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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것이 아름답다
칼 오너리,박웅희 / 대산출판사
「이코노미스트」, 「휴스턴 크로니클」 등에 글을 기고하는 ...
느림의 아름다움: 치유, 이완, 휴식, 여유 등 속도의 시대에 ...
◈ 저자소개
칼 오너리-속도광에서 느린 삶의 전파자로 거듭난 칼럼니스트
에딘버그 대학에서 역사와 이탈리아어를 전공하고, 런던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옵저버」, 「내셔널 포스트」, 「휴스턴 크로니클」 등에 프리랜서로 글을 써오고 있다. 속도광인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취재를 하는 동안 과속 딱지를 받기도 했다.
옮긴이: 박용희
전남대학교를 졸업한 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현재 출판기획자와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 『깃털 모자』, 『언젠가는 고마워할 거야』, 『똥』, 『로마』,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 등이 있다.
◈ 원페이지북
1. 느리게 살기
느리게 살면 삶이 행복해진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에 우리는 늘 시간에 쫓긴다. 과거에는 인간 및 자연계의 고유한 속도와 적정한 시기를 존중했다. 그러나 19세기 산업 혁명 이후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단시간에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 되었다. ‘시간이 돈’이므로 모든 일상 행위를 더 빨리 하고, 단시간에 더 많은 활동을 하며,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행복해진다는 강박관념이 퍼져나갔다. 우리는 시간을 쪼개 돈을 벌고, 시간 절약 제품을 사들였지만 시간은 여전히 부족하고, 욕망은 채워지지 않았다. 무리하게 속도를 높인 결과 각종 부작용이 속출했다. 사람들은 각종 스트레스와 질병에 시달렸고 가족, 친구와 멀어졌다. 인간의 탐욕으로 환경이 파괴되었다.
이에 대항하여 1960년대부터 단순하고 소박한 삶의 가치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욕망과 속도를 줄이자는 ‘느리게 살기’(slow movement) 운동이 세계적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무엇이든 느리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속도를 내면서 지금 이 순간 하는 일을 즐기자는 것이다. ‘느린 것이 아름답다’는 이 운동을 이끄는 일본 나무늘보 클럽의 표어이다. 클럽 대표가 쓴 동명의 책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느리게 살면 경제적 이익을 다소 포기해야 하지만, 마음이 여유롭다면 정말 원하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어 적은 물질로도 만족할 수 있다.
느림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서두르는지,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느린 삶이 관심을 끌면서 명상, 불교에 심취하는 등 영성을 추구하는 일반인도 늘어났다. 이렇듯 느리게 살기 운동은 종교가, 명상가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영성에 관심이 없어도 느림이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느리게 할 때 집중력이 높아지고 창의성을 발휘하게 되므로 오히려 빠른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다.
2. 느림과 건강
느린 건강 요법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
건강에 좋은 슬로푸드(slow food)와 느린 운동, 대체 의학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슬로푸드는 식도락을 중시하는 이탈리아의 브라(Bra)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슬로푸드는 단순한 건강식 운동에서 삶의 여유와 인간성을 추구하는 운동으로 발전했다. 시간 절약의 일환으로 탄생한 패스트푸드는 값싸고 편리한 대신 건강에 해롭고 공장식 축산과 농약, 삼림 벌채로 환경을 파괴한다.
슬로푸드는 지역의 유기농 재료를 식재료로 쓰므로 영양가가 높고 건강과 환경에 좋다. 다소 비싸기는 하나 최근 유통비를 줄여 가격을 낮추고 있다. 슬로푸드는 삶의 여유와 정서적 만족을 준다. 누군가와 여유롭게 식사를 하면 관계가 돈독해진다. 자신이 직접 요리하는 즐거움도 크다. 이탈리아에서 네 시간 동안 먹은 슬로푸드는 그 어느 음식보다 맛있고 기억에 남는다.
느린 삶을 살려면 근본적으로 사고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빠른 사고가 이성적, 논리적이라면 느린 사고는 창의적, 감성적이며 통찰력과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한다. 느린 사고를 활성화하는 명상은 이완과 집중력 향상에 좋다. 영성에 관심 없는 나도 명상으로 큰 효과를 보았다.
