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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멘붕의 밤을 보내고 인터넷과 트위터를 이리저리 떠돌며 생각을 정리해봤다.
51.6% 1577만표 대 48.0% 1469만표
예상과는 다른 너무나 큰 표차로 범진보세력이 정권을 되찾는데 실패했다.
진보세력의 멘붕은 이렇게 애썼는데도 허망하게 졌다는 사실로부터 온다.
왜 우리는 여전히 소수일까?
출구조사 통계를 보니 박근혜후보는 노인, 저소득계층, 고졸이하, 농/임/어업종사자, 자영업, 주부,
그리고 무직자로부터 보다 많은 지지를 받았고
문재인후보는 40대이하, 화이트칼라, 블루칼라, 학생, 월소득 200만원이상, 대학재학이상인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진보랑 보수랑 전력투구로 붙어서 48% 득표
이게 범진보세력이 얻을 수 있는 맥시멈으로 보인다.
20대와 50대 투표율 각각 65%, 90%가 말해주듯이
앞으로도 진보세력이 집권할 기회가 보이면 보수세력이 무섭게 결집할 것이고
저출산과 인구 노령화에 따라 젊은 세대의 인구수는 점점 감소할 것이니
앞으로 상당기간 진보세력 만으로는 정권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격랑이 야기한 경제적 불평등과 한탕주의는
사람들로 하여금 돈을 희구하게 하여 이명박 시대를 낳았고
그 와중에 마음 속에 숨어든 자괴감을 안철수의 스토리가 덜어내어
다시금 상식과 소통, 정의를 이야기하는 안철수 현상을 낳았음에도
과반의 국민은 안철수와 함께한 문재인이 아닌 박근혜를 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진보진영이 결국 반쪽 만의 축제에 머물렀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한 편에 다가가 품기보다는 경멸하거나 조소함으로써
카타르시스나 정의감을 얻은 대신 자기편 밖의 사람을 잃은 것이다.
이는 노무현시대와 진보진영이 가진 치명적인 약점이다.
노무현정신은 매력적이다.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그 열정은 쉽게 사람보다 앞서게 된다.
진보진영의 도덕적, 지적 우월감 역시 냉소를 유발시키기 십상이다.
이대목에서 진심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를 호소한 안철수가 떠오른다.
이때문일까 어떤 평론가는 진보진영의 단일후보가 문재인이 된 순간 진보진영의 패배는 예견된 것이었다고 보았다.
혹자는 여기서 50~60대의 소외를 본다. 소통을 얘기하는 진보의 불통에 격렬히 저항한 것이라고...
결국 진보진영은 50~60대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는 정권을 결코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좌절에 빠진 1460만명은 어떻게 살아야할까?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서서히 멘붕에서 벗어나며 상황을 파악하고 무언가 시작하려는 것 같다.
오늘 트위터에서는 뉴스타파의 후원자가 되었다는 멘션이 줄을 이었다.
한겨레신문이 발족했던 때를 떠올리며 이제 대안 방송국의 꿈을 꾸는 사람들도 보인다.
앞으로 가장 어려워질 사람들을 보호하는 일로부터 힐링은 시작되고 있다.
이제 서로 안아주자. 그리고 다시 꿈을 꾸자. 모두가 함께 나눌 꿈을 꾸자.
세상의 가슴 가운데 시리지 않는 가슴 있더냐
모두 빈 가슴
안아주어라
안기고 싶을 때 네가 먼저 안아라
너를 안는 건
네 속의 나를 안는 것
네 가슴속
겁먹고 수줍던 아이
허기져 외롭던 아이를
무엇이 옳다
누가 그르다
어디에도 우리가 던질 돌은 없다
포용이란 포옹이다
닭이 알을 품듯
다만 가슴을 열어 그렇게 품어 안는 것
가슴에 가슴을 맞대고
심장에 심장을 포개고
깊은 저 강물소리 듣는 것
저 간절한 눈동자
묻어둔 저 그리움
가슴으로 품어 환히 꽃피우는 것
<안기기, 안아주기> 이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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