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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향기 더욱 짙어지는 날

배성식 목사(수지 영락교회)............... 조회 수 1372 추천 수 0 2012.12.24 22: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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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숲으로 들어가는 길에 뜬금없이 커피 생각이 났습니다. 숲으로 가는 길에 조그만 커피가게라도 있었으면 하는 사치스런 바람에 혼자 웃음 짓습니다. 그 마음을 알았는지 세상을 다 쓸어갈 것 같았던 비가 내린 뒷날 새벽은 이렇게 숲의 향기로 새벽을 깨웁니다.

비온 뒤 숲의 향기는 더 진합니다. 잣나무 향, 가을을 위해 단장하고 있는 단풍잎 향, 폭염 아래 나뭇잎 끝이 갈색으로 채색된 상수리나무 향기, 폭우에 찢겨 떨어진 밤나무 잎의 향기, 무엇보다 가녀린 풀들의 향기까지 숲은 8월의 습기와 함께 짙은 숲 속 향기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숲에 들어올 때 향기가 많이 나는 날이 있습니다. 누군가 숲길 입구에 풀을 베어낸 날, 동네 아이들이 장난으로 소나무에 생채기가 나서 송진이 나오는 날, 폭우가 지나간 뒤에 숲은 더욱 향기가 강합니다. 아마 향기는 숲의 풀과 나무가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인가 봅니다.

우리 인생에도 상처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상처 때문에 썩어져 가는 인생이 아니라 상처 때문에 폭우가 지나간 숲의 풀과 나무처럼 하늘이 잘 보이는 곳에서 하늘이 보낸 바람에 상처를 맡기는 삶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때 마음의 상처를 안고 숲을 찾는 또 다른 영혼을 치유하는 숲의 향기와 같은 인생이 되어 갈 것입니다.

 

<국민일보/겨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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