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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좋은 기억에 지배당하다

쑥티일기12-14 최용우............... 조회 수 1592 추천 수 0 2012.05.23 10: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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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98】안 좋은 기억에 지배당하다

 

오래 전에 동네에 소머리국밥집이 생겼습니다. 마침 동네에서 오고가며 마주치는 잘 아는 분이 새로 개업을 한 식당입니다. 가마솥을 걸고 소머리를 고아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직접 육수를 만든다고 크게 광고를 했습니다. (요즘은 국밥집 육수도 공장에서 만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식당 뒤편에서 소머리를 가마솥에 넣고 육수를 내는 모습을 우연히 보고야 말았습니다. 그 대머리 아저씨... 하루종일 불을 때야 하니 얼마나 더울까요.... 그래서 웃통을 벗고 온 몸에 땀을 줄줄줄 흘리면서... 담배를 입에 문 것은 또 뭔지... 가마솥을 열고 소 대가리를 막대기로 뒤집는데 얼굴의 땀과 침과 담뱃재가 우수수수수... 마치 양념을 치듯이 가마솥 안으로 투입이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제조 방법으로 손맛을 냈습니다.> -라는 광고 전단지를 보면서 땀맛이겠지.... 어휴, 더러워, 내 평생에 다시는 소머리국밥을 먹나 봐라... 물론 그 국밥집은 몇 달 못 가고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518마라톤 열심히 뛰고 집에 왔더니 어머님께서 잘 아는 친척이 국밥집을 열었다며 소머리국밥을 주문해 놓았습니다. 너무너무 맛있으니 많이 묵으라 하시는 어머님 앞에서 저는 차마 소머리국밥을 거절하지 못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눈 질끈 감고 얼른 뱃속에 집어넣으면 돌고 돌아 똥으로 나오겠지. 맛을 느끼면 안돼.. 지금 나는 그냥 음식을 입안에 투하 하는거야....
그리고 그냥 죽는 줄 알았습니다. 온 몸에서 열이 나고 머리에서 땀이 줄줄줄... 그 상태에서 운전을 하고 올라오다가 한적한 길가에 차 세워놓고 먹은 것을 결국 다 토하고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 뒤로는 완전 비몽사몽.. 아내가 대신 차를 운전해서 올라왔는데 저는 필름이 끊겼습니다.
소머리국밥을 맛있게 잘하는 곳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안 좋은 기억'이 제 몸을 지배하면서 소머리국밥을 자동으로 거부하는군요. ㅠㅠ ⓒ최용우 201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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