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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 밥상까지, 입맛 당기는 우리말

칼럼수필 박남일............... 조회 수 1387 추천 수 0 2011.09.24 10: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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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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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날마다 마주하는 밥상에는 그 맛만큼이나 구수한 우리말이 널려 있다. 예쁘고, 정겹고, 맛깔스런 우리 토박이말의 행진은 먹거리를 장만하는 때부터 시작하여 밥 짓고, 국 끓이고, 김치 담그고, 나물을 무치는 등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드는 과정 내내 이어진다. 끓이고, 삶고, 지지고, 볶아 만든 음식이 가득 차려진 우리의 밥상은, 입맛 당기는 우리말의 진수성찬이나 다름없다.

어느 나라 사람들을 막론하고 먹거리의 대줄거리는 곡식과 채소, 그리고 가끔씩 먹던 고기다. 우리 겨레가 주로 먹어온 곡식은 흔히 오곡(五穀)이라 일컫는 쌀, 보리, 콩, 조, 기장 따위다. 그중에서 으뜸인 쌀로 밥을 지어먹는다.

한편, 우리 겨레는 갖가지 채소와 풀로 김치나 나물처럼, 굉장히 가짓수가 많은 밑반찬을 만들어 먹어왔다. 여기에 갯벌이나 바다에서 난 조개와 생선, 해조류 따위가 곁들인다. 물론 가끔씩 소, 돼지, 닭, 오리 고기 따위도 먹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처럼 먹을거리 가짓수가 많은 겨레도 없을 터다. 따라서 거기에 붙여진 우리말의 가짓수가 많은 것은 당연지사다. 벼논에서 부엌을 거쳐 밥상에 이르기까지, 입맛 당기는 우리말이 풍성하다.

우리는 하루에도 두세 번쯤은 쌀로 지은 밥을 먹고 산다. 특별한 날에는 쌀로 떡을 빚어 먹기도 한다. 그럼 쌀은 어디에서 나는 걸까? 이 물음에 ‘쌀나무’라고 답하는 사람은 가히 ‘도시촌놈’이라는 말을 들어도 싸다. 쌀나무는 없다. ‘벼’라는 식물이 있을 뿐이다. 모판에 뿌려진 볍씨가 어느 정도 자라면 모내기를 한다. 여름 내내 물과 햇볕과 바람을 흠뻑 먹고 빳빳하게 자란 벼에서는 황금빛 열매가 알알이 달린다. 그게 ‘나락’이다. 가끔 나락을 쌀의 사투리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벼의 열매는 나락이고, 그 나락 껍질을 벗긴 게 쌀이다.

쌀의 품종은 많다. 하지만, 그 가짓수는 크게 ‘찹쌀’과 ‘멥쌀’로 나눌 수 있다. 밥을 짓거나 떡을 빚었을 때 끈적끈적한 찰기가 많은 것은 찹쌀이며, 그렇지 않은 쌀은 멥쌀이다. 멥쌀로 만든 떡은 포슬포슬하고 찹쌀로 만든 찰떡은 쫄깃쫄깃하다. 또 같은 쌀이라도, 오래된 ‘묵은쌀’보다는 갓 추수한 ‘햅쌀’이 맛이 좋다.  

쌀을 솥에 안쳐 지은 게 밥이다. 밥에도 여러 가지 이름이 있다. 가마솥에 지은 밥은 ‘가맛밥’이다. 그런데 쌀을 물에 불려서 시루에 찐 밥은 ‘시루밥’이 아니라 ‘지에밥’이라 한다. 지에밥은 그냥 먹기 위한 밥이 아니라 다른 먹을거리를 만드는 데 밑이 되는 밥이다. 예컨대 찹쌀로 만든 지에밥을 떡메로 쳐서 늘인 다음에 썬 것이 바로 인절미다.

지어진 상태에 따라 밥을 부르는 말도 다르다. 물기가 많아서 질게 된 밥은 ‘진밥’이다. 반면 되게 지어져 고들고들한 밥은 ‘된밥’이다. 된밥 중에서도 아주 꼬들꼬들한 밥은 ‘고두밥’이다. 옛적에 나이 많은 시부모에게 고두밥을 지어 올려 소박맞았다는 며느리의 눈물겨운 사연 한 번쯤은 들어봤음 직하다. 한편, 솥바닥에 눌어붙은 밥을 그대로 긁어낸 것은 ‘누룽지’다. 그런데 가마솥에 물을 부어 불린 다음에 긁은 것은 ‘눌은밥’이다. 이처럼 누룽지와 눌은밥은 엄연히 다르다.

그릇에 밥이 담긴 모양에 따른 이름도 있다. 먼저 그릇 위로 소복하게 올라오도록 담은 밥은 ‘감투밥’이다. 그런데 감투밥을 다 먹지 못하고 남기는 때도 있다. 그렇듯 먹다가 남긴 밥을 ‘대궁밥’이라 한다. 쌀이 모자라던 옛적에, 남의 집에 가서 쌀밥을 대접받은 손님은, 그 집안의 배고픈 누군가를 위해서 일부러 대궁밥을 남기는 게 예의였다고 한다.

밥을 어디에서, 또 어떤 상황에서 먹느냐에 따라서도 그 이름이 다르다. 감옥에서 먹는 밥은 ‘구메밥’이다. ‘구메’는 옛말로 구멍이다. 감옥의 좁은 구멍으로 넣어준 밥이라는 뜻이다. 또 농부들이 들에서 모를 내거나 김을 맬 때 먹는 밥은 ‘기승밥’이다. 집안이 기울어, 남의 집에 곁들어 드난살이하면서 먹는 밥은 ‘드난밥’이다. 눈칫밥과 같은 드난밥은 한마디로 눈물에 젓은 밥이다.

지금은 남아도는 게 쌀이어서 대궁밥 놓고 다툴 일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기후변화가 무쌍한 시대에 단 한 번의 흉작으로 쌀 생산에 큰 차질이 생길지도 모르다. 다행히도 아직 우리는 날마다 쌀로 지은 밥을 먹고 또 먹는다. 그래도 물리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살림’이란 ‘쌀’이 우리 몸의 ‘살’로 바뀌는 과정이어서 그런 것일까.

* 뒤에서 두번째 단락 마지막 줄의 "눈물에 젓은"에서 "젓"은 원래 "ㅈ" 받침인데 일부러 "젓은'으로 썼습니다. 성 적이거나 광 고성 또는 속된 말을 쓰면 글등록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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