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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믿음의 사람들로

마태복음 허태수 목사............... 조회 수 1668 추천 수 0 2012.01.08 23: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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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마15:21-28 
설교자 : 허태수 목사 
참고 : 춘천성암교회 http://sungamch.net 

이런 믿음의 사람들로
마15:21-28

2009.1.11

지난주는 금년의 첫째 주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도행정 3장에 나오는 ‘성전 미문으로 올라가다가 나면서부터 앉아서 사는 사람을 일으켜 세운’ 베드로 일행의 믿음을 계승하자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소유는 오로지 [예수그리스도]밖에 없다는 것을 토대로 말입니다.

오늘도 여전히 저는 믿음의 삶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그 예로 들게 될 이가 바로 가나안 여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녀 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딸이 정상아가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절규를 들어보면 흉악한 귀신 들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딸의 병 나음을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예수께서 귀신을 쫓아내고 병든 자를 낫게 한다는 이야길 듣고 주님에게로 달려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여인을 대하는 예수님의 태도가 우리를 당혹케 합니다.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은 '이분이 정말 우리 주님 맞아?' 할 정도입니다. 주님은 딸의 치유를 소망하며 애처롭게 매어달리는 이 여인을 상대조차 하지 않으십니다. 여인은 큰 소리로 '주 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내 딸이 흉악히 귀신 들렸나이다."라고 절규하며 뒤를 따릅니다. 그러나 주님은 일언반구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

참 의외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긍휼과 사랑이 넘쳐서 인간의 약함을 보아 넘기지 못하시던 그 주님이 맞나 할 정도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제자들도 당황합니다. 그래서 민망해하며 주님께 간청합니다. "주님, 저 여자가 아까부터 우리 뒤를 쫓아오면서 저리도 소리를 지르지 않습니까? 얼른 그녀에게 뭐라고 말을 해서 좀 보내시지요." 그래도 주님은 그녀에게 아무런 말씀도 않으십니다. 상종치 않으려는 태도로 대신 제자들을 향해 "나는 이스라엘 집의 잃어버린 양 외에는 다른 데로 보내심을 받지 않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때 여자가 앞에 와서 예수님께 절을 올리며 간구합니다. "주님, 저를 좀 도와주십시오." 길을 가로 막고 엎드려 간청하는 여인을 앞에 두고 주님은 드디어 입을 엽니다. 그런데 그분의 입에서 나온 그 말씀은 너무도 뜻밖이었습니다.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니라."

여러분, 이 상황을 한번 떠올려보십시오. 주님이 이 말씀을 하셨을 때 그 주변 분위기가 어떠했을까요? 아마 모두가 다 입을 따악 벌리고 말았을 겁니다. 눈이 휘둥그레진 채 아니, 어떻게 저렇게 말씀하실 수 있을까? 싶었을 겁니다. 그 말씀은 참으로 모욕적인 언사였습니다. 그녀와 그녀의 딸은 졸지에 개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마 주님이 이 말씀을 하셨을 때 주위는 쥐죽은 듯 고요했을 것입니다.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을 겁니다. 숨이 멎는 순간입니다. 주님이 이런 몰상식하고 비인격적인 말씀을 하시리라고는 아무도 상상치 못했습니다. 정말 오늘따라 주님이 이상하십니다. 여느 때의 그 주님이 아니십니다. 이럴 수가 없습니다. 주님이 왜 이러시는 걸까요?

우리는 흔히 이 상황을 주님이 여인의 믿음을 시험하시려 일부러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글쎄요. 그럴까요? 주님이 언제 당신 앞에 나오는 이들의 믿음을 이렇게 야멸차게 말씀으로 시험해 보신 적이 있으셨나요? 그런 해석은 너무 본문을 희석시키는 관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주님의 심기가 매우 불편하셨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지금 기분이 상당히 다운되어 있습니다. 기분이 나쁜 상태입니다. 그러니 그렇게 말씀하신 겁니다. 주님은 지금 유대 땅을 떠나 이방 땅에 와 있습니다. 왜 유대 땅을 떠나신 걸까요? 그 땅에 정이 떨어진 겁니다. 요한은 요1:11절에 보면 "주님이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치 아니했다"고 했습니다. 주님은 자기 땅에서 배척을 받으셨습니다.

보십시오. 13:53절 이하에는 고향사람들로부터 배척받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고향이 뭡니까? 다른 지역 사람들은 다 버린다 해도 그곳만은 품어주는 곳이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바로 그 고향사람들이 당신을 배척합니다. 14장에서 주님은 민중과 함께 합니다. 적어도 이들은 자신들을 위해 온 당신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5병 2어의 기적 후 문제가 생겼습니다. 마가복음이나 요한복음에 보면 저들은 배부른 까닭에 예수님을 억지로 왕 삼으려고 했고 계속해서 떡을 요구합니다. 이에 주님은 '당신이 하늘로부터 내려온 산 떡'이라며 '생명의 양식'임을 설명하자 많은 사람들이 주님을 떠나고 맙니다. 그렇게 믿었던 민초들도 당신을 떠났습니다. 15장에서는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을 만나지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들은 그래도 누구보다도 하나님의 뜻을 잘 안다는 엘리트들인데 어찌 그들과 하나님의 아들 사이에 논쟁이 일어나는 겁니까? 저들조차도 주님을 배척합니다. 이쯤 되면 주님도 낙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입술로는 존경하되 마음은 먼' 저들이었고, '앞 못 보는 소경이 되어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잘 본다고 여기는 저들에게 질렸습니다. 그나마 의지가 되었던 세례요한도 헤롯의 손에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쯤 되자 주님도 낙심이 되었습니다. 힘든 건 힘든 겁니다. 그래서 21절에 보면 '거기서 떠났다'고 했습니다. 그 유대 땅을 떠나 이방인의 땅 두로와 시돈 지방으로 오신 겁니다. 쉬시려고, 기운을 좀 북돋우려고 오신 겁니다. 주님도 탈진하셨습니다. 기운이 빠지셨습니다. 상황이 너무도 힘겨웠기에 만사가 귀찮으셨습니다. 그래서 낮선 곳에 가서 모든 걸 다 잊고 잠시라도 좀 쉬시고자 두로와 시돈에 오신 겁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한 이방여인을 만난 겁니다. 잠시 사역에서 손을 놓은 상태의 주님은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그녀를 상대조차 하지 않은 겁니다. 그냥 돌아가 주길 바란 겁니다. 그런데 여인이 앞을 가로막고 나서자 주님조차도 믿기지 않는 그런 말이 튀어 나간 겁니다.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니라."

