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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이상한 방학숙제

창작동화 정해왕............... 조회 수 2240 추천 수 0 2001.12.23 01:2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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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방학숙제

`치,무슨 이 따위 숙제가 다 있어'
난 정말이지 우리 선생님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차라리 위인전을 10권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게 낫지,이게 무슨 숙제냐고요.이따위 숙제가 도대체 우리한테 무슨 도움이 된다고….
더군다나 요즘 내가 우리 아빠랑 얼마나 사이가 안 좋은지 아세요.아빠 는 잘 모르시겠지만,아빠에 대한 나의 감정은 한 마디로 얼음장이라고요, 얼음장!
허구한 날 밤늦게 들어와서 대충대충 씻고는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남자,내가 “잘 다녀오셨어요?”하고 인사를 해도,“응” 한 마디만 내뱉 고는 본채 만채 하는 남자,어쩌다 술이라도 마시고 들어오는 날에는 술 냄 새가 푹푹 풍기는 입으로 내 볼에 억지로 뽀뽀를 해대는 남자,주말에도 나 랑 놀아 줄 생각은 눈곱만치도 하지 않고 늦잠을 자거나 아니면 회사일을 핑계로 집을 비우는 남자,그 남자의 이름이 바로 우리 `아빠'라고요.세상 에 그런 아빠를 좋아할 딸이 어디 있겠어요.
게다가 아빠는 요즘 할머니하고도 사이가 엉망이에요.아침에는 할머니가 차려 주신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휙 나가 버리고,밤늦게 들어와서는 할머 니께 인사도 드리지 않지요.아빠는 항상 잔뜩 골이 난 표정으로 할머니완 얘기도 하지 않으세요.자기를 낳고 길러 주신 엄마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 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아빠가 원래부터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어요.예전엔 엄마와 나한테 얼마나 잘해 주셨는지 몰라요.또 아빠는 동네에 소문난 효자셨어요 .출퇴근할 때마다 꼬박꼬박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주말이면 할머니 손 을 잡고 함께 산책을 다니곤 하셨죠.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이 꿈만 같아요 .그런데 그만 지난 여름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어요.그날은 시골 작은아버지 댁에 가셨던 할머니께서 서울로 올라오시는 날이었는데,아침부 터 비가 주룩주룩 내렸습니다.
“이런,비가 너무 오는걸.슬기야,혼자 집 좀 보고 있거라.아무래도 엄마는 할머니 마중을 나가 봐야겠다”
엄마는 아빠 차를 몰고 터미널로 나가셨어요.그게 내가 본 엄마의 마지 막 모습이었답니다.엄마가 몰고 나간 작은 차는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커다 란 화물트럭과 부딪쳐 초라하게 찌그러들었고,엄마는 우리 곁을 영원히 떠 났습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예요,아빠가 할머니를 미워하기 시작한 건.하긴, 나도 그땐 할머니가 너무나 밉고 싫었으니까요.할머니가 엄마를 죽인 것도 아닌데,왜 그랬는지 몰라요.
그 뒤로 할머니는 마치 죽을 죄를 지은 사람처럼 아빠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사십니다.이따금 나를 꼭 끌어안으시고는 눈물만 흘리시죠.
“으이그,이 불쌍한 것! 그저 내가 죽일 년이지,내가 죽일 년이여”
아무튼 지난 여름의 그 사건을 떠올리면,나도 아빠의 괴로운 심정을 조 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그래서 나는 선생님이 내 주신 숙제를 하기로 마 음먹었습니다.


그날은 정말 눈이 많이 내린 날이었어요.아빠는 그날도 밤 12시가 다 돼 서야 들어오셨지요.졸리는 눈을 비비며 아빠를 기다리던 나는,외투와 양말을 벗고 화장실로 들어가시는 아빠에게 용기를 내서 말을 붙였어요.
“아빠,오늘은 제가 발 씻겨 드릴게요”
“아빠 발을? 왜?”
“학교 숙제거든요”
“참,별난 숙제도 다 있구나.하지만 괜찮다.그냥 아빠가 씻을 테니까 ,넌 선생님한테 씻겨 드렸다고 얘기하면 되잖니?”
“그건 안돼요.어떻게 선생님한테 거짓말을 해요”
난 끝내 고집을 부려서 아빠의 발을 씻겨 드렸습니다.아빠의 발에서 따뜻한 느낌이 내 손으로 옮겨져 왔습니다.그런데 참 이상하죠.아빠는 내가 발을 씻겨 드리는 동안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가만히 앉아만 계시더라고요 .그러더니 발을 다 씻겨 드린 뒤에야 두 팔로 나를 `꽈악' 안으시는 거예요.
“고맙다,슬기야.정말 고마워…”
난 숨이 막혀 죽는 줄 알았어요.하지만 기분은 참 좋더라고요.엄마가 하늘나라에 가신 뒤로 아빠가 날 안아 주신 건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그 다음엔 어떤 일이 일어난 줄 아세요.아빠가 세숫대야에다가 김이 모 락모락 나는 물을 받아 가지고는 할머니 방으로 들어가신 거예요.
그날 이후 우리집엔 다시 웃음이 찾아왔어요.선생님이 내 주신 이상한 방학숙제 때문에 우리집에 정말 이상하고 놀라운 일이 일어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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