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숙 송희자 

종류만 157개… 그녀 손 닿으면 꽃이 茶가 된다

 [첨단 농업, 억대 부농] [4] 전남 담양군 '머루랑다래랑' 송희자 대표
3년간 밤새운 연구 끝에 꽃마다 적합한 제조법 만들어… 지난해 매출 20억원 달해

전남 담양군 월산면 용흥리. 한적한 산골 마을 어귀에 아담한 찻집 '머루랑다래랑'이 서 있다. 지난 12일 이곳을 찾으니 은은한 꽃향기가 배어 나왔다. 찻집 주인 송희자(여·50)씨가 갓 만든 보라·노랑·흰색 팬지 꽃차 한 움큼을 들어 보이며 "얼마 전 하우스에서 자란 팬지가 처음 나왔어요"라고 말했다. 송씨는 이곳에서 157가지 꽃차를 만든다. 이 중 32가지를 전국 500여개 매장에 공급한다. 전국 50여 농가와 계약 재배한 꽃과 직접 수집한 꽃들이 그의 손을 거쳐 향기로운 차로 거듭난다.

송씨는 1993년 남편 박공현(55)씨와 함께 고향인 담양으로 내려왔다. 몸이 편찮은 시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험한 농촌 형편과 낯선 풍습·언어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이 생길 정도였다. 꽃을 좋아했던 그는 꽃과 식물에 관한 책들을 탐독하면서 짜증을 달랬고, 꽃의 향과 성분을 담아둘 방법을 찾던 끝에 꽃차에 눈을 떴다.

1997년 마을 입구에 찻집을 열고 그동안 만든 20여 가지 꽃차를 선보였다. 그런데 돈을 내고 꽃차를 사 먹겠다는 손님이 없어 할 수 없이 음식을 위주로 하고 후식으로 꽃차를 냈다. 차츰 소문이 나면서 유통량이 급증했다. 그러나 한창 물량이 늘어나던 2004년 무렵 상품이 변질됐다는 항의와 함께 반품이 급증했다. 수작업에 의존했던 생산이 한계에 이른 것이다.

지난 12일 찻집 머루랑다래랑에서 송희자씨가 꽃차에 쓸 색색 꽃잎을 손질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서둘러 건조기 2대를 들였지만, 꽃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가공 조건을 기계로 맞춰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꽃을 무더기로 폐기하길 다반사. 밤을 새워가며 3년을 노력한 끝에 꽃 종류마다 적합한 매뉴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기쁨도 잠시. 갑자기 찾아온 위암으로 2007년 큰 수술을 받고 2년을 쉬어야 했다. 그 사이 꽃차 제조법을 빼내 사업에 이용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그를 구한 것 역시 오랜 고객들. "발로 뛰며 다졌던 전국 거래처들이 저를 믿고 기다려줬죠."

쉬는 동안 송씨는 신상품 개발과 꽃차 교육 등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2009년 다시 꽃차를 들고 전국 순회에 나서면서 재기의 발판을 다졌다. 지난해 송씨는 꽃차로 20억원가량 매출을 올렸다. 연간 소비하는 생화만 50t, 마른 꽃으로도 5t에 달한다.

전국 대학과 농업기술원에 '꽃차 전문가' 과정을 개설해 가르치고, 매년 열어온 국제꽃차품평회와 함께 올해는 '꽃차 소믈리에' 경진대회도 준비하고 있다.

 

입력 : 2013.02.20 03:05 담양 기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