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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걸이,예전에 엄마 친구가 엄마한테 선물한 거야”
그렇게 말하며 엄마가 내보인 목걸이는 정말이지 예쁜 분홍 장미꽃 목걸 이였습니다.
“그런데 왜 안 하고 다녀?”
정윤 언니가 물었습니다.
“엄만 원래 목걸이같은 거 안 하시잖아!”
해윤이는 얼른 끼어들었습니다.
“뭐,해도 어울리지 않는걸”
엄마는 조금 쓸쓸한 얼굴로 대답했습니다.해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엄마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이상하게도 엄마는 목걸이나 귀고리,반지 등이 조금도 어울리지 않았습니다.손목시계 한 가지만 어울렸습니다.
“그럼,엄마 그 목걸이 나 줘”
언니는 옳다구나! 했습니다.
`내가 먼저 달라고 할 걸'
해윤이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그렇지만 한발 늦고 말았습니다.
“그래,이담에 정윤이가 커서 시집갈 때 줄게”
엄마는 아주 선선히 그러마고 했습니다.
`치이…'
해윤이는 엄마 손에 들려 있는 목걸이를 다시 눈여겨 보았습니다.금빛의 가는 줄에 앙증맞게 매달린 분홍빛 장미 꽃봉오리 두 개.살빛이 흰 정윤이 언니에게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난…'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속이 부글부글 끓고 화가 났습니다.따져 보려고 해도 따질 거리가 없는 것이 더 속상했습니다.
`언닌 큰딸이니까 먼저 시집을 갈 거야.그리고 큰딸이니까 목걸이를 물려받아야 할 거구…'
그렇다고 이다음 시집갈 때 해윤이만 아무 것도 물려받지 못한다면 손해입니다.너무나 억울해서 이다음 클 때까지,그래서 시집을 갈 때까지 잠도 안 올 것 같았습니다.
엄마는 그런 해윤이의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정윤이 언니도 마찬가지입니다.좋아서 해해해해,웃기나 했습니다.
분홍 장미꽃 목걸이를 있던 자리에 둔 엄마는 다용도실에 쪼그리고 앉아 빨래를 빨기 시작했습니다.
`난 무얼 달라고 하지? 이다음 시집갈 때 가져갈 거…'
무엇이든 정해 놓아야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엄마는 해윤이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빨래판 위에 더럽혀진 빨랫감을 놓고 쿨쩍쿨쩍 비누질을 시작했습니다.쿨쩍쿨쩍… 나무로 된 빨래판이 바닥에 닿아 쿨쩍이 는 소리를 냅니다.빨래를 놓고 비비는 엄마 어깨가 따라서 들썩입니다.빨래판이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것 같습니다.노래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합니다.쿨쩍쿨쩍…
해윤이는 엄마의 어깨 너머로 빨래판을 훔쳐보았습니다.나무로 만들어진 넓적한 판.촘촘하게 골이 진 건 빨랫감의 때를 더 잘 빠지게 하려 그렇게 만들었을 것입니다.그뿐 아닙니다.골이 진 곳으로 땟국비눗물이 쭈르르 흘러내렸습니다.
“왜 세탁기에 빨지 않고 힘들게 빨래판에다 빠세요?”
“힘들지 않아”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엄마는 대답했습니다.
“재밌어요?”
“재미? 재미있고 말고.이렇게 때가 쏙쏙 잘 빠져나오지 않니?”
엄마 손은 정말이지 재미있어 어쩔 줄 모르는 듯 보였습니다.
“엄마 있잖아요.그 빨래판도 이담에 언니 시집갈 때 줄 거예요?”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왜? 네가 갖고 싶니? 해윤이 시집갈 때 가져가려구?”
“네!”
엄마는 눈치가 빨랐습니다.
“그때까지면 다 닳을 텐데.두 쪽으로 뽀개질지도 모르구”
엄마가 걱정했습니다.
“그래도 괜찮아요.엄마가 아껴 쓰고,저 주세요”
후유_,마음이 놓입니다.분홍 장미꽃 목걸이는 잃어버리면 그만입니다.
그렇지만 빨래판은 잃어버릴 걱정이 없습니다.
수돗물을 시냇물처럼 졸졸졸 흐르게 하고,쿨쩍쿨쩍 빨래를 빠는 재미가 그만일 것입니다.쿨쩍쿨쩍…… 쭈르르쭈르르……
<작가 약력〉
이상교
◇동화작가
◇73년 `소년'잡지 동시 추천완료
◇77년 조선일보,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 입선 및 당선
◇85년 한국동화문학상,93년 해강아동문학상,96년 세종아동문학상 수상
◇동화집 `푸른 휘파람' `이야기마을로 가는 기차',그림동화 `나는 잠이 안 와' `아주 조그만 집',동시집 `우리집 귀뚜라미' `나와 꼭 닮은 아이' 등.
가져온 곳/ 국민일보 1999-01-22 [가족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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