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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처 없이 떠난 하루여행

쑥티일기12-14 최용우............... 조회 수 1572 추천 수 0 2012.08.16 09: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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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151】정처 없이 떠난 하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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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예산 수덕사
특별한 계획 없이 아내와 함께 마음 닿는 곳으로 떠나는 하루 여행길에 나섰습니다. 아이들은 함께 가자고 사정을 해도, 제발 두 분만 오붓하게(?)가시라고 사정을 하네요. 할 수 없이 두 분만 오붓하게 출발했습니다.^^ 어떤 분이 수덕사 들어가는 입구의 오래 된 아름드리 나무가 근사하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 첫 번째 목적지는 예산 수덕사로 정했고 한시간만에 도착했습니다.
절집은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오래 묵은 중후한 멋이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둘러보고 내려오는데 계곡 건너 숲속에 일반인 출입금지구역에 있는 한 암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안내서를 보니 스님들이 '용맹정진'하는 곳이라는 설명과 함께 저곳에서 '용맹정진'하고 고승이 된 분들의 이름이 쭉 적혀 있었습니다.
용맹정진(勇猛精進)이란 글자 그대로 벽을 보고 앉아서 며칠씩 잠을 자지 않고 용감하고 맹렬하게 기도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도 용맹정진하는 사람들이 200여명씩 치열한 구도에 빠져있다고 합니다. 불교의 이런 치열함이 참 대단하고 부럽습니다.
기독교에서는 기도하는 공간인 기도원이 지금은 기도는 안하고 집회만 합니다. 옛날에는 기도원에 소나무 뽑으러 올라가는 분들이 많이 있었지만 지금은 문제해결 받으러 갑니다. 기독교의 어디에도 스님들과 같은 치열한 '용맹정진'은 없습니다. 우리는 참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쉽고 편한 기복신앙에 빠져 세상에서 외면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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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서산 처제네 집

수덕사에서 30분 거리의 서산에 사는 처제집에 들려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해미에서 서산 들어가는 초입에 있는 아파트라 금방 찾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두 자매는 뭔 이야기를 그리 하는지... 점심만 먹고 얼른 일어나자는 약속은 까맣게 잊혀져 버렸습니다.
빨리 다음 여행지로 가자고 재촉했더니 아예 안방으로 들어가버리네요. 저는 거실에서 강아지와 놀았습니다. 그리고도 심심하여 인터넷도 하고 텔레비전도 보고 베란다에서 밖도 내다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먼 거리에 사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바쁜지 일년에 한번 가기도 힘드네요. 전에는 대전에서 서산에 가려면 엄청 높은 산을 두 개나 꼬불꼬불 올라가고 내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대전-당진 고속도로가 생겨서 한시간이면 쌩 ~  처제집에서 나와 다음 여행지는 태안반도를 타고 꽃지해수욕장까지 내려가며 바다를 보기로 했습니다. 중간에 산 중턱에 알록달록 예쁜 집이 보여 올라가 보았더니 '동화나라팬션'이라는 곳인데 외부인 출입불가라는 팻말을 보고 되돌아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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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꽃지해수욕장

꽃지해수욕장에 도착하였습니다. 더위가 한풀 꺾이고 휴가 막바지라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썰물때라 물이 빠져나가 할미, 할아비섬까지 걸어가며 조개와 조개게 말미잘 같은 바다생물들을 돌 틈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사진 중 큰 섬이 할미이고 작은섬이 할아비)
신라 때에 금술 좋은 승언장군 부부가 있었는데 해상을 주름잡던 장보고가 이 곳에 전진기지를 두고 승언 장군으로 하여금 책임을 맡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당나라 군사가 쳐들어와 출전하였으나 그만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남편을 기다리던 장군의 아내는 결국 골이 되어 할미바위가 되었고 그 뒤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남편은 아내 곁에 할아비 바위로 남았다나 어쨋다나. 그래서 이곳 지명이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라고...
끝없이 넓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면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바닷가에 서 있으면 자연이 얼마나 놀라운지 느낄 수 있기에 그 앞에 할말을 잃게 되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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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서해바다

갑자기 청소면에서 목회를 하시는 목사님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운 사람끼리는 자석이 서로 끌어당기듯 끌어당기는 에너지가 있나봅니다. 그러니 이렇게 가까운 곳에 왔다고 불현 듯 생각나니 말입니다. 그래서 다음 목적지는 청소면에 있는 야현교회로 정했습니다. 네비게이션으로 찍어보니 40분 정도 거리입니다. 시골교회는 여름에 방문객이 많으니 우리까지 방문객이 되면 안 된다. 그러니 그냥 가서 계시면 인사하고 나오고, 안 계시면 교회나 한바퀴 돌아보고 얼른 오자...이런 마음이었습니다.
네비게이션에 야현교회를 입력하니 서해소속고로를 타고 빨리 내려가는 방법이 있고, 서해안 해변가를 따라가는 길이 있어 서해바다를 보면서 천천히 가는 길로 선택했습니다. 빨리 서둘러 가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차는 꼬불꼬불 여러 개의 작은 포구를 지났습니다. 가면서 바다에도 내려가 보고 전망대에도 올라가 보고 여유를 부렸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천천히 가니 구석구석 아름답고 정겨운 곳이 정말 많네요. 바닷가에서 게를 한 마리 잡았더니 손가락을 꽉 물고는 도망을 쳐버리네요. 꽤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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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청소면 야현교회

큰 나무가 교회 한가운데 있는 '큰 나무 교회'에 도착했습니다. 전에는 그 나무의 이름을 몰라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나무'라고 불렀는데 이번에 보니 드디어 나무 이름을 찾아내어 이름표를 붙여 놓았네요.
조각자나무- 중국이 원산으로 가래 편식 폐결핵 중풍 나병 변비에 효과가 있으며 한방차로 쓰이기도 한다 ... 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나무가 아니었군요. 이번에 보니 나무가 부쩍 자라 지붕위로 쑥 올라가 있었습니다. 전에는 나무 가지 때문에 지붕이 들려 올라가 베어내지도 못하고 지붕을 건들지도 못한다며 그저 바라만보고 있었는데...
교회 문 사택 문 다 열어놓고 목사님은 안 보였습니다. 잠깐 어디 가셨나? 편상에 한참을 앉아 있다가 가까이 계시면 기다렸다 보고 가고 멀리 계시면 그냥 아니온 듯 조용히 가기로 했습니다. 전화를 드렸더니 '대천'인데 순식간에 날아오겠다고 하십니다. 목사님에게 날개가 있었던가?
그러고 보니 빈손으로 온 것 같아 얼른 슈퍼마켓으로 달려갔습니다. 그새 교회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아, 목사님에게 정말 날개가 있었구나. 몇 년만의 만남이라 정말 반가웠습니다.
저녁을 오리 한방탕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돈을 계산하려는데 날개를 숨기고 사시는 목사님 사모님이 좀 빨랐고 아내가 동작이 좀 느려서 맛있는 저녁을 대접해드리려고 했는데 대접을 받고 말았군요.
어두운 밤길을 두 시간 달려 집에 오니 10시 30분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오늘 하루 자유여행은 끝났습니다. ⓒ최용우 201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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