느린 운동도 느린 사고를 촉진하며 건강한 몸을 만든다. 운동은 천천히 할수록 근육 생성과 지방 연소에 효과적이다. 요가는 면역력과 인내력을, 기공은 유연성과 집중력을 길러준다. 산책은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준다. 아주 천천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몸이 강건해진다.
몸이 아플 때도 (응급 상황이 아니라면) 효과가 느린 약이 낫다. 약효가 빠른 대신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유하지 못하는 현대의학에 대항하여 보완대체요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보완대체요법은 심신의 근본적 치유를 목적으로 개인에 맞는 상세한 처방을 한다. 이 요법은 점차 현대 의학도 그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나 역시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만족스러운 효과를 얻었다.
3. 느린 일과와 교육
일하는 시간과 속도를 줄일 때 높은 성과를 얻는다.
슬로시티는 슬로푸드에 영향을 받아 느린 생활 방식을 고수하는 도시이다. 과거의 건축물을 보존하되, 필요한 경우 차와 같은 현대 문물을 접목시킨다. 슬로시티는 녹지와 산책로 조성이 잘 되어 있어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는 대형 마트대신 소규모 가게 등 편의 시설이 있다. 슬로시티는 조용한 교외에 있어 고요함과 여유를 원하는 도시인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마을 주민간의 유대관계도 돈독하여 범죄율이 매우 낮다. 느린 생활 방식이 호응을 얻으며 한 곳을 천천히 둘러보는 슬로 여행을 즐기는 사람도 많아졌다.
느린 삶이란 일과 휴식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최근 인건비를 줄이려는 회사와 해고의 불안에 시달리는 근무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과로하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직원의 능률이 올라야 회사의 생산성도 높아진다. 근무자가 돈을 적게 벌고 휴식 시간이나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면 관계가 돈독해지고 삶의 질이 향상된다. 원하는 시간동안 일하는 탄력 근무제를 실시하면 직무 만족도가 높아진다. 근무 시간 중간에 낮잠을 허용하면 능률이 오른다. 또한 근무 시간을 줄이면 일하는 데 드는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경제적 타격도 생각보다 적다.
아이들 역시 느리게 키워야 한다. 단기간에 뛰어난 아이로 키우려는 부모의 조급증 때문에 아이들은 조기 교육과 경쟁, 스트레스에 내몰린다. 아이의 인지 능력이 형성되지 않았을 때 무리하게 조기 교육을 시키면 사회성은 물론 학습 효과도 떨어진다. 대안학교, 홈스쿨링 등 스트레스가 없고 창의성을 장려하는 느린 교육이 점차 호응을 얻고 있다. 느린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높은 학업성취도와 사회성, 창의성, 인성을 보여준다. 느린 교육을 실천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TV 끄기가 있다. TV를 끄면 삶에 여유가 생기고, 의미 있는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4. 느린 휴식의 즐거움
느린 여가 활동과 탄트라 섹 스는 정서적 충만감을 준다.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여가 시간을 잘 활용하고 싶어 한다. 기계의 발달로 여가 시간이 늘었지만 이메일 확인, TV 시청 등 가벼운 흥밋거리로 그 시간을 흘려보낸다. 이는 결코 충만감을 주지 못한다. 최근 느린 삶이 확산되면서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느린 취미가 인기를 끌고 있다. 느린 여가 활동으로 수공예, 뜨개질, 정원 가꾸기, 독서, 음악 등이 있다. 이러한 취미는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며, 직접 만드는 즐거움, 사고의 확장 등 깊은 정서적 만족감을 준다. 책을 느리게 읽으면 내용을 더 깊이 음미하게 된다. 현대에 들어와 대중 취향에 맞게 빨라진 클래식을 원곡의 빠르기로 연주하면 보다 깊이 있고 풍성한 음색을 즐길 수 있다. 한편,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모임에 참여하면 사회적 교류를 넓힐 수 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사랑을 돈독하게 해주는 섹 스도 천천히 할 때 만족도가 높아진다. 섹 스에 대한 관심은 항상 높지만, 정작 충분히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단기간에 만족을 얻고픈 마음을 내려놓고 느리게 섹 스를 할 때 파트너와 유대 관계가 깊어지고 만족감도 높아진다. 느린 섹 스의 대표적 방법이 탄트라 섹 스(Tantra s ex)이다. 탄트라는 성행위의 오르가즘을 통해 신과 하나가 되고자 한다. 탄트라는 상대를 존중하고 교감을 나누는 것을 가장 중시한다. 오감을 일깨우고 상대와 눈 맞춤으로 교감하며, 전통적 성감대 이외의 다양한 신체 부위를 천천히 애무함으로써, 영적 결합을 꾀한다. 탄트라는 나처럼 명상에 큰 관심이 없어도 깊은 만족감을 준다. 단점은 숙련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상대의 내면에 들어갈수록 서로가 맞지 않는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서로를 존중하고 기쁘게 해주는 탄트라의 원칙을 적용한 결과 사이가 돈독해진 커플이나 부부가 더 많다.
