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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오빠와 함께 자취할 때의 일이다. 오빠한테 밤좀 잘 챙겨 주라던 엄마의 기대를 어기고 나는 늘 밥통을 비우기가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었다. 퇴근해 보니 밥솥에는 밥이 조금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오빠, 우리 저녁 뭘 해먹을까?" 조금 귀찮은 투로 내가 말했다. 그런데 오빠는 벌써 저녁을 먹었다는 것이다. 나는 반찬도 없는데 어떻게 먹었냐고 되물었다. "부대찌개 먹었지. 너 언제 찌개까지 끓여 놓고 출근했니?" 오빠는 기특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나는 부대찌개를 끊인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주인집 아주머니께서 주신 기억도 없고, 엄마가 다녀 가신 일도 없는데 웬 부대찌개..., 한참 생각해도 오빠가 맛있게 먹었다는 부대찌개의 정체를 파악할 수 없었던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빠, 도대체 뭘 먹은 거야?" "작은 냄비 안에 있는 부대찌개 네가 끓인 것 아냐?" 그 순간 나는 쥐구멍을 찾고 싶었다. "오빠, 그게 말이야, 부대찌개가 아니고 며칠전 끓였던 콩나물 국이랑 어제 오빠가 먹다 남긴 라면이랑 그리고 반찬 통에 조금씩 남아 있던 음식들을 버리려고 냄비에 모아둔 건데...," 오빠는 한동안 나만 쳐다 보더니 이내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오빠는 그날 배탈은 나지 않았다. 나는 몇번이나 오빠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자꾸 웃음만 나왔다.
양영희 님/ 강원도 원주 원동
양영희 님/ 강원도 원주 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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