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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우의 시는 우선 쉽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생활의 편린들을 간결한 언어로 기록한 일기이다. -조덕근(시인) 최용우 시집 모두 10권 구입하기 클릭! |
도토리 묵
오늘낮 도토리교회 점심 시간에
도토리 묵 한 접시 식탁에 올라왔다
아내가 산에서 주운 도토리로
직접 만든 도토리 묵
젓가락 위에 덜덜덜 떨며 올라온
낭창낭창한 도토리 묵
도토리교회가 무엇하는 곳이냐
여기저기 떨어진 도토리 열심히 주워모아
껍질까서 부수고 가루 만들고
떫은맛 빼고 뜨거운 불에 고아
낭창낭창한 도토리 묵 만들어
하나님 밥상에 올려드리는 곳이지
ⓒ최용우 2013.2.28
월간<꿈토리> 2013년 3월호 권두시에 넣으려고 쓴 시입니다.
댓글 '2'
최용우
시작노트-지난 가을 아내가 뒷산에 가방 매고 올라가 동네 할머니들과 경쟁을 하며 주워 온 도토리를 가지고 방앗간에 가서 가루를 냈습니다. 다라에 물을 가득 담고 가루를 풀어 휘휘 저으면서 껍질은 버리고 도토리 물은 따로 모읍니다. 도토리물을 고운 배로 걸러 짠 다음 그늘에 몇날며칠을 말리니 드디어 도토리가루가 되었습니다.
내일 교회 점심시간에 도토리묵을 해 갈 거라며 도토리가루를 꺼낸 아내가 가루에 적당한 물을 붇고 약한 불 위에서 주걱으로 저으니 묽직한 묵이 됩니다. 그것을 스댕그릇에 담아 하루를 식히니 드디어 낭창낭창하고 먹음직스러운 묵이 되었습니다.
묵 하나를 만드는데 옆에서 보니 그 과정이 보통 복잡한 게 아닙니다. 먹는 묵을 만드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하물며 사람 도토리 주워 모아 사람 묵 만드는 일은 얼마나 더 힘들까요 ⓒ최용우
내일 교회 점심시간에 도토리묵을 해 갈 거라며 도토리가루를 꺼낸 아내가 가루에 적당한 물을 붇고 약한 불 위에서 주걱으로 저으니 묽직한 묵이 됩니다. 그것을 스댕그릇에 담아 하루를 식히니 드디어 낭창낭창하고 먹음직스러운 묵이 되었습니다.
묵 하나를 만드는데 옆에서 보니 그 과정이 보통 복잡한 게 아닙니다. 먹는 묵을 만드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하물며 사람 도토리 주워 모아 사람 묵 만드는 일은 얼마나 더 힘들까요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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