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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구슬이와 초록 망토  

창작동화 한은희............... 조회 수 2197 추천 수 0 2001.12.27 09:17:36
.........


어느 산골 마을에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구슬이라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구슬이가 태어난 이듬해에 병을 얻어 돌아가시고 어머니의 삯바느질로 어렵게 살아가는 가난한 소녀였지만 밝고 어여쁘게 자라났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는 바느질감을 얻으러 아랫마을에 가시고 구슬이는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설거지를 마친 구슬이는 뒤주에서 곡식 몇 알을 꺼내 부뚜막에 뿌려 놓고는 숟가락으로 부뚜막을 톡톡 두드렸습니다.
그러자 어디서 나왔는지 생쥐 한 마리가 나타나 순식간에 곡식을 먹어치우고는 구슬이 손가락을 타고 손등으로 올라갔습니다.
"안녕, 쥐순아. 배고팠지?"
하고 구슬이가 말하자 생쥐는 여전히 배고픈 듯 손등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습니다. 구슬이는 웃으며 뒤주에서 다시 곡식 몇 알을 가져와 손바닥에 올려놓았고 생쥐는 허겁지겁 먹어치웠습니다.
그 때 앞마당에서 개 짖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렸습니다. 생쥐를 감싸 안고 밖으로 나와보니 지붕을 올려다보며 개가 마구 짖고 있었습니다.
"누렁아! 왜 그래?"
구슬이가 다가가며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개는 조용해지기는 커녕 이제는 마구 날뛰며 짖어댔습니다.
"누렁아! 무슨 일인데 그래?"
하며 그제야 지붕 위를 보니 그 곳에는 놀랍게도 날개를 접은 커다란 독수리가 떡 버티고 앉아 날카로운 눈빛으로 마당을 내려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구슬이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생쥐도 잔뜩 겁을 집어먹고 구슬이 앞치마 호주머니 속으로 숨어들었습니다.
구슬이는 개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습니다.
"누렁아! 그만해!"
그러나 그치지 않고 더욱 거세게 짖기만 하는 개를 두고 구슬이가 집 쪽으로 몇 발을 떼어놓자 독수리가 갑자기 지붕을 박차고 높이 날아오르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쏜살 같이 마당으로 내려와 구슬이를 낚아채 다시 하늘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살려주세요! 누렁아!"
구슬이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지만 개 짖는 소리가 잠시 들렸을 뿐 곧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다만 독수리 양어깨의 금빛 견장이 태양 빛을 받아 번쩍이고 있는 것을 슬쩍 보았을 뿐입니다.

등이 차갑고 딱딱한 곳에 놓여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구슬이는 깨어났습니다. 눈을 뜨자 사방이 캄캄한 동굴 속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습니다. 한 줄기 빛이 들어오는 곳으로 얼굴을 돌려보니 그곳은 동굴 입구처럼 보였습니다.
그 때 앞치마 호주머니 속에서 무언가 빠져 나오려고 버둥대는 게 느껴져 손을 넣어보니 생쥐였습니다.
구슬이는 너무나 반가워 말했습니다.
"쥐순아, 언제 여기 들어가 있었니?"
생쥐는 빠져나갈 곳을 찾기라도 하는 듯 이 곳 저 곳을 두리번거렸습니다.
"쥐순아, 우린 아주 무서운 곳에 잡혀 온 것 같아. 아마, 우릴 잡아먹으려고 할지도 몰라. 그러니 빨리 여기를 나가야겠어."
그러나 바깥 세상이 보이는 동굴 입구까지 조심스레 나온 구슬이는 소스라치고 말았습니다. 구슬이가 서 있는 곳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의 한가운데였기 때문입니다.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니 현기증이 나서 뒷걸음질을 치다가 그만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생쥐가 어두운 동굴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구슬이도 일어나 뒤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습기차고 구불구불한 통로를 따라 얼마를 지나자 노란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는 곳이 나타났습니다. 생쥐가 무엇을 보았는지 걷는 것을 멈추고 잔뜩 몸을 움츠렸기 때문에 구슬이는 생쥐를 들어올려 앞치마 호주머니에 다시 집어넣었습니다. 그러고는 그 곳에 무엇이 있는지 보려고 숨을 죽인 채 다가갔습니다.