누가 뭐래도 이건 실언입니다. 주님도 '아차' 하셨을 겁니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습니까? 그러나 지금의 주님의 상태는 이런 말을 하고도 남을 상태였습니다. 일전에 '못해 먹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매스컴이 맹공을 퍼부었고 국민들도 비난을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도 똑같은 발언을 하신 겁니다. "메시야 못해 먹겠다." 지금 심기가 그렇습니다.

한편으론 경솔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솔직하기도 한 겁니다. 우리는 뭐 그런 말 안합니까? "야, 이거 못해 먹겠다"는 말, 수없이 합니다. 남에게는 안 해도 가까운 지인들에겐 합니다. 게다가 조금 더 보태서 합니다. '치사해서 못해 먹겠고, 더러워서 못해 먹겠고.' 그렇지 않습니까? 예수님이 지금 그런 상황입니다. 마치 기진한 엘리야가 로뎀나무 아래에서 '하나님, 나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그만 데려가 달라'고 했던 거나 같습니다. 엘리야가 인간이듯이 주님도 인간입니다. 그러니 탈진할 수 있고, 만사가 귀찮을 수 있고, 모든 게 성가실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그래도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니라." 이건 실언입니다. 이제 물을 엎질러졌습니다. 주님의 이 실언으로 주위는 숨죽은 듯이 고요하고 모든 사람들의 눈길은 여인을 주시합니다. 저 여인이 과연 어떻게 나올까? 여러분 같으면 어떻게 나오겠습니까? "야, 이놈아, 니가 메시야면 메시야지 날 이렇게 모욕할 수 있느냐?" "니가 능력이 있으면 있지, 안 고쳐주면 그만이지 이렇게 사람을 무시할 수 있느냐?' 이게 일반적인 반응 아닙니까? 그런데, 그런데 이 여인은 그렇게 반응을 하질 않습니다. "주여 옳습니다. 그렇고 말구요. 주님의 말씀이 천 번 백번 옳습니다. 어떻게 자녀에게 줄 떡을 개에게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러나 주님, 개들도 제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만은 얻어먹질 않습니까?"

위대한 여인입니다. 엄청난 여인입니다. 멋진 여인입니다. 여인의 이 말 한 마디가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킵니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오고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 눈시울이 붉어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반응이 그녀로부터 나온 겁니다. 그 얼음처럼 굳어있던 긴장의 분위기가 일순간에 녹아내리고 있었습니다. 그 여인의 그 말, 아니 그 믿음으로.

복음서 기자는 그녀의 그러한 반응 앞에 나타내신 주님의 반응을 이렇게 28절에서 소개합니다. "이에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여자야 네 믿음이 크도다 네 소원대로 되리라 하시니 그 시로부터 그의 딸이 나으니라." 저는 이 장면을 상상하면 몸에 전율이 옵니다. 모든 것이 다 씻기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합니다. 얼마나 멋진 여인입니까? 이 여인은 주님을 다시 일으켜 세운 여인입니다. 주님이 여인을 일으켜 세우기 이전에 여인이 먼저 주님을 일으켜 세운 겁니다. 다시 용기를 주었고 희망을 주었습니다. '이런 믿음도 있구나. 다 배척하고 돌아서는 게 아니구나. 이방인에게도 이런 믿음이 있거늘 하늘 백성들에게도 기대할만 하지 않는가.' 주님은 다시 힘을 얻은 겁니다. 이 이방여인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먼저 서로에게 이런 믿음의 위로와 격려가 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까리 서로 일으켜 세워줘야 합니다. 교회만 오면, 어떤어떤 교우만 만나면  풀죽어 있던 마음이 새살처럼 돋아나야 합니다. 누군가로부터는 어딘가 에서는 비난을 당했어도 성암교회만 오면, 교회의 교우들만 만나면 다시 살 힘이 생기는 그런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그게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고 새 일을 일으킬 믿음입니다. 그게 믿음입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을 세워주고 높여주고 힘이 되게 했더니 결국은 그게 자신에게로 돌아와 자신이 세워지는 것입니다. 이런 믿음의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금년은 이런 믿음의 사람들이 되자는 겁니다. 참으로 천한 여인이지만 그로 인하여 예수님이 새 힘을 얻으셨던 것처럼 그렇게 나로 인해 예수님이 하시는 일들이 이 땅에서 지치지 않고 확산되게 하십시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런 내가 누군가에게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 그게 바로 믿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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