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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평사 구절초 축제

쑥티일기12-14 최용우............... 조회 수 2381 추천 수 0 2012.10.17 14: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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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191】영평사 구절초 축제

 

아내와 좋은이와 함께 집에서 10km만 가면 있는 구절초 축제에 갔습니다. 구절초 축제는 작년까지만 해도 '공주 영평사 구절초축제'였는데 올해부터 세종시로 편입되어 이름이 '세종 영평사 구절초 축제'가 되었습니다.
영평사는 작은 암자였던 절을 환승이라는 스님이 와서 지금처럼 큰 절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처음 구절초 축제에 갔을 때는 구절초꽃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처음보다 한 10배는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절 뒷산이 온통 눈이 내린 것처럼 하얗습니다.
산사음악회가 열린다고 사람들이 꾸역구역 모여드는 모습을 멀리서 뒷짐을 지고 지켜보는 주지스님인 '환승'스님의 모습을 보니, 온갖 고생을 하며 이룩해 놓은 작은 천국(?)의 모습이 흐믓한가 봅니다.^^
100m가 넘는 긴 줄의 끝에 서서 기다렸다가 국수 한 그릇 보시받고 왔습니다. ⓒ최용우 2012.10.13

 

꽉 막힌 교통체증에도 웃음이... '구절초'의 매력

'영평사 구절초 축제'에 다녀와서

오마이뉴스 12.10.12 09:55l최종 업데이트 12.10.12 15:34l   국은정(vin78
 
고통에 물든 바다를 건너가는 중생들의 '영원한 평화'를 꿈꾸었을 미륵의 자비로움이 묻어나는 이름을 가진 절, 영평사. 그 이름에 걸맞게도 이 절은 매년 가을,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바로 가을이면 이 절을 뒤덮을 듯 피어나는 가을국화의 한 종류인 '구절초' 꽃 때문이다.

몇 해 전 가을 나는 다니던 직장의 상사로부터 이 절에 대한 꽃 이야기를 처음 전해 들었고, 우리 사무실 사람들은 시간을 조율하다 어느 날 불쑥 함께 절을 향해 떠났다. 가을은 깊을 대로 깊어진 후였기 때문일까, 기대했던 구절초들은 꽃을 다 떨구고 겨우 야윈 꽃대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아주머니들은 남은 꽃대에 붙은 잎을 떼어 차로 말릴 것이라고 했다. 아쉬움이 컸던 만큼 그 영평사 뜰 안으로 쏟아지던 가을볕마저 유난히 아름답게 느끼며, 그 여운을 오래도록 마음 꼬투리에 담아 두고 있었다.

▲ 영평사 구절초 축제 경내에 들어서니 한껏 자신들의 영토를 새하얗게 장악한 구절초 꽃무리가 하늘거리며 하늘의 축복인양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 국은정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자연 속 꽃들의 개화는 온실 속 화초들과는 달리, 온전히 자신들 스스로가 감당할 메커니즘에 따른다. 어리석은 인간들이 아무리 뛰어난 기계들로 예측하려 들어도 자연에겐 그들만의 사정이 있다. 무심코 찾아갔던 꽃 축제에서 꽃 필 시기와 어긋나서 겪는 당혹스러움은 어쩌면 우리를 더욱 겸손하게 만들어주는 그들의 재치인지도 모른다. 이런 마음을 일찌감치 담아낼 줄 알았던 미당(未堂)의 시 한 편이 생각난다.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백이 가락에
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 서정주 <선운사 동구>

▲ 하얗게, 혹은 수줍은 연분홍 구절초 영평사 구절초의 꽃빛에 취하다.
ⓒ 국은정

 

올해는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지 않게 영평사 구절초의 개화를 볼 수 있을까. 출발하기 전부터 마음은 벌써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만해도 '공주시'였던 영평사는 이제 행정구역이 '세종특별자치시'로 바뀌었다. 계획도시인 만큼 새로 올라오는 아파트 건물들이 그 세련된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직 도로는 공사가 진행 중인 곳들이 많아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있어도 헷갈리기 일쑤였지만, 다행히 영평사 진입로를 찾는 데는 성공했다.

입성을 너무도 확실히 증명시켜주는 건 길 양옆으로 하얗게 일렁거리는 구절초 꽃길이었다. 그러나 입성의 기쁨도 잠시. 눈앞에는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길게 늘어선 엄청난 행렬의 자동차들이 들어왔다. 주차공간이 부족해서 길 양편으로 주차한 차들 사이로, 들어가려는 차와 나오려는 차들이 뒤엉켜 작은 실랑이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인 구절초의 매력이 새삼 놀라웠고, 눈앞에 벌어진 사태(?)에도 짜증이 나기는커녕 도리어 웃음이 났다. 섣불리 전진도 후진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엉뚱하게 난 '염화미소(拈華微笑)'라는 한자성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가을을 수놓은 꽃을 완상하려는 그 마음들은 다르지 않으니 서로 씩씩거리며 열을 올릴 이유도 없지 않을까.