그 곳은 벽으로 막혀있는 둥근 방 모양의 장소였습니다. 두 개의 횃불로 밝혀져 있고 마치 제단처럼 보이는 길고 네모난 돌이 가운데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 돌 위에 등을 보이고 앉아있는 커다란 독수리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는 어떤 보이지 않는 대상과 대화라도 나누고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아니 실제로 도란도란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독수리 어깨의 금빛 견장이 횃불 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빛났습니다.
"마지막이야. 100번째......"
모든 희망을 잃은 목소리로 독수리가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100번째......, 하지만 그녀가 용기 있고 착한 마음씨를 가진 소녀이기만 하다면......,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는 수 밖 에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 대답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녀라고 별 수 있겠어? 우리를 보면 그저 무서워 도망갈 궁리만 하니......"
"그렇게 용기도 없고 남을 동정하는 마음이 없으니......, 이제 그녀가 깨어났는지 가봐야겠습니다."
하면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쥐였습니다. 쥐는 곧장 구슬이 있는 쪽으로 왔고 구슬이는 놀라서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져 버렸습니다.

구슬이가 다시 정신이 든 곳은 아까 보았던 횃불이 밝혀져 있고 제단이 놓여진 장소였습니다. 제단 위에는 독수리는 보이지 않고 사람이 누워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그 사람은 아주 잘생긴 소년으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는데 한 눈에도 귀한 신분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쥐가 어둠 속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밝은 쪽으로 나왔습니다.
"놀랄까봐......, 조심스러워서......"
쥐가 말했습니다.
"이젠 괜찮아요. 그런데 어떻게 사람들의 말을 할 수 있지요? 아까 그 독수리도......"
구슬이가 용기를 내서 말했습니다.
"예, 저희는 원래 사람이었습니다. 저기 누워 계신 분은 사실 왕자님이시고 저는 그 분을 경호하는 사람이었답니다. 어느 날 궁전 안에 있는 정원에서 화살 쏘는 연습을 하던 중 왕자님께서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새 한 마리를 맞혀 떨어뜨리셨는데 알고 보니 그 새는 마법사의 아들이었습니다. 마법사는 저주를 하면서 왕자님을 독수리로 만들고 저는 쥐로 만들었답니다. 보시다시피......"
"그러면 저 분이 저를 여기로 잡아온 바로 그 독수린가요"
구슬이가 놀라며 물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그 마법사는 왕자님이 잠을 잘 때만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했지요. 저는 그것조차 할 수가 없지만......"
쥐가 매우 슬프게 말했습니다.
구슬이는 저주의 마법에 걸린 왕자를 가만히 들여다보았습니다. 그의 양어깨에서 금빛 견장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가엾은 왕자님......, 무시무시한 마법에서 이 분을 구해낼 방법이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구슬이가 물었습니다.
"마법을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있고 말고요! 예, 있습니다! 진정으로 용기 있고 착한 마음씨를 가진 소녀가 왕자님을 위해 비밀의 장소에 있는 초록 망토를 가져다주기만 한다면 마법은 풀린답니다. 하지만 당신이 마지막 이예요. 당신이 100번째이기 때문이랍니다."
"제가 해내지 못한다면 왕자님은 어떻게 되나요?"
"왕자님은 영원히 마법이 풀리지 못한 채 이 세상을 떠나시게 된답니다."
쥐가 아주 풀이 죽어 말했습니다.
"그러면......, 제가 무엇을 하면 되지요?"
구슬이가 마음을 굳게 먹은 듯 말했습니다.
"저기 왼쪽 벽 아래쪽에 어린 소녀 한 명이 겨우 들어 갈 수 있는 작은 구멍이 있습니다. 그 구멍으로 들어서면 돌계단이 나오고 돌계단을 내려서서 앞으로 곧장 걸어가면 동굴이 끝나는 곳이 나타납니다. 그 막힌 동굴 벽을 자세히 보면 철문이 보이는데, 그 철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은 - 사실, 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저도 그 곳까지 밖에 가보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그 문을 지나야만 초록 망토를 가져올 수 있는데......, 그 방법은 - 모릅니다. 그렇지만 마법사가 '진정으로 용기 있고 착한 마음씨를 가진 소녀만이 그 철문을 지나 초록 망토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답니다."
"하지만 저는 착하지도 않고 용기도 없는데 그 일을 해 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당신은 할 수 있어요. 당신이라면 이 일을 해 낼 거예요. 그리고......, 우리에겐 당신밖에는 없거든요. 당신은 마법사가 말한 대로 마지막 100번째 소녀이기 때문입니다."
