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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차 한잔 마시면서 전해드리는 햇볕같은이야기
♣♣그 4755번째 쪽지!
□ 쓰레기 한 봉지
언제부터인가 산에 오르는 배낭 속에 검은 비닐 봉다리를 하나씩 넣어가지고 다닙니다. 쓰레기를 담는 봉다리인데 내가 만든 쓰레기는 기본이고, 다른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도 주워서 담아 가지고 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나 잘났다고 자랑하려고 하는 일도 아닙니다. 산은 아무 말 없이 나를 순순히 받아주어 그 허리를 걷게 하고 그 머리에 서서 야호를 외쳐도 넉넉한 마음으로 불평이 없는데, 그런 산에 쓰레기 하나라도 놓고 오는 것이 미안해서입니다.
처음에는 내가 내 쓰레기만 안 버려도 산은 깨끗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부터 다른 쓰레기도 보였습니다. 저는 '나쁜 놈들' 이라느니, '가정교육이라곤 하나도 못 받은 놈들' 이라느니 혹은, 담배꽁초라도 발견하는 날에는 '산을 다 태워먹을 일이 있나. 이런 놈들은 아예 산에 발을 못 붙이게 해야 돼' 하면서 온갖 잔소리를 다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속 좁은 저와는 달리 불평 한 마디 없이, 얼굴 한번 안 찡그리고 방금 전에 떠난 사람들이 버려놓은 초코파이 껍질과 귤껍질을 주워 자기 배낭에 담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곳은 계룡산 '도덕봉' 이었습니다. 도덕봉이라서 사람이 도덕적이 되었을까요? 어쨌든 그분을 보니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제 얼굴이 민망해서 붉어지더라구요.
그래서 그 뒤부터는 저도 말 없이 산을 탈 때마다 까만 비닐봉지로 한 봉지씩 쓰레기를 주워가지고 내려옵니다. 다른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든 말든 그런 것은 이제 더 이상 상관하지 않습니다. 산이 하룻 동안 자신을 나에게 내어준 것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산에 들어간 입장료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쓰레기 한 봉지씩은 꼭 주워서 내려오려고 합니다. ⓞ최용우
♥2013.9.26 나무날에 좋은해, 밝은달 아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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