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적에 다섯 /국민서관

의좋은 형제

 

글/이현주   

그림/김천정

 

‘의좋은 형제’는 수백 년 동안 선조들의 입으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이야기입니다. 한 가지 이야기가 이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이유는, 우리 조상들이 소중히 했던 이상적인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서로의 처지를 걱정하여 몰래 서로의 낟가리에 볏단을 가져다 놓는 형과 아우에게서 우리는 따뜻한 배려와 사랑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겉에 드러나지 않게 선행을 실천하는 형제의 우애는, 개인주의와 눈에 보이는 것이 더욱 가치를 지니게 된 오늘, 더욱 소중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이러한 감동은 우리 아이들이 평생 가슴에 지니고 살아갈 아름다움입니다.

 

 1950년대 이후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의좋은 형제’ 이야기는 너무나 잘 알려진 구전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고려시대 말부터 조선시대 초까지 충남 예산군 대흥면에 살았던 이성만? 이순 형제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 것입니다. 이성만 형제는 부모를 극진히 공경하고 형제간 우애가 깊어 마을에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이들 형제의 이야기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자 세종대왕은 정문(旌門)을 세워 표창했고, 연산군 때에는 173자가 기록된 비를 세워 주었습니다. 이는 [조선왕조실록]과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1978년에는 전설로만 여겨졌던 이성만 형제의 실존과 행실의 실제를 증거하는 효제비(孝悌碑)가 충남 예산에서 발견되어, 이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있음을 증명해 주었습니다. 이 비는 예산 지역 현존 최고의 금석문 자료로 가치가 인정되어, 1983년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102호로 지정되어 비각으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흑판 위에 그린 단순한 선, 화려한 색의 그림과, 두런두런 들려주는 듯한 정겨운 글은, 이야기가 전하는 한국 고유의 정(情)을 고이 살려 냈습니다. 봄부터 겨울까지 내내 웃음을 머금고 있는 형제의 얼굴과, 볏단을 짊어지고 서로의 낟가리로 향하는 형제의 경쾌한 발걸음은 보는 이를 흐뭇하게 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삶을 증명하듯 이야기 곳곳에 등장하는 제비, 강아지, 미꾸리 등은 읽는 이에게 재미를 더해 줍니다.

 

 이 책은 이현주 목사님의 감칠맛 나는 문체를 맛있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전해져 오는 전설을 누구나 글로 옮겨 적을수는 있지만, 이렇게 맛깔스럽게 옮겨적는 실력을 가진 이는 우리나라에 몇 안됩니다. -최용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