쥐는 곧 울어버릴 것 같이 시무룩해졌습니다.
"해 보겠어요. 두 분을 위해 초록 망토를 가져오겠어요."
앞치마 호주머니에서 나오려고 버둥거리는 생쥐를 꺼내 손바닥에 내려놓으며 구슬이가 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그 철문 앞까지만 모셔다 드리고 저는 돌아오겠습니다."
그 때 구슬이와 쥐가 이야기 나누는 것을 본 생쥐가 깜짝 놀라 찍찍거리며 달아날 곳을 찾느라고 마구 날뛰다가 왕자의 가슴에 떨어지는 바람에 잠이 깨어 버린 왕자가 벌떡 몸을 일으켰습니다. 왕자는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구슬이를 발견하고는 금새 커다란 독수리로 변해 동굴 천장 부근을 한 바퀴 돌아 재단 위로 내려 앉았습니다. 그러고는 물끄러미 구슬이를 보고 있다가는 슬픈 얼굴로 등을 보이며 돌아앉아 버렸습니다.
쥐가 독수리에게 말했습니다.
"왕자님, 이 아가씨가 저 아래 동굴로 내려가겠답니다. 제가 철문까지만 모셔다 드리고 오겠습니다."
독수리가 여전히 등을 보이며 돌아앉아 말했습니다.
"그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당신이 그 일을 해 줄 수 있겠습니까?"
"해 보겠습니다. 초록 망토를 꼭 가져오겠습니다."
독수리는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지친 모습으로 돌아앉더니 발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빼내어 구슬이에게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제 어머님께서 제 손가락에 끼워 주셨던 반지입니다. 당신에게 드리고 싶군요. 제 선물이니 설령 제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하더라도 저를 기억해 주시고 간직해 주십시오."
구슬이는 차마 받을 수 없어 망설였지만 독수리의 간곡한 얼굴을 보고는 거절 할 수가 없어 손가락에 끼워 보았습니다. 그것은 마치 구슬이를 위해 맞춘 것처럼 꼭 맞았습니다.
독수리에게 잡아 먹힐까봐 생쥐가 겁에 질려 정신을 못 차리고 찍찍거렸으므로 구슬이는 얼른 독수리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비밀의 장소로 내려가는 입구에서 기다리는 쥐에게로 다가갔습니다.
쥐가 먼저 통과하고 구슬이는 한 손에는 횃불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생쥐를 앞치마 폭에 싸들고 어렵사리 작은 구멍으로 기어들어 갔습니다. 구멍을 벗어나 첫발을 내딛었을 때 보이는 거라고는 들고있는 노란 횃불뿐이었습니다. 쥐 두 마리는 어둠에 익숙한 듯 어느새 쪼르르 계단을 벗어나 더듬거리며 걷고 있는 구슬이를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조심조심 돌계단을 벗어난 구슬이는 두 마리의 쥐를 따라 다시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나갔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니 드디어 동굴이 끝나는 곳이 나타났습니다.
쥐가 어둠 속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여기에 그 철문이 있습니다. 저도 더 이상은 가보지 못해서......"
"예, 알겠어요. 이제, 돌아가세요."
구슬이가 단호하게 말하자 쥐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재빠르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쥐가 말했던 부분에 횃불을 갖다대니 정말 육중한 철문이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꼼꼼히 살펴보아도 그 문에는 손잡이도, 어떤 기계 장치도 없었으며 당겨보고 밀어 보아도 꿈쩍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몇 마리의 박쥐가 비명을 지르며 동굴 천장 부분을 선회하고, 또 다른 몇 마리의 박쥐는 동굴 바닥 부분을 낮게 날면서 날개를 마구 퍼덕여 대고 있었습니다. 구슬이는 자세히 보려고 눈을 가늘게 떴습니다. 그 곳에는 웅덩이가 있었는데 웅덩이 표면에 작은 물체의 움직임이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그 물체가 무엇인지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위급한 상황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 구슬이가 웅덩이 쪽으로 가보니 아주 어린 새끼 박쥐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는데 탈진했는지 움직임이 아주 약했습니다. 구슬이는 웅덩이로 들어가 새끼 박쥐를 건져 나와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새끼 박쥐의 젖은 날개며 몸을 앞치마 자락으로 잘 닦아주었습니다.
