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은
몹시 더워질 거야. 어디 가지 말고 이곳에 있거라. 엄마는 나갔다 올께."
엄마달팽이는 아기에게 이르고 밖으로 나갔읍니다. "예, 엄마."
아기달팽이는 엄마 뒤에 대고 소리쳐 대답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나뭇잎
뒤에 얌전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심심하여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는 왜 안 오실까?" 아기달팽이는
엄마 말을 어기고 나뭇잎에서 내려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돌아 다녔습니다.
날씨가 점점 더워졌습니다. "아이 목 말라. 그래, 저 뜰을
지나면 개울이 있지." 아기달팽이는 비오던 날 엄마와 함께
가 보았던 개울을 생각해 냈습니다. 아기달팽이는 시원하게 흐르는
물에 풍덩 뛰어 들고 싶었습니다. 개울을 향해 풀숲을 벗어 났습니다.
눈부신 햇살이 사정없이 아기 달팽이 위로 쏟아져 내렸습니다. 온몸이
금방 바싹 말라 버릴 것 같았습니다. 숨이 확 막혔습니다. "엄마야."
아기달팽이는 어쩔 줄을 모르다가 소리쳐 울었습니다. 마당
귀퉁이에서 흙을 헤치며 놀던 병아리가 듣고 달려 왔습니다. "왜
그러니?" 아기달팽이는 놀라서 얼른 껍질 속으로 숨었습니다.
"괜찮아. 무슨 일이니? 내가 도와 줄께." 한쪽
두껑을 살며시 올리고 보니 노랗고 작은 주둥이가 달팽이를 먹어 치울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목이 말라. 껍질 속에 불이 난
것 같이 더워." 병아리는 좋은 방법을 생각하느라고 머리를
갸웃하였습니다. "아, 내가 그늘을 만들어 줄께. 물이 있는
곳까지 말야. " 병아리가 제 그림자를 가르켰습니다. "고마와."
병아리가 걸으면 그 그림자를 밟으며 달팽이가 따라갔습니다.
"어때? 시원하지?" 병아리가 다리
사이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아기달팽이는 걸음이 느려서 저만치에 햇살
속에 주저 앉아 있었습니다. "좀더 천천히 걸어줘.' 아기달팽이가
마른 입을 달싹이며 사정하였습니다. "미안, 미안. 너는 굉장히
느리구나." 멀리서 병아리를 보고 있던 엄마닭이 걱정을 하였습니다.
"재가 어디 아픈가? 왜 저렇게 천천히 걷지?" 엄마닭이
병아리에게 달려 왔습니다. 그리고 달팽이를 보았습니다. "얘야
먹을 것을 가지고 그렇게 장난하면 못 써. 그리고 이것은 네가 먹기에는
좀 크구나." 아기달팽이는 바위라도 뚫을 듯이 단단해 보이는
엄마닭의 주둥이를 보고 겁에 질렸습니다. 가물가물 정신이 흐려졌습니다.
"엄마. 얘는 내 친구예요. 나는 이 아이를 물가로 데려가는 중이라고요."
병아리가 달팽이를 막아 섰습니다. "오호 그래? 엄마가
몰랐구나. 그런데 이 달팽이는 바싹 말랐구나." 엄마닭은
달려가 입에 가득 물을 물어다가 아기달팽이에게 쏟아 주었습니다.
달팽이 껍질이 어찌나 뜨겁던지 김이라도 모락모락 날 것 같았습니다.
정신이 든 아기달팽이는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나는 집에
가고 싶어요. 엄마가 걱정하실거예요." "걱정말아라.
내가 데려다 줄께." 엄마닭이 아기달팽이를 살짝 물고 걸었습니다.
그 뒤를 병아리가 따랐습니다. 닭에게 물려 가면서 아기달팽이는
큰일날 뻔했었다고 머리를 저었습니다. |
제일제당 사외보 [생활속의이야기] 1988년 5월호에서
http://www.cjlife.co.kr/lifestory/search/1988_05/story.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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