가장하지 않아도 아름다움과 꾸미지 않는 순수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밭일을 하던 논일을 하던 새참시간이 되고 점심시간이 되면 지나가던 사람들을 불러 같이 식사하시던 아버지의 풍성한 마음이 밤하늘의 별 속에는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평상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는 아들에게 공부를 재촉하지 않고 "얘야, 너무 오래 있지 말고 조금 시원하면 방에 들어가서 자라"하시던 아버지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무더운 여름밤이지만 그래도 평상에 누워 있으면 낭만과 고요 속에서만 들려오는 자연의
정겨운 음성이 있었습니다. 풀벌레 소리, 개 짖는 소리,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 바람소리 등 여름밤에 들을 수 있는 자연의 소리는 여름 내내 들어도 지치지 않았습니다. 수박이 익어갈 때는 밭에 따온 수박을 물 속에 담가 놓았다가 온 가족이 평상에 모여 앉아 잘라먹는 풍성함도 있었습니다. 냉장고는 없었지만 차가운 샘물을 길러 그 속에 담가 놓으면 한낮의 태양으로 데워진 수박 속이 그래도 시원하게 되었습니다. 반딧불이 별빛이 되어 풀 속으로 사라져 가듯 고요가 흐르는 시골집들의 불빛이 하나 둘 꺼져갔습니다. 가정마다 다 사연이 있을 것입니다. 시집와서 일평생 한 곳에 살며 잔뼈가 굳은 노인들이 나이만큼 덤덤한 마음으로 잠을 청하고 있을 것입니다. 자식들 도회지에 보내어 놓고 자식 잘되기를 기도하는 노인도 있을 것입니다. 죽음을 앞에 놓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잠을 청하지 못하고 뜬눈으로 무거운 침묵을 견디어 내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개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한 집 한 집 불이 꺼져가고 있습니다. 불이 꺼져간다고 밤하늘이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마을에 더 어두움이 깊어질 뿐입니다.

밤이 깊어 가는 시골 길에 홀로 서서 마지막 꺼져 가는 불빛을 봅니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외딴 곳에 있는 십자가의 불빛이 어둠 속에서 마지막까지 한줌의 빛으로 남아 있습니다. 붉고 현란한 십자가가 아니라 은은하게 조명을 받고 서있는 십자가의 불빛이 어둠이 깊어질수록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시골 밤길 소묘/섬기는 언어/열린교회/김필곤/200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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