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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287】그리운 그 이름들
양씨 집성촌이었던 우리동네는 북하 골짜기에 있는 여러 마을 중에 가장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20여집 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져 있고 웃깟, 아랫깟으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장군봉과 촛대봉에서 흘러 내려온 비단옷이 진귀한 보물을 감추고 있는 듯한 형상이랍니다.
그래서 일본놈들이 보물을 감추고 있는 비단옷을 찟어버리듯 마을을 두 개로 나누고 원래 이름인 '풍년동'을 '풍기'로 바꿨다고 합니다. 대한독립 6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일제가 남긴 '풍기'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빨리 이름도 바꾸고 찢어진 비단옷도 꿰매야 할텐데...
내 어릴적 우리동네는 6학년때(1979년) 기준으로 아랫깟에 길복이네, 영복이네, 쌍둥이네, 성호네, 복순이네, 길수네, 동희네, 해일이네, 이준이네, 용우네(ㅎㅎ 우리집), 명선이네가 살았고 웃깟에는 형로네, 순뱅이네, 현아네, 광민이네, 경옥이네, 순임이네, 무당집, 영기네... 이렇게 살았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쌍둥이네, 성호네, 이준이네, 용우네, 명선이네, 형로네, 순뱅이네, 광민이네, 영기네집만 남아있고 모두 노인들만 살고 있습니다. 나머지 집은 모두 주인이 바뀌었거나 혈려버렸습니다. 새로 6채의 집이 지어져 새 사람이 이사를 와서 살고 있네요. 지금은 시골 고향에 가도 저를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이렇게 나의 고향 마을을 떠올리며 친구들 이름을 불러보니 옛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납니다. 그 친구들 다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최용우 20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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