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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252】다 떨어지고 둘 남았어
아내와 함께 농협에 가서 번호표를 뽑아들고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꼬부랑 할아버지 한 분이 농협마크가 찍힌 모자를 쓴 다른 할아버지를 보더니 "아이고 영호, 자네 몇 년 만인가. 살아 있었네. 자네가 나보다 두 살 아래지? 지금도 술 마셔?"
그러자 다른 할아버지도 엄청 반가워하면서 "아니지, 내가 한 살 더 많지. 내가 일년 꿇었잖여. 지금도 동네 노인정에 가면 한잔씩 혀"
그러면서 손을 맞잡고 의자에 앉아 이런저런 안부를 전합니다. "안골에 철수 있잖여. 며칠 전에 떨어졌어 글씨. 건강했는데 갑자기.."
"아, 그려? 그럼 지난번에 경수도 떨어지고, 빨강모자도 떨어지고, 다 떨어져버렸네? 달전에는 이제 둘 밖에 안 남았다니깨"
할아버지들이 떨어졌다고 하는 표현은 돌아가셨다는 말 같았습니다. 70에서 80정도 나이가 되면 친구들 사이에 대화가 저렇게 변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죽음을 초월한 듯 무심히 떨어졌다고 말하는 할아버지들의 대화. 인생무상(人生無常)입니다. ⓒ최용우 201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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