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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 http://blog.daum.net/yhwhroi/168861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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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야와 미륵
임헌준(예은교회 목사, Ph.D)
1. 시작하는 말
불교권에서 출간된 책들 가운데서 찾아볼 수 있는 잘못된 내용들 가운데 하나는 성경의 ‘메시야’라는 말이 불교의 ‘마이트레야(Maitreya, 미륵)’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과연 ‘메시야’라는 말이 ‘미륵(Maitreya)’이라는 말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기독교의 메시야 사상과 불교의 미륵 사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2. 기독교의 메시야 사상
(1) 메시야의 의미
‘메시야’는 ‘기름 부음을 받은 자’라는 뜻을 지닌 히브리어 명사 ‘마쉬아흐(???????)’에서 온 것이며, 이를 희랍어로 번역한 말이 그리스도(크리스토스, Χριστo?)이다. 신약성경에서는 대체로 희랍어 ‘그리스도’가 사용되고, 음역인 ‘메시아스(Μεσσ?α?)’는 두 번 사용되고 있다(요 1:41; 4:25).
구약성경에서 기름을 붓는 행위는 신성한 의식으로 나타난다. 성별식을 거행할 때에는 예배에 관계되는 모든 기물, 즉 회막, 증거궤(언약궤), 상, 등잔대, 분향단, 번제단, 물두멍과 이 기물들과 관련된 모든 기구에 상등품의 액체 몰약, 향기로운 육계와 창포, 계피, 감람기름으로 제조한 향기름을 발라 그것들을 거룩한 것으로 구별해야 했다(출 30:26-29).
기물뿐만 아니라 제사장이나 왕으로 세워지는 사람에게도 기름을 부어 그를 성별하도록 하였다. 아론과 그의 아들들은 기름부음에 의해 제사장 직분을 위임받도록 하였다(출 30:30). 사울(삼상 10:1), 다윗(삼하 2:4), 솔로몬(왕상 1:39)을 비롯한 유대 왕들은 기름부음에 의해 왕으로 세워졌다. 이처럼 구약성경에서 기름부음은 여호와 하나님의 특별한 보호 아래 있게 되는 사람에게 거룩성을 부여하는 것이었다(참조 삼상 24:6). 그러므로 기름부음을 받은 자, 곧 메시야는 ‘하나님 앞에 거룩하게 구별되어 세워진 하나님의 사람’이란 의미를 지닌다.
(2) 메시야 대망 사상의 전개
메시야 대망 사상은 여호와 하나님의 완전한 계시에 대한 기대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으며, 역사적으로 다윗 왕조와 긴밀히 결부되어 있다. 하나님은 다윗에게 그의 후손이 영원히 왕위에 앉게 될 것이라고 약속하셨다(삼하 7:8-16). 그 후손 중 일부가 충성되지 못한 자로 판명되더라도 하나님께서는 결코 이 약속을 취소하지 않으실 것이다(삼하 7:14-15).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하신 이 약속은 후대에 메시야 사상이 만발하게 되는 씨앗이 되었으며, 예언자들에 의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예언자들은 평화로운 미래에 이스라엘을 통치할 온전하고 의로운 왕을 기대하였다(사 9:6-7; 11:1-9; 렘 23:5-6; 33:14-22; 겔 34:23-28; 슥 9:9-10; 미 5:2-5; 암 9:11; 호 1:11). 이새의 줄기에서 돋아나온 한 싹이 기묘자, 모사, 전능하신 하나님, 영존하신 아버지, 평강의 왕으로서 정의와 공의로 세상을 통치할 것이다(사 9:6-7; 11:1-9). 그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지상에 완전하고 영구적인 통치를 이루어지고, 나라들 사이에, 그리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들 사이에 완전한 평화와 조화가 이루어 질 것으로 기대하였다.
이 같은 메시아 대망 사상은 유다 왕국이 바벨론에 멸망당한 이후, 나라를 잃고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희망의 빛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회복시키고 자신들에게 참된 평화를 가져다 줄 메시야를 기다렸다.
마침내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셨고 이 땅에서의 사역을 마치신 후에 승천하셨다. 사람들은 예수님이 바로 자신들이 그토록 오랜 세월 기다려온, 구약성경에서 예언한 그 메시야라고 확신하였다. 예수님을 부를 때 메시야(그리스도)라는 말을 붙여서 ‘예수 그리스도’ 혹은 ‘그리스도 예수’라고 호칭하였다. 그리하여 ‘예수 그리스도’라는 칭호는 이제 부활하신 예수님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처럼 사용되게 되었다.
