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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279】늘 그리워하던 그 사람
신학공부를 할 때 친하게 지내던 전도사님이 전남 완도 어느 섬으로 목회를 떠났을 때 그때는 마치 머나먼 남쪽으로 유배를 떠난 것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졌었습니다.
그 후로 두 어번 완도를 찾아갔었는데 멀어도 멀어도 그렇게 멀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은 있어도 한번씩 길을 떠난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늘 마음 안에만 맴돌던 친구 목사님!
어느 날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기도원에 8년째 한 달에 한번씩 계속 올라왔었다네요. 그분도 최용우가 세종시 어디쯤에 산다는 막연한 생각만 했다네요. 혹시나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날까 하여 면사무소 앞에서 앉아있기도 하고 대평리 시장을 돌아다니기도 했다는데 그런 우연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저도 가끔 그 기도원에 가기도 했고, 자전거를 타고 운동하며 기도원 앞을 지날 때면 기도원 로비에 있는 자판기에서 200원짜리 커피를 빼먹고 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매월 보내드리는 '들꽃편지'를 읽다가 우연히 주소를 발견한 거에요. 그리고는 당장에 전화를 하셨습니다. 주소는 원래부터 있었지만 왜 그동안 주소가 눈에 띄지 않았는지 신기할 뿐입니다. 친구 목사님이 전국에 많고 많은 기도원 중에 우리집 근처에 있는 기도원에 매월 한번씩 올라온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고, 목사님이 우리동네를 마치 자기 동네 만큼이나 훤히 안 다는 것도 신기한 일입니다.
그렇게 해서 친구 목사님과 사모님을 우리 집에서 10분만 가면 있는 기도원에서 드디어 만났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 막 뛰면서 춤을 추었습니다. 우리 집에도 오고 함께 저녁식사도 하고... 더욱 놀라운 것은 목사님의 딸이 詩를 쓴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 시인이 외로울 때는 시를 읽어줄 사람이 없을 때인데, 시를 읽어줄 사람이 생긴 것입니다. 와... 대박! 따봉 쩔어! (당장에 시 한편 툭 튀어나왔습니다.)
친구
늘 그리워하던
그 사람이
가까이에 있었네
ⓒ최용우 201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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