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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함께읽는동화] 멀리 뽀뽀

엄마동화 소중애............... 조회 수 2050 추천 수 0 2002.01.04 22:14:55
.........

여러분은 뽀뽀를 어떻게 하나요?
개나리 같은 입술로 엄마나 아빠 뺨에 `쪽'하고 입을 맞추지요.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아기는 달랐습니다.
"아가, 뽀뽀."
하면 단풍잎 같은 두 손바닥을 입에 대었다가 하늘을 향해 뿌리는 것이었습니다. 텔레비전 에서 언젠가 보았던 가수 흉내를 내는 것입니다.
엄마 아빠는 아기가 하는 뽀뽀가 재미있어 곧잘,
"아가, 뽀뽀."
하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직접 하는 뽀뽀가 아니고 멀리서 한다고 하여 아기의 뽀뽀를 `멀리 뽀뽀'라고 하였습니다.
아기는 멀리 뽀뽀를 아주 잘 했습니다. 동네 아줌마한테도 하였고, 편지를 가지고 오는 집배원 아저씨한테도 하였습니다.
기분이 좋은 날은 뜰에 핀 꽃에게도 멀리 뽀뽀를 하였습니다. 그러면 꽃들은 기분이 좋아 환한 얼굴로 웃었습니다.
비가 오는 어느 날이었습니다.
엄마는 아기를 재워 놓고 집안 청소를 하였습니다. 아기가 깨기 전에 하려고 아주 열심히 청소를 하는 바람에 아기가 깬 줄도 몰랐습니다.
착한 아기는 잠에서 깨었는데도 울지 않고 엄마를 찾아 방을 나왔습니다. 아, 그런데 보니 비가 오지 않겠어요?
아기는 살며시 마당으로 내려갔습니다. 엄마가 알면 야단을 맞겠지요?
아기는 소리 없이 마당을 뛰어다녔습니다.
마당에는 고양이보다는 큰 발자국이, 새끼 곰보다는 작은 발자국이 가득 찍혔습니다.
"애취!"
아기의 재채기 소리에 엄마는 깜짝 놀라 나왔습니다.
"어머, 얘가."
엄마는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였습니다. 아기는 짜지 않은 빨래를 입고 있는 것처럼 젖어 있었습니다.
"감기 들면 어쩌려고."
엄마는 속이 상하여 아기의 궁둥이를 맴매해 주고 젖은 옷을 갈아입혔습니다.
아기는 입술이 파랗게 되어 달달 떨었습니다.
"이를 어쩌나, 큰 병이 나겠네."
엄마는 걱정을 하였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밤이 되자 아기는 열을 펄펄 내며 앓기 시작하였습니다.
얼마나 아픈지 아빠가 회사에서 돌아왔는데도 멀리 뽀뽀도 못하고 퀭한 두 눈만 힘없이 떴다 감았습니다.
다음 날 병원에 다녀왔는데도 아기의 병은 낫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겁이 나서 시골에 사시는 할머니께 전화를 하였습니다.
할머니가 놀라서 아기네로 오셨습니다.
"아가, 멀리 뽀뽀. 할머니한테 멀리 뽀뽀."
할머니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아기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아기는 고개만 힘없이 저어 보였습니다.
아기의 멀리 뽀뽀가 사라진 집안은 온통 검은 구름 속이었습니다.
할머니, 엄마, 아빠는 아기 곁에 앉아 밤을 새웠습니다.
보리차를 먹이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 주고, 시간 맞춰 약을 먹이고, 새벽이 되자 지친 어른들이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이 되어 햇살이 환하게 비치는데도 어른들은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아기가 부시시 잠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어른들의 정성으로 병이 나은 것입니다.
아기는 아직도 자고 있는 어른들이 우스웠습니다.
"잠꼬래기(잠꾸러기), 할무니, 아빠, 엄마, 잠꼬래기."
아기는 어른들을 향해 힘차게 멀리 뽀뽀를 하였습니다.

제일제당 사외보 [생활속의이야기] 1988년 9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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