▲ 영평사의 구절초, 스님들 지나가는 스님들의 얼굴에도 잔잔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 국은정

 

내 성화에 운전대를 잡아준 동행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카메라 가방을 둘러매고 먼저 차를 빠져나왔다. 많은 차량과 인파들 사이를 걸다보니 축제라고하기 보단 마을 규모의 단합회(?)를 보는 것처럼 정겨운 풍경들이 나타났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것으로 보이는 농산물들이 가판에 늘어서 있었고, 여타 축제에서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호객행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는 물건을 팔러 나온 것이 목적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분들의 모습도 보였다. 파전이나 먹거리를 파는 곳에서도 주민들끼리의 맛깔스런 조우가 눈에 띄었다. '구절초 축제'라는 그 소박한 이름에 어긋나지 않게 영평사와 마을주민들이 만들어가는 축제의 구성은 단출해서 거부감이 없었다.

이상하게 변질되어가는 지역 축제들을 보면서 내가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정작 축제를 만들어가는 당사자들이 축제로 인해 행복할까?'라는 의문이었다. 정말 당사자들이 즐기지 못하는 축제가 어떻게 즐기러 온 사람들을 웃게 할 수 있을지 하는 점이었다. 그래서 축제의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가 상업적인 이익에 있다고 평가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사고라고 생각한다.

경내에 들어서니 한껏 자신들의 영토를 새하얗게 장악한 구절초 꽃무리가 하늘거리며 하늘의 축복인 양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자신들의 영역에 침범한 무수한 사람들의 발길에도 놀라는 기색이 없어 보였다. 고통받는 중생들을 어루만지는 미륵의 미소인 양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은 빛깔과 은은한 향기로 밀려온다. 지나가는 스님들의 얼굴에도 잔잔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이렇게 많은 인파 속에서 있으면서 '평화로움'을 느껴보기도 드문 일이다.

▲ 구절초 축제, 영평사 대웅전 꽃을 보려는 사람들과 무료로 나눠주는 국수를 먹기 위해 사라진 인파 덕분에 가장 조용해 보이는 대웅전의 모습.
ⓒ 국은정

 


▲ 무료로 나눠주는 국수를 먹기 위한 진풍경. 축제에 찾아온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국수를 먹기 위해 늘어선 줄이 진입로에서 만난 자동차 행렬과 다르지 않았다.
ⓒ 국은정

 

오히려 인파가 가장 드문 대웅전을 지나 옹기들이 늘어선 막사에서 또 다른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축제에 찾아온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국수를 먹기 위해 늘어선 줄이 진입로에서 만난 자동차 행렬과 다르지 않았다. 나는 또 웃음이 났다. 그 인파를 피해 다시 구절초 꽃무리들을 찾아 산등성이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산꼭대기까지 뒤덮은 새하얀 구절초 꽃무리에 절로 감탄이 터져 나왔지만, 쉼 없이 내달리기만 했던 탓에 '헉헉' 숨을 몰아 내쉬어야 했다.

그 산등성이에서 다급하게 울리는 전화벨. '아, 맞다!' 저 밑 자동차 행렬 속에 두고 왔던 동행이 그제야 생각난 것이다. 걱정했던 것보다 빨리 주차장에 닿은 동행도 곧장 내가 있는 산등성이로 찾아왔다. 함께 내려다보는 풍경이 더 따스했다.

▲ 산등성이에 흐드러진 구절초 꽃무리 조금은 가물은 땅에 바람을 맞으며 꽃을 피우느라 경사에 핀 꽃들은 아래쪽에 비해 꽃대가 낮고 조금은 야위었다.
ⓒ 국은정

 


조금은 가물은 땅에 바람을 맞으며 꽃을 피우느라 경사에 핀 꽃들은 아래쪽에 비해 꽃대가 낮고 조금은 야위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한 장면("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이 떠오르기도 했다.

아마도 밤에 달빛을 받은 꽃무리는 더 아름답지 않을까 상상도 해보았다. 어떻게든 이 아름다운 풍경들을 붙잡아보고 싶은 마음에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손이 바빴다. '시간이 좀 많았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다시 비탈진 산길을 내려왔다.

돌아오는 길에 마을주민이 재배했다는 느타리버섯과 표고버섯을 샀다. 집에 와서 조리를 해먹으니 그 향과 식감이 마트에서 사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밥을 먹고 카메라에 담아온 꽃들을 보니 다시 가슴이 설렌다. 햇살이 가장 많은 시간의 촬영이라 그랬을까, 강렬한 태양과 하얀 꽃빛의 산란이었을까, 아니면 내 부족한 기술 탓일까, 눈으로 보았던 풍경보단 훨씬 더 못하다. 그래도 가을 오후, 내게 아름다운 평화를 선물해준 풍경들에 자꾸 더 눈길이 간다. 이렇게 평화로운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 영평사 가을 풍경 . 이렇게 평화로운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 국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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