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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우리들의 연못에는 무엇무엇 사나  

창작동화 한은희............... 조회 수 2223 추천 수 0 2001.12.27 09:16:54
.........


  태권도장에서 연습을 마치고 마악 건물을 빠져 나오던 인휘는 송알송알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손으로 쓰윽 훔치며 인상을 찡그렸습니다.
아직 오전이긴 하지만 팔월의 무르익은 햇살이 어린 인휘의 콧잔등이며 어깨며 허벅지에 따갑게 내리 비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은 여름방학 중이고 인휘는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그러니까 두 시간 정도 예슬이와 신나게 놀 수가 있을테니까요.
예슬이와 인휘는 초등학교 4학년이고 같은 학교, 같은 반에 집까지 두 집 건너이고 보니 등교는 물론 하교, 숙제 등 거의 모든 일과를 같이 하는 제일 친한 친구랍니다.
오늘도 인휘와 예슬이는 버스로 두 정거장 정도의 거리에 떨어져 있는 어느 대학교의 작은 연못에 놀러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고, 아마 예슬이는 대학교 교문 앞의 공중전화 옆에서 지금쯤은 기다리고 있을거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인휘는 따가운 햇살과 솟아오르는 땀에는 아랑곳없이 잽싸게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처럼 대학교 앞은 드나드는 사람들과 차량들로 어수선하고 시끌시끌 했습니다.
거의 다달았을 때 인휘는 큰 키에 길다란 팔 다리, 갸름하고 하얀 얼굴의 예슬이를 발견하고는 헉헉거리면서도 더욱 힘을 내어 달렸습니다.
"미안해."
"나도 이제 방금 온 걸. 괜찮아."
예슬이는 빙긋 웃으며 학교 안으로 앞서 걸어 들어 갔습니다.
대학교는 건물만 덩그라니 있는 그들의 학교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달라 어디에고 눈을 돌려도 구경거리가 즐비하였는데, 키 크고 굵은 가로수들, 감ㆍ모과 등의 유실수들, 잘 포장된 도로들, 무수히 많은 건물들, 또 보도 위에서 풍물놀이를 하는 패, 연극연습을 하는 패, 각기 다른 악기를 들고 모여들어 공연 연습이라도 하는 듯 신들린 몸짓을 하는 패 등, 참으로 신기한 볼거리들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좋은 구경거리는 우리 나라 지도모양으로 만들어진 작은 연못가의 벤치에 앉아 비단 잉어랑 소금쟁이랑 연꽃이랑 이름모를 어린 물고기들이 그림처럼 살고 있는 것을 들여다 보며 노는 것, 그리고 햇빛이 물 위를 비추며 그림자를 드리우는 걸 보고 있는 것이라든지, 바람결따라 나무잎사귀 몇 잎이 배처럼 동동 떠 다니다가 연꽃 사이에 묻혀버려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는 것, 또 그 연못의 물이 수평이 아니고 오른쪽으로 약간 기울었다고 인휘가 주장하는 바람에 쪼그리고 땅에 이마를 댄 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한동안 입씨름을 해대는 것이라든지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인휘와 예슬이가 연못에 도착했을 때는 참으로 놀라운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작은 지도모양의 연못을 없애기로 결정이라도 한 듯 깊고 짙푸르던 물은 반이나 줄어 있었고, 지도모양의 가장자리를 따라 시궁창의 썩은 흙과 같은 시꺼먼 색의 걸죽한 흙이 퍼 올려져 있고, 벌겋게 녹슬고 찌그러진 책걸상ㆍ소주병ㆍ맥주병ㆍ쇠파이프ㆍ바람 빠진 축구공ㆍ각목ㆍ과자류의 포장지ㆍ스치로폼 조각ㆍ게시판에서 떼어 낸 듯한 베니어판 조각, 심지어는 쓸만한 자전거까지 즐비하게 아직 물기도 마르지 않은 채 건져 올려져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소담스레 희거나 붉은 색의 꽃을 피우고 있던 연꽃은 힘없이 축 늘어져 물이 빠져나가고 있는 쪽을 향해 끌려 나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이 보였고 주황색의 비단 잉어는 마땅히 숨을 곳을 찾지 못해 무리지어 허둥거리고 있는 빛이 역력했습니다.
