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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김민수 목사............... 조회 수 2218 추천 수 0 2012.11.06 15:24:00
.........

 들꽃편지(916)-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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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아버님을 모시고 목욕탕에 다녀왔습니다.

부자지간에 목욕탕도 한 번 같이 가 본적이 없냐며 의아해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그랬습니다.

이제 혼자서는 모든 일이 쉽지 않은 연세에 들어서신 아버지.

그런 아버지라도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며 후회하지 말고 잘하라고 친구들은 조언을 합니다.

어디서부터 어긋장이 난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렴픗알 것도 같지만 다 아픈 기억들의 단편입니다.

그렇게 싫어했던 아버지였는데, 그래서 최소한의 관계만 맺고 살아왔는데, 반면교사로서의 아버지라고만 생각했는데

내가 그를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외모만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닮고 싶지 않았던 것들까지 말입니다.

 

아들과 나의 관계는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와 아버지의 관계처럼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참으로 끔찍한 일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그 끔찍한 세월을 아버지는 살아오셨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던히도 참고 또 참았겠지요.

내가 지천명의 나이가 넘어서도 쌀쌀맞게 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으니 말입니다.

 

목욕을 마치고, 아침 식사를 하고, 누님이 머리 손질을 해 줍니다.

아버지의 단편들을 담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없어 다른 사람의 단편들을 담으며 울먹거리는 사진작가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나는 행복한 조건인 것이지요.

여간해서는 사진도 안 담아드렸는데, 사진을 찍으니 그냥 가만 계십니다.

이젠 순한 양이 되셨나 봅니다.

속에서는 부아가 치밀어도 몸으로는 표현하실 수 없는 그런 나이가 되셨습니다.

 

부모님이 살아계시다는 것, 먼저 부모님을 보낸 친구들이 후회할짓 하지 말라고 하는 조언을 받아야 겠습니다.

그 혈기왕성하던 아버님은 어디로 가고, 나는 아버지를 닮아가고....그렇습니다.

 

2012년 11월 3일(토) 김민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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