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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115】부동산중개소와 양귀비
길을 가다 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은 아내나 나나 똑같습니다. 아내는 주로 킁킁대며 향기를 맡고 나는 카메라부터 꺼냅니다. 전에는 큰 카메라를 들고 다니느라 매우 거추장스러웠는데, 핸드폰과 카메라가 결혼을 해서 딱 붙은 뒤로는 핸드폰만 가지고 다니면 되니 사진찍기가 너무 편해졌습니다.
우체국 가다가 부동산사무소 앞 화분에 붉게 물들어 핀 양귀비꽃을 발견하고 쪼그리고 앉아 이리저리 구도에 맞추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삭막하기 그지없는 부동산 사무실 앞에 아침, 저녁으로 물을 준 흔적이 있는 자그마한 꽃 화분 몇 개가 그나마 그 삭막함을 상쇄시켜주네요.
세종시 공사가 시작되면서 자그마한 면사무소 주변에 무려 180개나 되는 부동산 사무소가 들어와 다닥다닥 붙어 있는 풍경은 정말 눈뜨고 볼 수 없습니다. 분식점도 문방구도 빵집도 옷가게도 다 문을 닫고 부동산 사무실로 바뀌었습니다. 불을 찾아 날아온 불나방처럼 아파트 분양으로 돈 좀 벌어보겠다고 전국에서 날아온 부동산들이지요. 아파트 분양이 끝나면 또 싹 빠져나갈 것입니다. ⓒ최용우 201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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