하지만 연약한 소금쟁이는요!
그 어린, 이름 모를 물고기들은요!
행방을 알 수 없는 소금쟁이와 이름모를 어린 물고기들 때문에 인휘와 예슬이는 놀란 가슴에 두 손을 모으고 그저 가만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 물이 빠지고 있는 쪽의 반대편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 시선을 돌려 보니 그 곳에는 초등학교 5, 6학년쯤 되어 보이는 세 명의 사내 아이들이 손에 콜라 통을 든 채 연못바닥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인휘는 조심스럽게 발을 떼어 가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약간 놀랜 듯한 표정으로 예슬이를 향해 와 보라는 시늉을 했습니다.
그 사내 아이들은 잠자리채로 어린 물고기들을 잡으려고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있었고 한 아이가 들고 있는 통에는 이미 배를 하얗게 드러내고 죽어있는 손가락만한 물고기들이 여러 마리 있었습니다.
인휘가 소리쳤습니다.
"너희들! 왜 먹지도 않을 고기를 잡아서 불쌍하게 죽이는 거니?"
흠칫 돌아보던 세 사내 아이 중 덩치가 제일 큰 녀석이 주먹을 불끈 쥐고 벌떡 일어나더니 인휘의 눈 앞에 제 눈을 바짝 들여다 대고 말했습니다.
"임마. 너 몇 학년이야. 기껏해야 4학년밖에 안됐을 녀석이 까불고 있어. 그리고 우리가 고기를 잡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우린 이렇게 노는 것이 재밌단 말야, 고기야 죽든 말든. 어차피 버릴거지만, 잡는 재미가 얼만지 네가 알기나 해?"
예슬이가 얼른 인휘의 팔을 잡아 당기며 소근거렸습니다.
"우리 가자. 그래봐야 소용없어 응! 그냥 가."
인휘는 생각했습니다.
"흙이 썩어버린 물, 녹슬은 철제 가구가 오염시켰을 물, 그 지저분한 물 속에서 온갖 인간이 버린 쓰레기 더미를 헤치며 살아보려고 무진 애를 썼을 연약한 소금쟁이, 그리고 이름모를 어린 물고기들! 그들은 보호되어져야 하는데......"
인휘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예슬이가 힘없이 다시 한 번 팔을 당겼고 인휘는 마치 팔려가는 당나귀 마냥 털벅털벅 걸으며 연못가의 그 역겨운 오물들과 연꽃과 비단 잉어를 바라보았습니다.
대학교를 거의 다 빠져 나왔을 때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두 명과 여자 세 명이 휴지통을 가운데 두고 다 피운 담배꽁초로 내기를 걸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한 명의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말했습니다.
"이 휴지통에서 다섯 발자국 떨어져 담배꽁초를 던진 후 통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이 모두에게 점심사기! 어때?"
다른 모든 사람들이 좋다고 말했고 이윽고 내기를 제안한 사람이 먼저 던졌는데 용하게도 통에 쏘옥 들어가버렸고 다른 남자가 던진 것은 통에 못 미쳐서 힘없이 떨어져 뒹구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까르르 웃어제끼며 서로의 등을 두드리기도 하고 장난을 치다가 그렇게도 쾌활한 웃음소리와 담배꽁초를 남겨 놓은 채 가 버렸습니다.
인휘와 예슬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얼른 담배꽁초를 집으려고 쪼그리고 앉다가 이마끼리 부딪혀 엉덩방아를 찧고 주저앉아 서로의 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인휘는 예슬이의 눈에서 예슬이는 인휘의 눈에서 햇빛이, 숲의 초록빛이 싱싱하게 출렁이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둘은 푸욱-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일어나 교문을 향해 힘차게 걸어나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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