◈ 서평
속도가 생명? 느림은 생명력!
일상의 속도를 조금만 늦추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진공상태의 튜브를 따라 움직이며 세계 어느 곳이든 6시간이면 갈 수 있는 미래형 운송수단이 공개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략... 미디어스칼럼 2012. 4. 21)
필자는 이 열차가 반갑지 않다. 가면서 주변 풍경을 봐야 여행하는 기분도 나고, 긴 시간 후에 도착해야 설레는 맛도 있을 텐데 속도가 그런 운치를 빼앗아가는 것 같다. 또한 6시간이 아니라 1시간, 아니 10분이 걸리더라도 사람들은 금방 싫증을 내고 더 빠른 운송수단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저자가 지적한 대로 현대 사회는 속도에 중독되어 있다.
『느린 것이 아름답다』는 제목부터 끌렸다. 원서로 먼저 읽었는데 사실은 마감에 쫓겨 빨리 읽지 못해 안달했다. 쉬운 말도 어렵고 길게 쓴다고 저자를 미워했다. 그러나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읽으니 저자가 전하려던 풍성한 의미가 느껴지면서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니 이 책은 요약본으로 알게 되었다 해도 소설처럼 천천히 읽어야 제 맛이다.
『느린 것이 아름답다』를 읽다보면 잠시 바쁜 발걸음을 멈추고 무엇을 위해 서두르는지 생각하게 된다. 무엇이든 빨리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은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준다. 각자의 속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폭력적이기도 하다. 이렇게 아낀 시간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무조건 시간을 절약한다고 과연 우리 삶이 풍성해지는지 돌아볼 일이다.
예술과 창조성, 휴식 등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해 주는 것은 거의 느림에서 나온다. 느림은 게으름도 아니고 새로운 개념도 아니다. 다만 본래의 속도를 되찾는 것이고,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빨리 가지려는 욕망을 따르다 보면 신용카드나 무리한 투자, 도 박 등 조화를 해치는 방법에 손을 뻗게 된다. 필자 역시 뼈아픈 체험을 했다.
느림의 미학은 순리대로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목표를 이루는 가장 빠른 방법임을 잘 알려준다. 그 증거로 슬로 라이프가 서서히 퍼져가며 전 세계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슬로 시티가 여섯 곳이나 생겼다. 느리게 살기란 우리가 마음먹으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 단 5분이라도 자신을 위해 온전한 휴식을 취해보자. 자신을 소중히 위한다는 느낌과 더불어 활력이 솟아날 것이다.
필자는 그중 저자가 소개한 ‘느리게 읽기’를 실천하고 있다. 첫 타자는 물론 이 책이다. 한 줄 한 줄 풍성한 의미를 발견하는 즐거움, 저자가 공을 들인 생생한 묘사에서 오는 현장감, 여유롭게 생각의 가지를 뻗어가다 발견하는 통찰력은 ‘느리게 읽기’가 주는 선물이다. 요약본으로 소설이나 에세이 등 적당한 책을 찾았다면 매일 조금씩 느리게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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