그러고는 구슬이의 머리 위에서 안도한 듯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는 박쥐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마른 바닥에 새끼 박쥐를 살며시 내려놓았습니다.
다시 철문 쪽으로 몸을 돌리는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꿈쩍 않던 철문이 혼자 스르르 열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얼른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 곳은 하나의 커다란 방이었습니다. 네 귀퉁이에 횃불이 켜져 있고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는 길다란 제단이 있었습니다. 제단 위에는 망토처럼 보이는 초록색의 긴 옷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단 둘레에는 망토를 가져가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은 불의 장막이 거세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방바닥이 흔들리는 움직임과 함께 거대한 무리가 급격히 이동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제단 뒤쪽에서 쥐 떼가 우르르 몰려나와 제단 앞쪽에서 하나의 무리로 합쳐지더니 빠른 속도로 철문 쪽으로 달려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무리를 피할 사이가 없어 구슬이는 생쥐를 잽싸게 손으로 낚아채 끌어안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몸을 공처럼 구부리고 있었습니다. 쥐 떼는 구슬이의 몸을 통로 삼아 순식간에 철문을 빠져나가더니 사라져 버렸습니다.
더 이상의 움직임이 없음을 확인하고 일어섰을 때 구슬이의 행색은 매우 남루했습니다.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옷은 볼썽 사납게 해어지고 몸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났습니다. 꼭 쥐고 있던 손을 펼치니 겁에 질린 생쥐가 아직도 부들부들 떨고 있었습니다.
"쥐순아! 이젠 괜찮아!"
구슬이가 손가락으로 등을 톡톡 두드리며 말하자 그제야 생쥐는 눈을 뜨고 바닥으로 뛰어 내려 앞장 서 제단 쪽으로 걸어가더니 불의 장막 앞에서 멈췄습니다. 스치는 무엇이라도 사르겠다는 듯 불꽃은 노란 혀를 널름대고 있었는데 불의 장막을 따라 생쥐는 꼼꼼히 제단 아랫부분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생쥐는 제단 한 귀퉁이의 밑바닥에 생긴 작은 틈을 발견하고는 앞발로 헤집기 시작했습니다. 무서운 불꽃도 그 만큼에는 닿지 않는, 생쥐 몸 하나 겨우 들어 갈 수 있는 아주 작은 틈이었습니다.
생쥐는 구슬이가 말릴 사이도 없이 그 사이로 몸을 디밀고 들어가 언제 올라갔는지 제단 위에 있는 초록 망토 옆에 서서 구슬이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생쥐가 망토 자락을 발에 걸어 당겨도 보고 입으로 밀어도 보았지만 묵직해 보이는 그 망토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구슬이도 어떻게 해보려고 불의 장막 쪽으로 두 손을 뻗어 보았지만 살을 태울 듯 뜨거운 기세에 그만 움츠러들고 말았습니다. 생쥐는 필사적으로 망토를 끌어당겼고 마침내 망토의 한 자락이 제단 아래쪽으로 흘러내리자 그 흘러내린 부분에 매달려 발버둥을 쳤습니다.
보기에도 안쓰러운 일이었지만 구슬이는 다른 방법이 없어 애만 태우며 서 있는데 망토가 슬슬 미끄러지더니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노랗게 타오르고 있는 불꽃에 닿았습니다.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구슬이는 망토를 잡으려고 불의 장막 속으로 손을 뻗어 망토를 움켜쥐었습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찌된 영문인지 초록 망토는 불에 타지도, 그을리지도 않은 채 구슬이의 손에 들려져 있고 불의 장막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쥐와 구슬이와 생쥐를 등에 태운 독수리가 동굴을 뒤로하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땅에 이들을 내려놓은 독수리가 어깨에 초록 망토를 두르자 흑갈색의 커다란 독수리는 사라지고 어깨에 금빛 견장을 단 멋진 소년이 나타났습니다. 동시에 꾀죄죄한 회색 털로 몸이 뒤덮였던 쥐는 사라지고 활을 어깨에 둘러멘 씩씩한 청년이 나타났습니다.
생쥐는 깜짝 놀라 구슬이 앞치마 호주머니 속으로 숨어버렸고 소년과 청년은 활짝 웃으며 서로를 힘껏 껴안았습니다. 두 사람을 보고 있는 구슬이도 활짝 웃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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