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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293】 살아있었네 살아있어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바람이 사람도 날려 버릴 듯 미친년처럼 이리저리 부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무랄 데 없이 좋은 봄날입니다. 아내와 함께 두시간 달려 장성에 내려갔습니다. 오랜만에 어머님이 황룡 오일장 나들이를 하고 싶다하셔서요.
장성황룡장은 까마득한 옛날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살았던 곳입니다. 장이 서지 않는 4일 동안은 빈 장터가 거대한 놀이터였지요. 친구들과 함께 런닝맨놀이(숨바꼭질)도 하고 전쟁놀이, 땅따먹기, 부동산 투기 연습도 했습니다. 거의 50동이 넘는 장터 빈 집을 이용해 서로 게임을 해서 한 동씩 따먹는 놀이입니다. 그때 좀 잘했더라면 지금쯤 저도 부동산 투기 좀 해서 부자가 되었을텐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 자리에서 팥죽장사를 하는 경택이네집은 우리의 이웃집이었습니다. 지금은 꼬부랑할머니가 되신 경택이 어머님은 우리 엄니를 만나면 인사가 "아직도 살아 있네"입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런 인사들이 섭섭하지 않고 자연스러운가 봅니다.
여기저기 다니며 장터 모습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시골 오일장의 철물점에는 농기구가 가득합니다. ⓒ최용우 20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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