승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세상에 다시 오실 것이다(마 26:64; 막 14:62; 눅 21:27; 행 1:11; 히 9:28). 구약성경의 메시야 대망 사상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는 것으로 전환되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신앙은 2천 년의 기독교 역사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으며, 세속 사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쳐왔다.
3. 불교의 미륵 사상
(1) 미륵의 기원
‘미륵(Maitreya)’이라는 말은 ‘자비’, ‘우정’, ‘친우’ 등의 뜻을 지니고 있는 ‘미트라(mitra)’에서 파생되었다. 증일아함경 등 초기 불교의 경전에서 미륵은 브라만 출신의 수행자로서 석가의 설법을 듣고 불교에 귀의하는 비구로서 석가로부터 미래에 부처가 될 것이라는 예언(수기)을 받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리고 후대 대승불교의 미륵 경전들에서는 미래의 부처로서 중생을 구제하는 이상적 인물로 나타난다.
(2) 미륵 사상의 전개
미륵 사상은 미륵삼부경 곧 미륵상생경, 미륵하생경, 미륵대성불경을 기초로 하고 있는데, B.C. 2세기에서 B.C. 1세기 무렵에 인도에서 시작되었으며, 원시불교와 대승불교가 상투화되는 사회사상사적 위기를 통해서 새로운 불교를 목표로 삼은 일대 종교운동으로 나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미륵 사상은 크게 ① 미륵보살이 현재 도솔천에 있으면서 천인들을 교화하고 있는데, 사람이 미륵불을 믿고 의지할 때 미륵불이 있는 도솔천에 왕생할 수 있다는 ‘상생사상’(上生思想)과 ② 미륵보살이 미래에 도솔천으로부터 이 세계로 내려와 화림원이라는 곳의 용화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이루어 불타가 되고 세 차례의 설법으로 사람들을 제도할 것이라는 ‘하생사상’(下生思想)으로 나뉜다.
한국의 초기 불교 수용에서부터 전래된 미륵 사상은 신라와 백제에서 국가 통치 이념으로서 응용되기도 하였고, 특히 역사의 변혁기에는 미륵불이 도래하여 고통 받는 민중을 구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기를 기대하는 신앙운동으로 전개되기도 하였다. 후백제를 일으킨 견훤과 후고구려를 일으킨 궁예는 미륵불이라고 자처하며 왕권에 도전하였고, 고려의 이금은 미륵불로 자칭하며 혹세무민하기도 하였으며, 조선 숙종 때 승려 여환은 미륵을 자칭하며 왕권을 넘보기도 하였다. 근세 한국에서 일어난 증산교 및 용화교 등도 변혁기에 일어나는 민중의 소망을 미륵신앙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종교운동이다.
4. 맺는 말
(1) 메시야와 관련된 용어들은 구약성경 전반에 걸쳐 사용되고 있다. 히브리어 ‘마쉬아흐’ 혹은 그 어근인 동사 ‘마솨흐’가 사용된 구약성경 본문들 중에는 불교가 발생한 B.C. 6세기보다 훨씬 오래 전에 성립된 것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메시야’라는 말이 ‘미륵(Maitreya)’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은 전혀 타당성이 없는 허무맹랑한 것이다.
(2) 구약성경의 메시야 사상의 기원이 이스라엘의 미래에 대한 예언들로부터였는지(예를 들어 창 12:1-3; 49:10; 민 24:17-19), 아니면 다윗 왕조가 영구할 것이라는 나단의 예언(삼하 7:8-16)으로부터였는지는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구약성경의 메시야 대망 사상은 유다 왕국이 멸망하기 오래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메시야 대망에 관련된 구약성경 본문들 가운데 일부 역시 유다 왕국이 멸망하기 전에 성립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구약성경의 메시야 사상은 불교의 창시자인 고타마 싯다르타의 활동 연대보다도 그 기원이 오래되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설령 미륵 사상이 증일아함경과 같은 초기 불교의 경전들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구약성경의 메시야 사상은 그보다 훨씬 오래 전에 기원한 것이다.
*이 글의 출전
임헌준, 『아는 만큼 보인다』(서울: 쿰란출판사, 2005), pp. 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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