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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337】재탕 곰탕 설교가 몸에 좋아요.
우리 집에는 아주 유명한 목사님들이 매일 오셔서 30분씩 또는 한시간씩 설교를 해 주십니다.^^ 제가 오시란 말 안 해도 그냥 알아서 오시니 제가 그냥 너무 좋아 살겠습니다.^^
저는 거실에 있는 컴퓨터의 스위치만 '똑' 하고 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인터넷을 켜고 즐겨찾기를 눌러서 오늘 모시고 싶은 목사님의 이름만 누르면 그때부터 설교가 시작됩니다. 저는 목사님을 보고 있지만 목사님은 저를 보지 않기 때문에 제가 딴짓을 해도 목사님이 설교하시는데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심지어 제가 똥이 마려우면 잠시 목사님의 설교를 멈추시게 하고 달려가서 일을 보고 와 다시 들어도 잠시 멈추었다가 친절하게 계속 설교를 이어서 해 주십니다.^^
한번은 이아무개 목사님의 설교를 듣는데 언젠가 한번 들었던 설교 같은 거에요 "이 설교는 전에 한번 하시지 않았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목사님이 설교 준비를 하실 시간이 없으셨는지, 착각하고 원고를 잘못 가져오셨는지...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는데, 설교 말미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오늘 설교는 재탕설교입니다.... 아무도 그걸 눈치채지 못하시는군요. 그래서 제가 먼저 이실직고하는 것입니다. 전에 한번 이 설교를 했었는데, 그때는 제가 어떤 일 때문에 마음이 많이 상심된 상태로 설교를 해서 설교의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늘 그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오늘 평정심을 가지고 다시한번 재탕설교를 했습니다."
사랑한단 말은 아무리 여러번 들어도 질리지 않는 것처럼, 저는 많은 시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설교는 설교자의 애착이 가는 법이니 재탕 삼탕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설교라도 다시 하면 또 다시 새로운 것이 얹혀집니다. 그래서 재탕 삼탕을 해도 이미 같은 설교가 아닙니다.
한국 교회 교인들은 새로운 설교만 계속 듣다보니 설교의 되새김이 없습니다. 설교를 준비하는 목사님들만 죽어나는 것이지요. 제가 아는 어떤 목사님은 주일예배 설교를 수요일 밤에 다시 반복하고 구역예배 공과로 만들어 나누어주고 새벽기도시간에 여섯토막으로 나누어 매일 조금씩 반복 하신다고 합니다. 주일 설교를 일주일동안 네 번 반복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시골교회라 귀가 안 들리는 할머니들만 계셔서 아직까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네요^^ 어짜피 귀에 들어가지도 않는 설교 매번 새롭게 하는 것보다 한편이라도 자주 반복하면 귀에 못이 박히지 않겠냐는 말씀이셨습니다. ㅎㅎ 공감 되시죠? ⓒ최용우 20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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