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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차 한잔 마시면서 전해드리는 햇볕같은이야기
♣♣그 4748번째 쪽지!
□ 강물은 흘러간다
어릴 적 내가 살던 마을에서 학교에 가려면 긴 다리를 하나 건너가야 했습니다. 학교에 가는 길은 대부분 친구들과 함께 다리를 건넜지만, 학교에서 돌아올 때는 가끔 혼자 다리를 건널 때가 있었습니다. 별로 바쁜 일도 없었던 때라 다리 난간에 걸터앉아 흐르는 강물을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오곤 했었습니다.
언제나 강물은 말없이 천천히 흘렀습니다. 햇볕에 반짝이는 은빛물결 위로 가끔 물고기들이 튀어 올랐습니다. 그러나 비가 많이 오고 난 다음날에는 흙탕물에 통나무가 떠내려가기도 하고 바가지나 옷가지들이 떠내려가기도 했습니다. 누군가가 빠져 죽었다고 소문이 난 날에는 다리를 건너기가 무서웠지만 여전히 다리 아래로는 맑은 물이 흘렀습니다.
어느 날에는 동네 청년들이 다리 밑에서 천렵을 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삼륜차를 물로 닦기도 했고, 한동안 다리 밑에서 넝마주이를 하던 거지가 살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다리에 대한 추억은 참 많습니다. 그러나 가장 강하게 남아있는 기억은 언제나 말없이 잔잔하게 흐르던 강물입니다.
세상 살다 보니 참 별의별 일을 다 당합니다. 어이없는 일, 황당한 일, 곤란한 일, 창피한 일, 터무니없는 일, 내가 실수를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나에게 실수를 하기도 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일도 일어나고, 도무지 해결책이 없는 일 앞에서 절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저는 "쩝, 그래... 모두 다리 밑으로 흘러가는 강물일 뿐이야. 오늘은 아무리 흙탕물이 흘러도 이틀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은빛 물결의 강물은 흐른다구!" 하고 중얼거립니다.
아무리 견딜 수 없이 힘든 일도 이틀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저는 그것을 다리 난간에 걸터앉아 흘러가는 강물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물론 어릴 적에는 몰랐지요. 살다보니 저도 모르게 마음에 새겨진 기억이 또렷하게 되살아나곤 하네요. ⓞ최용우
♥2013.9.17 불날에 좋은해, 밝은달 아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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