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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무지개 뜨는 언덕

윤대영 목사(부천 처음교회)............... 조회 수 3270 추천 수 0 2013.04.19 22: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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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닭이 울고 잿빛 안개가 자욱한 들녘이다. 장로님은 새벽기도회를 드리기 전 밭에 나와 채소를 뽑아 단을 묶고 무를 뽑아 수레에 싣는다. 그리고 온 읍내를 다니면서 논과 밭이 없는 이들의 집들을 찾아가 몰래 대문 안에 채소나 무를 마치 산타크로스 할아버지처럼 선물로 주고 나선다. 주로 논밭이 없어 농사를 짓지 않는 가난한 집들을 대상으로 선물을 준다. 아예 봄이면 밭에 이랑을 만들어 놓고 내심 이 이랑은 누구의 집을 위해, 저 이랑은 누구를 위해 씨를 뿌린다고 미리 마음에 정해 놓는다. 그리고 교회에 나아가 새벽기도를 드린다. 본인의 기도가 겨우 본인에게만 들릴 정도로 그렇게 나직이 기도를 드린다.

어느 날 새벽, 장로님이 공동기도를 해야 할 날이 다가왔다. 그런데 장로님의 기도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렸을까 그래도 오래 침묵하셔서 목사님이 “장로님 기도 하시지요?”라고 했지만 장로님은 꼿꼿한 상태로 계셨다. 그 영혼이 하늘로 오르시는 순간이 되신 것이다. 삼일 후 장례를 치르는 날 읍내의 모든 이들이 상주가 된 듯하였다. 동구 밖 뒷산에 장지가 마련되었다. 땅을 파고 관을 내렸다. 그런데 갑자기 회색구름이 일어나더니 그 무덤을 중심으로 쌍무지개가 뜨는 것이다.

이 광경을 본 모든 사람들이 “쌍무지개를 타고 장로님이 천당으로 가셨다”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쌍무지개 뜬 그 동산은 지금도 있다. 그러나 쌍무지개가 떠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아직 그 이후 나타나지 않는다.

윤대영 목사(부천 처음교회)

<국민일보/겨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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