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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동식이와 자전거  

창작동화 한은희............... 조회 수 2568 추천 수 0 2001.12.27 09:16:03
.........


"야호!" "호야!" "와~아~~"
동네 개구쟁이들이 죄다 모였습니다.
칠월 한 낮의 공터인지라 더위가 대단했지요.
동식이는 오늘도 일찌감치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서려는데, "얘, 너 요사이 동네 아이들을 네 자전거에 태워서 밀어주는 놀이를 한다던데, 그게 사실이니" 하시며 엄마가 불러 세우셨겠지요.
"예, 엄마. 친구들이 무척 좋아해요. 저도 재미있구요."
동식은 신이나서 대답했어요.
  "아니, 뭐라고? 정말이었구나!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오 듯 쏟아지는 계절에 무슨 짓이람. 그만 들어가자. 바보 같은 짓 하지 말고......"
엄마는 손목을 잡아당기며 말리시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엄마, 상철이랑 강구녀석들이 기다리고 있단 말예요. 점심먹고 바로 공터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이 돼 있거든요. 벌써 차례도 다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아마 나만 나오기를 줄서서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동식이는 엄마의 손에서 제 손을 살며시 빼내더니 달음박질치며, "엄마, 걱정마세요. 무릎에 상처도 안 내고 넘어져서 코피도 안 흘릴게요."하고 소리쳤지만 엄마는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다른 애들은 그저 힘 안들이고 타는 재미에 즐겁다지만 넌 땀을 뻘뻘 흘리며 뭐가 즐겁고 재밌어? 그만 두고 들어오지 못하겠니?" 하셨지요.
그러나 동식이는 이미 공터 쪽으로 달리고 있었고, 엄마는 발만 동동 굴리다가 내리 쬐고 있는 태양 빛을 피하려는 듯 이마 위에 손가리개를 만들어 잠시 쳐다보고 있더니 집으로 들어가 버리셨습니다.
동식이는 천천히 걸으며 생각했어요.
'왜, 친구들을 태우고 있는 힘을 다해 달리는 재미있는 놀이를 엄마는 말리시는 걸까? 상철이, 강구들이 하얀 이를 드러내고 고개를 뒤로 돌려 "더 힘껏 밀어 봐!"할 때 내는 커다란 웃음 소리가 얼마나 듣기 좋은데. 그리고 마구 달리고 있을 때 땅바닥의 돌이랑 과자 포장지들이 줄자로 금을 그은 듯 한 줄로 보이는 것이라든지, 하늘을 쳐다보면 구름이 빠른 속도로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또 옆에서 보고 있는 동생들의 부러운 눈망울들, 손뼉침 등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데......'
모퉁이를 돌자 "야호!" "호야!" "와~아~~"하는 소리가 먼지와 함께 폴싹거리며 동식이에게로 달려들었습니다.
공터 한 모퉁이에 유리 조각으로 깊게 파 그려 놓은 출발선에는 강구가 땀을 양쪽 귓뒤로 줄줄 흘리며 동식이의 자전거에 올라앉아 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지요.
동식이는 신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마에 솟아나는 땀을 손등으로 쓰윽 문지르곤 자전거 뒷부분을 두 손으로 터억 잡자 강구가 "출발!"하고 외치며 한껏 쳐들었던 팔을 아래쪽으로 떨구었습니다.
자전거의 바퀴가 땅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점점 강하게 들려오고 강구가 "우와, 쎄다!"하며 뒤를 돌아 봅니다.
넓은 공터를 타원형을 그리며 한바퀴 돌고 제자리로 돌아오자 상철이가 자전거에서 강구를 밀어내고 제가 올라 타 다시 "출발!"하며 팔을 아래쪽으로 떨구었습니다.
병두, 지윤이까지 태워주고 다시 강구를 태우려는데 볕양산을 받쳐들고 그 곳을 지나가던 동식이 이모가 동식이를 발견하고는 놀라 소리쳤지요.
"얘, 동식아! 동식아! 어쩜 너, 정신이 있는 아이니, 없는 아이니? '누가 이 더위에 다른 아이를 번갈아 태워주며 정신없이 달리는 짓을 할까' 생각했더니 세상에 바로 너 였구나! 가자, 당장!"
이모는 땀과 먼지로 지저분해진 동식이의 팔목을 거칠게 잡아 끌었습니다.
"싫어, 싫어! 이모나 가! 난 여기서 놀테야!"
동식이는 팔을 비틀며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쳤지만 이모는 동식이의 그런 억지에 어이가 없었던지 동식이의 엉덩이를 몇 차례 두들겨 주며 말했습니다.
"얘들아, 너네들도 어서 집으로 가거라. 동식이는 이제 집에서 놀거야. 그리고 다음부터는 우리 동식이에게 자전거 태워 달라고 조르지마. 얘가 뭐 너네들 하인이라도 되니?"
이모는 사랑스런 조카가 한여름, 그것도 제일 더운 낮에 다른 아이들에게 그런 식으로 당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무척이나 분한지 얼굴색이 무더위 탓만은 아닌 듯 붉으락 푸르락 했지요.
이모는 투덜거리는 동식이를 앞세우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현관에서 이모는 "언니, 언니! 빨리 나와 봐! 글쎄, 동식이 얘, 단속 좀 해야 되겠어!"하며 엄마를 부르는 사이에 다다다닥...... 이미 동식이는 골목길을 달려나가 공터쪽으로 도망쳤지 뭐예요.
그러나 동식이가 공터에 다다랐을 때 그 곳에는 먼지도, 강구와 상철이, 병두랑 지윤이도, "야호!" "호야!" "와~아~~"하는 환호성도 없었습니다.
그 큰 공간에 자전거 한 대만이 덩그러니 햇볕에 반사광을 은빛으로 던지면서 떠억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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